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종 선교사 / 디르사어린이선교회 대표

▲ 김희종 선교사

시간을 되짚어 보게 하는 가을비는 닫아놓은 가슴을 조금씩 열게 합니다. 별스럽지 않게 정원 귀퉁이 물 묻은 팬지꽃을 보며 쌀쌀해질 날씨에 잘 견딜 수 있으려나 마음이 갑니다.

덮고 있는 습한 공기와 빛의 운동은 내려앉으려는 감정을 일으켜 시간의 내용을 더듬어 보게 합니다.

주님의 기쁨과 감사에서 살짝만 비켜 나와도 내 육체를 흔드는 감정은 날 속이고 올라섭니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십자가에 흐르는 진한 사랑의 감정 속에 모든 일을 녹여내야 한다고 힘 있게 타일러도 자꾸 고집을 피우며 제멋대로입니다. 감사했던 건조한 날과 쉼을 주었던 축축한 날을 회상하며 모두는 하나님 주신 것이라고 달래도 내 감정은 날 비웃습니다.

보통 1㎠의 피부 조각에 세균이 1천~1만 마리 있는 데 비해 습한 피부 부위는 10배나 많은 10만 마리 세균이 들끓는다 합니다. 그래서 햇빛 좋고 건조한 날에 사람들은 습한 이불을 밖에서 말려 병균을 사멸시킵니다.

내 감정도 건조해져 멸균시켜야 합니다. 칙칙한 감정의 성장과 증식을 막아주어야 합니다. 죄 같지도 않은 죄성의 감정이 소리 없이 내게 옛것을 부추깁니다. 내 몸속에 도사려 있던 내 회의적이고 우울한 감정은 환경이 좋으면 특이한 구조물 아포균처럼 날 공격합니다.

보이지 않게 쌓아온 영적 전쟁으로 몸에 내구성이 만들어져 그래도 면역기능이 좀 생겼다 싶었는데 도망쳤던 외로움을 가을비가 또 불러드립니다.

맑은 공기와 함께 지나온 바쁜 여름을 내 신경과 혈액으로 건드려 보나, 잘 안 됩니다. 하나님 주시지 않은 감정은 내 신경근육 기능에 손을 대 무릎이 쑤셔옵니다. 쓸데없는 감정은 날 더욱 메마르게 할 뿐입니다.

이번 주만 해도 서너 노인이 하나님 나라 가셨다는 교회 우울한 기분이 내게 옮겨졌나 봅니다. 사람이 죽으면 땅에서 진급하여 하늘나라로 갔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교회 안 벽에 목사님들과 성도들의 이름, 생년월일, 진급한 날짜(사망일)가 적힌 판을 약 100여 년 전부터 걸어놓았다 합니다.

예수님의 피 방패...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내 속 감정은 만만치 않은 적수입니다. 지금까지 함께 하신 예수님께 깊은 감사의 순간을 회상하며 이제부터 할 일에 더 긴급 친밀감의 필요를 떠올립니다.

125주년 교회 행사 준비로 금식기도를 하는 이들을 보며 30여 년의 디르사 어린이 교회의 연약함이 부끄러워집니다.

▲ ⓒ제공 : 디르사선교회

유난히 정에 약한 내 기질은 어린아이처럼 쉽게 감정의 흘들거림으로 몸무게가 늘 45kg을 못 넘습니다. 교묘한 불법의 육체에게 긍휼의 의미를 배우라 하신 십자가의 복음은 언제나 생명줄이 됩니다.

세균들과 싸워주는 내 몸의 정상세균총은 아군이지만, 자리를 이탈하면 독소를 뿜는 병원균으로 둔갑해 적군이 된다더니 연한 내 감정 덕분에 이런저런 글과 노래를 쓰게도 하지만, 때로 휘잡는 감정은 십자가를 대적하는 골칫덩어리가 됩니다.

죄인 오라 하실 때에 날 부르소서! 날 부르소서!

소리 없는 전쟁 끝에 가을 빗줄기는 은혜의 비가 되어 내게 옵니다. 온몸에 깊이 적셔진 감사는 고난 주일 함께 금식을 끝낸 동역자들에게 부활의 기쁜 메시지를 나누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