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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4개월, 목회의 뒤안길
2019년 09월 02일 (월) 11:04:16 송길원 목사 happyhome1009@hanmail.net

송길원 목사/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 청란교회 담임

   
▲ 송길원 목사

청란교회를 시작한지 2년 4개월이 되었다. 지난 주, 신학교 동기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내가 편지 형태로 읽은 글 속에 우리의 세월(?)이 오롯이 담겨 있어 글을 전제해 본다.

동기들의 사랑에 힘입어 ‘청란교회’ 설립예배를 드린 지 2년 4개월 차 초보사모 김향숙입니다.

27년간 가정사역자로 일해 온 베테랑 사역자의 경력에 비해 2년 4개월의 사모경력은 짧기만 합니다. 하지만 2년 4개월은 27년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일들을 겪었던 길고 긴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동안의 사역이 단기 레이스였다면 교회사역은 장기 레이스와 같았습니다. 매주 같은 성도들에게 다른 음식을 먹여야 하기에 영혼의 양식을 준비하는 일은 전쟁을 치른다 싶을 정도로 치열합니다. 곁에서 보는 남편은 일주일 내내 설교구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토요일이면 새벽까지 잠을 설치며 단어하나, 문장하나를 두고 씨름합니다. 주일 설교가 끝나면 탈진해서 쓰러지듯 잠듭니다.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설교준비에 몰입합니다. 가정사역자로 사역할 때와 달리 매번 홈런 칠 수 없고, 매번 순산할 수 없기에 난산을 하거나, 유산을 한 날 저녁은 집안에 스산한 기운이 감돕니다. 매주 치르는 해산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모든 성도들 중에서 가장 은혜 끼치기 어려운 사람이 있습니다. 사모입니다. 사모는 강대상의 말 때문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삶으로 은혜받기 때문입니다. 모든 성도들은 속일 수 있어도 사모는 속일 수 없습니다. 전날 대판 싸우고 강대상에 서면 성도들은 ‘아멘’하지만 사모 입에서는 ‘말이사’ 소리가 절로 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설교와 일상을 일치시키려는 거룩한 몸부림은 눈물겹기만 합니다. 송 목사가 자주 외치는 ‘설교한 대로만 살자. 아니면 사는 대로만 설교하자’는 말의 의미를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가정사역자로 일했던 저희는 준비된 교회에서 특별강사로 ‘짠’ 하고 나타나서 박수치고, 웃고, 울며, 은혜 받는 성도들의 재롱떠는(?) 모습만 보아 왔습니다. 그러나 목회현장에 있어보니 갓난아기가 재롱만이 아닌 토악질하는 것 닦아주고, 피똥까지 씻어주어야 했습니다.

저희는 겪지 않을 줄 알았던 일들이 저희라고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개척 멤버와 다를 바 없는 이들에게 배신당하고, 억울하게 공격받고, 부당한 요구 앞에 서야하고, 성도들이 상처받는 것을 지켜봐야 하고,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한 영혼을 사랑하고 품기 위해 애쓰는 일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한 성도가 떠나가면 몇날 며칠을 가슴앓이하고 한 영혼이 찾아들면 가슴 속에 천국잔치가 벌어지듯 희열을 느낍니다.

인간의 ‘전적부패와 타락’이 어떤 것인지를 온 몸으로 체험하면서 비로소 고난과 연단이 무엇인지를 알아갑니다. 그럼에도 이런 인간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가 무엇인지도 뼛속 깊이 알아갑니다. 결국, 목회는 사랑할 수 없는 사람, 사랑하기 힘든 사람, 사랑하기 싫은 사람을 가슴에 품고 사랑하는 일이었습니다.

가정사역자로서의 송길원과 목회자로서의 송길원은 바로 이 영혼사랑의 깊이에서 달라져 있었습니다. 아내로서 함께 가슴 졸이고 울며 기도하고 매달리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목회자 홀로 짊어지고 가야할 목회자의 고뇌요. 아픔이며 책임감이었습니다. 예수님이 걸어가신 십자가를 홀로 지고 걸어가는 길이었습니다. 주님이 그러했듯 고난속의 영광이요 영광속의 고난의 길이었습니다.

목사의 딸로 태어나 목사의 아내였지만, 목회를 하면서 이제야 비로소 목회자의 심정을 알아갑니다. 저희는 겨우 2년 4개월이지만, 이 일을 수십 년 동안 해내신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목사님들 한 분, 한 분이 경이롭습니다.

졸업한 지 35주년. 저희의 열 배를 더해 백 배가 넘는 세월의 질곡을 목회자로 살아오셨고, 살아내셨고, 살아내실 것이기에 ‘아쉬레이’(Ashrey)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끝까지 품었던 영혼 사랑의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랑하셨던 십자가 사랑의 넓이와 깊이와 높이가 한 분 한 분의 모습 속에 보여집니다.

오늘따라 제가 송길원 목사의 아내이기 이전에 송 목사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하는 고신신대원 38회 동기회에 속한 사모의 한 사람인 것이 감사합니다. 신대원 38회 동기회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고 홀로 걸을 수 없는 그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 동기분들이 있음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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