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위주 교육에 종교과목 찬밥 신세
‘학생 함께하는 채플’ 등 자구노력 절실

기독교 이념으로 설립된 미션스쿨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재정지원 확대,  敎·學 연계 등 학교와 교회간의 네트워크형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흐려져가는 정체성을 다잡기 위한 미션스쿨의 자체 노력도 배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채플을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

한국기독교학교연맹(이사장 이원설 박사)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미션스쿨은 초등학교 10개, 중학교 119개, 고등학교 161개, 대학 16개, 대학교 33개 등 모두 339개다. 이곳을 통해 매년 배출되는 학생만 해도 6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영역이다. 때문에 미션스쿨에 재직하고 있는 일선 교목들은 학교가 선교의 ‘최전방’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하지만 교단과 교회로부터 지원을 받는 학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외 소외된 대부분의 학교들은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이다. 모 고등학교 종교 과목 교사는 “1년 동안 종교 관련 행사가 많이 있지만 지원은 전혀 없어 절기 예배 시간에 학생들이 드리는 헌금으로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며 미션스쿨의 열악한 현실을 말했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학원선교를 가리켜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황금어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미션스쿨과 지역교회가 더욱 긴밀히 연계해 학원선교의 큰 효과를 창출해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목전국연합회 김용관 목사(오산고등학교)는 “학생들을 놓친다면 한국 기독교의 미래를 놓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교단과 교회가 협력해 미션스쿨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숭덕여자고등학교 권명진 교사 역시 “학원선교에 대한 지원이 군(軍)선교에 대한 지원보다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는 한국교회에서 현재만 바라보는 안이한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미션스쿨 스스로도 설립이념을 되살려 초심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종교과목 교과서

겉으로는 ‘기독교’ 정신을 표방하고 있는 학교들이 내면적으로는 일반 학교와 똑같이 입시위주의 교육에 몸부림치고 있는 현실은 한국교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당면과제다. 종교과목은 국·영·수 등 주요과목에 밀려 찬밥신세로 전락한 지 오래다. 특히 7차 교육과정을 통해 종교과목이 ‘창의적 재량활동’으로 편성돼 선택한 학생들만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선 종교교사들은 특히 종교과목이 내신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배우지 않아도 될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숭덕여자고등학교 김선자 교목은 “여러 이유로 인해 미션스쿨의 설립 이념을 잃은 학교들이 늘고 있다”며 “학교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형식적인 ‘채플’ 역시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미션스쿨에서 채플을 실시하고 있지만 강제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기독교를 믿지 않는 학생들은 형식적으로 예배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예배를 통한 선교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등 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연세대학교(총장 김우식)의 경우 실험성 짙은 채플을 시도해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세대는 지난 1학기 동안 국악, 무용, 대화, QT 등 다양한 테마를 주제로 한 채플을 준비해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연세대 교목실 고영범 전도사는 “학생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채플을 실시한 뒤로 믿지 않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어렵지만 학내에 복음을 전파하는 일은 꼭 해야 할 일이기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에서는 또 학생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내 네 곳에 기도실을 마련했으며, 전공별로 신앙지도교수를 배정해 학생들이 신앙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또 6월 12일에는 새로운 선교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제1회 학제간 연구 포럼’을 개최하는 등 미션스쿨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세대 교목실장 박정세 교수는 “기대와 희망이 없으면 학원선교 사역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각 교회가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