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신자들이 종이책을 너무 안 읽는다고들 하지만, 다독형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성경을 많이 읽는 것이 가장 좋지만, 대개는 성경만 읽지는 않는다. 기독교 서점엔 다양한 영성이 내포된 수많은 종류의 책들이 있어 그 다수는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성경교사, 저술가, 사역 컨텐트 매니저로, 자신이 다독형 신자인 크리스텐 웨더렐 작가는 자신의 독서벽이 마냥 올바르지 않고 오히려 "잘못되었다."고 고백한다. 김정언 기자의 번역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 편집자 주 ]

크리스천 독서, 잘못될 수 있다

크리스텐 웨더렐

▲ 크리스텐 웨더렐 ⓒCW

내게는 문제가 있다. 독서벽의 문제다. 내가 기독교 서적들, 특히 청교도들과 그들을 사랑하는 현대 저술가들의 책들을 읽노라면, 믿음에 자극과 격려를 받아 신앙이 강화되기보다는 나를 실망시키는 문단과 페이지들을 만나서 질려버릴 때가 잦다. 결국은 거기서 벗어나 버리거나, 책을 손에서 놓아버리거나, 아예 책 뚜껑을 닫고 책꽂이에 도로 꽂아 넣거나 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책들은 나의 패배감 등 다양한 감정을 낳는다.

왜 그럴까? 내가 읽는 책들 대다수는 신앙서적이다. 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그리스도를 높이고 복음 중심적이기도 하다. 책들 다수는 오랜 시간을 거쳐 "단련된" 책들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책에 문제가 없다면, 바로 내 자신의 문제이다.

1. 복음을 잊어버린다.

신자들의 영혼과 몸은 주 예수 그리스도께 속해 있다(로마서 14:8). 그 분은 우리를 죄와 그 모든 효과들 곧 부패한 마음과 가려진 눈, 강퍅한 혼, 죽은 것이나 다름 없던 영의 상태에서 우리를 구해 내셨다. 우리는 하나님의 아들이 값없이 흘려주신 고귀한 피로 사신 존재들이요 그 분의 성령으로 거듭나게 됐다는, 이 장엄한 실체가 우리의 모든 것에 침투하여 변화시킨다(베드로전서 1:3). 우리의 책 읽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가려졌던 죄인의 영적 눈에서 그리스도의 피와 성령의 권능으로 눈가리개가 제거됨으로써 우리가 책 읽는 방법도 바뀐다. 성령의 권능으로 마치 복사를 한 듯 책의 내용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력도 생긴다. 그러나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의 검은 베일에 손을 내밀어 그것을 걷어 올리시지 않는 한, 영원한 진리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남을 수 있다.

나는 일부 기독교 도서를 읽으면서, 자신이 성화에 권한 권고를 한 책을 잘 읽었다거나 실천을 잘 해서가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하나님의 은혜로써 내가 구원받은(에베소서 2:8)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는 게 속상하다.

나는 나의 철저한 독서술이나 빈틈없는 기억력으로 내가 얻은 기쁨이 아닌, 그리스도의 영광의 밝음이 곧 하나님이 내게 주신 기쁨의 특권이라는 것(로마서 15:13)을 깜박깜박 잊곤 한다. 나는 나의 성취도나 능력이 아닌, 그리스도 안에서의 내 정체성 때문에 책 같은 좋은 선물을 즐길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됐음(갈라디아서 5:1)을 잊곤 한다.

2. 책의 목적을 망각하곤 한다.

나는 책들이 왜 있는지 존재의 이유를 잊어버리곤 한다. 우리의 독서는 복음의 터취에 의한 것이므로 그 목적도 변화된다. 우리는 이제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독서하게 된다. 성경책을 비롯한 경건한 책들을 묵상하면서 하나님께 이끌리게 되고, 고백과 회개, 감사 등을 하게 된다. 크리스천 독서의 목적이 우리 아버지 하나님과의 친교란 사실은 특히 하나님의 복음을 높이고 그 분의 말씀을 적용함으로써 분명해진다.

그러나 나는 때때로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잘못된 이유로 독서하곤 한다. 책들이 그리스도께로 나를 집중시키기보다 단순히 정보원(情報源)으로 그치거나, 또 한 권 읽어냈다는 얕은 성취감, 독서 자체로 끝나버리곤 할 때다. 복음 때문에 독서의 목적은 하나님을 향하게 한다.

▲ 크리스텐 웨더렐은 "크리스천 독서, 잘못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CW

토니 라인케는 그의 책 '크리스천 독서 가이드'에서 말한다. "우리 지식의 참된 차이점은 우리가 무엇을 아느냐와 그것을 왜 아느냐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크리스천들은 하나님과의 친교를 배운다. 독서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영혼을 영원히 유익하게 해 주는 도구일 수가 있다."

크리스천 도서를 읽을 때, 독자의 일차적인 목적은 그 책을 통해 하나님을 더 잘 알려는 것인가? 아니면 지식 축적인가, 양질의 독서필 목록에 한 권 더 추가한 것인가, 남들에게 인상을 주려는 것인가, 설교준비, 성경공부, 소그룹 인도 같은 부차적인 목적 때문인가?

만약 정보나 성취 같은 것이 우선적인 모티브라면, (라인케의 말과는 달리) 독서는 우리의 영혼에 영원한 혜택을 주는 것일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독서의 목적이 성령의 도움을 받아 하나님과 친교하는 것이라면, 그 분은 그것마저도 우리를 그리스도를 닮도록 변화시키는 데 쓰실 것이다.

3. 인간 저자들의 불완전성을 잊곤 한다.

인간인 저술가들은 하나님이 아니며, 그들의 책들은 성경이 아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나는 때때로 망각하면서 그들이 무엇을 논술하고 가르치고 주장하는지 생각하지도 않은 채 책 내용이나 문단, 문장 등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곤 한다. 물론 경건한 교사들 특히 진실하게 가르친다는 탄탄한 명성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배워야겠지만, 우리는 늘 최선의 성경교사라도 분별력을 갖고 대해야 한다.

분별력이라는 것은, 우리가 듣고 읽는 바를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인 성경에 비추어 가며 책의 정격성 ․ 진정성 여부를 비교하는 기술이자 능력이다. 우리의 생활 속의 하나님의 은혜가 곧 우리의 모든 분별의 기초이다.

인간 저자가 불완전함을 내가 잊어버릴 때, 나는 분별의 훈련을 소홀히 하는 것이 된다(빌립보서 1:9-10). 하나님이 깨우치시는 이 은혜의 선한 은총은 복음에 어긋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나의 영혼을 지켜준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대다수의 책들이 이단과 신독(神瀆)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하는 게 아니다! 다만 저자들이 비록 경건하여 교회를 건실히 지탱하려는 선의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들은 인간에 불과하며 따라서 오류를 범할 수 있고, 그러기에 독자들은 언제나 그들의 저작과 가르침을 분별하고 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4. 성령 안에서 자각 및 확신의 아름다움과 선함을 잊는다.

확고한 자각(conviction)은 단죄(condemnation)와는 다르다(영어에서 흔히 conviction과 condemnation은 단죄 ․정 죄라는, 법적인 동의어로 쓰이곤 한다. / 편집자 주). 자각을 통한 확신은 하나님의 성령의 선물이며,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변화의 아름다운 도구이다(엡 4:30). 단죄는 복음에 반(反)하는 의미로, 성령의 자각은 죄를 회개하게 하지만, 마귀의 정죄는 우리가 결국 그리스도의 의의 옷을 입지 못한다고 하는 거짓말일 수 있다(롬 8:1).

나는 훌륭한 책을 읽을 때, 흔히 두 가지를 혼동하곤 한다. 저자는 은혜로 거룩함을 좇도록 권유할 의도로 썼는데도, 정작 독자인 나 자신은 율법의 무게에 짓눌려 버리는 경우가 그렇다. 내 대신 모든 것을 성취하시고 하나님의 명령을 순종하신(롬 5:19) 그리스도께 내 눈을 고정하는 대신, 나 자신과 죄와 실패만을 돌아다보며 '멘붕'을 맛보는 것이다. 성령의 자각시키심의 선물에 감사하는 대신, 실망과 수치에 무너져 버리곤 한다.

결국 이것은 내가 복음을 잊어버렸다는 첫 지점으로 되돌아가게 한다. 그래서 나 자신을 향해 이렇게 재설교를 하곤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희생으로 그 분의 의로우심이 내게 부여됐다. 나는 거룩하신 하나님께 "옳다" 인정하심을 받고 용서받고 온전히 받아들여졌다. 그 분의 보혈로 나는 죄의 노예와 율법의 저주, 사탄의 권능으로부터, 하나님의 심판과 텅빈 나의 자기의(自己義)로부터 건져졌고, 날 위한 주님의 중보로 그 누구도 그 무엇도 하나님의 사랑에서 나를 끊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원리들 아래 크리스천 독서가 이뤄진다면, 복음이 우리 마음을 충분히 적셔서 우리의 독서 습관을 바꿔주어, 궁극적으로 우리는 각 페이지의 영광스런 목적인 그리스도께로 이끌릴 수 있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