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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말씀과 인간의 음악… '가상칠언곡' 탐구
작곡가 하이든의 회고담… 교회음악 절정은 수난 부활절
2017년 04월 14일 (금) 14:39:04 김정언 기자 skm01_@daum.net

<교회와신앙> : 김정언 기자 】 흔히 한국 교회는 성탄절을 교회음악의 절정으로 삼곤 한다. 그러나 서구 교회는 본래 상대적으로 부활절을 더 중시하는 편이다. 예컨대 핸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본래 수난 · 부활 절기 시즌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다. 바흐의 작품들 가운데는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도 있지만, '수난악' 과 칸타타 등 고난이나 부활을 노래한 수많은 작품들이 더 있다.

성 금요일과 부활절에 연주되는 음악들 중 '가상칠언곡'(架上七言曲)이 있다.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하신 말씀, 즉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소서, 자기네가 하는 바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그대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오.", "보소서, 님의 아들입니다. 보게나, 그대의 어머니를."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왜 저를 버리셨습니까(엘리 엘리 라마 사박타니)?" "목마르다.", "다 끝났다.", "아버지, 아버지의 손에 내 영을 맡깁니다." 등 7 마디를 소재로 하여, 하인리히 쉬츠, 요제프 하이든, 세자르 프랑크, 샤를 구노, 테어돓 뒤부아('테오도르 드보아'), 호세 알렉산드리노 데 수사, 사베리오 메르카단테, 제임스 맥밀런 등이 쓴 작품들이다.

   
▲ 요제프 하이든

그밖에도 약 20곡의 작품들이 더 있다. 참고로, 위에 이름이 나열된 작곡가들 중 루터교인이었던 쉬츠를 빼고는 모두 가톨릭 작곡가들이다. 이 작품들 대다수가 유튜브에 연주 동영상이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들은 직접 들어볼 일이다.

지난 2012년 영국 시인 · 작가 · 평론가인 룻 페이덜은 맨체스터의 할레(Hallé) 오케스트라로부터 하이든의 '가상칠언(Die Sieben letzten Worte unseres Erlösers am Kreuze)'의 악장들 막간에 끼어넣을 시를 써 달라고 위촉 받았다. 페이덜은 당시 수락한 것을 "경솔했다."고 훗날 표현했다. 왜 그럴까? 페이덜의 아버지는 정신분석학자 존 페이덜이었고, 어머니는 다름 아닌 진화론자, 촬즈 다윈의 증손녀였다!

아무튼 페이덜은 "그 시가 신학적으로야 어떻건 간에 오케스트라의 음악인들은 '오케이'라고 응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독교 평론가 짐 드니슨은 "우리는 '오케이'라고 다 오케이는 아니라는 사실에 감사한다."고 평했다.

하이든 자신, 이 악장들 사이에 뭔가를 넣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으므로 연주가들은 자유롭게 '오케이'라고 생각되는 뭐든 삽입해서 연주해왔다. 버미어 (현악)4중주단의 경우, 신학적으로 어떻게 되는지를 살펴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 마틴 루터 킹과 빌리 그래엄의 설교 초록을 삽입 연주해, 1988년 그래미상 지명을 받은 바 있다.

1783년 스페인 카디스의 '오라토리오 델라 산타 쿠에바' 성당의 사제였던 카논(대성당 참사회원) 돈 호세 사엔스 데 산타 마리아 신부는 당대의 대작곡가, 하이든에게 성금요일 미사에 쓸 가상칠언을 위한 곡을 써 달라는 요청을 했다. 하이든의 이 작품은 가사가 없는 기악곡으로 총 9개 부분 · 악장으로 되어 있다. 즉 서주와 7언을 각각 다룬 7개의 느린 소나타로 된 기악적 묵상들, 그리고 맨 끝에 빠른 속도의 '일 테레모토'(지진)가 곁들여졌다. 물론 마태복음 27:51~53에 나타난 지진을 가리킨다.

하이든은 성금요일 7언 미사의 명상적인 성격상 어쩔 수 없이 전반적으로 느리고 답답해야 하는 속도(아다지오-라르고-그라베-그라베-라르고-아다지오-렌토-라르고 등. 맨 끝의 프레스토 제외)를 상쇄하려던(?) 목적인지, 매우 다양한 실험적이고 급진적인 화성을 사용했다.

그 점에서 당대의 고전기 작품들 중 이에 버금갈 만한 다음 첫 작품으로는 베토벤의 올림다단조(C# minor) 4중주곡(Op.131)이 있다. 그만큼 악풍상으로는 앞서있는 진보성 작품이었다고 할 만하다. 이것은 역시 바로크 기 당대로서는 "과격"했던 불협화음 등 진보적 화성을 과감히 구사한 대 바흐(JSB)와도 상통한다.

하이든이 성당 측으로부터 전달 받은 대가는 좀 황당했다. 금전으로 덮어 둘러싼 케이크였다! 하이든은 애당초 오케스트라를 위한 것이었던 이 작품을 1787년엔 현악4중주곡(Op.51)으로, 1796년엔 독창과 합창연주를 위한 오라토리오로 재편곡했다.

오라토리오로 만든 동기는 작곡자가 영국 런던으로 두 번째 여행을 가던 중 독일 봐이에른(바바리아)의 파사우(일명 드라이플뤼세슈타트)를 방문했을 때(하이든은 오스트리아 작곡가였다), 그곳 성스데반성당(돔 장크트 슈테판)의 카펠마이스터였던 노장 요제프 프리베르트(작곡가, 오페라성악가)가 편곡 · 연주한 하이든의 이 작품에 천주교의 라틴어 성구 대신 고트프리트 판 즈비텐 남작이 쓴 경건주의풍의 시로 된 합창곡 한 개가 곁들여진 것을 발견했다.

이에 깊은 인상을 받은 하이든은 자신이 직접 합창 버전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즈비텐에게 의뢰하여, 이후 '7언'은 물론 '천지창조', '사계' 등의 오라토리오 가사를 줄이어 받아서 하이든의 주요작으로 쓰게 됐다. '7언'의 코랄 버전은 1796년 3월 26일 귀족 청중에게 초연된 데 이어 1798년 일반 청중 앞에서 두 번째 연주됐다. 참고로, 하이든과 즈비텐은 모두 당대의 유행을 따라 볼프강 모차르트처럼 프리메이슨들이었다. 그러나 하이든은 가입 3년 만에 탈퇴했다.

하이든은 15년 후 브라이트코프 운트(&) 하르텔 출판사가 요청한 개정판 머릿글에서 이렇게 추회했다.

"15년 전쯤 나는 카디스의 한 카논으로부터 ‘우리 주님의 십자가 위에서의 7 말씀’을 위한 기악곡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매년 사순절 기간중 (기악)오라토리오 한 편씩을 준비 · 연주하는 것이 그곳 대성당의 관례였다. 그 때 성당 내 연주 상황은 이랬다.

벽과 창문, 기둥을 모두 검은 천으로 가렸다. 한낮에 문을 모두 닫고 예식이 시작된다. 짧은 미사가 있은 뒤 주교가 제대 강단에 올라가 7언중 첫 말씀을 라틴어로 낭송하고 거기 관한 강론을 한다. 이것이 끝난 뒤 사제가 내려와 제대 앞에 무릎을 꿇을 동안 간주음악이 연주된다.

두 번째 말씀도 같은 방식으로 하고 나머지도 그렇게 한 다음, 매번 강론 뒤에 오케스트라가 묵상 연주를 했다. 나의 작곡은 이 상황에 껴 맞춰야 했고, 그래서 7개의 아다지오를 각각 10분짜리로 쓰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그것도 각 악장마다 (스뭇하게) 청중이 지루하지 않게 잘 이어 연주해야 했다. 이 촉탁의 한계 속에다 나 자신을 묶어버린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함을 발견했다."

아무러나 하이든은 이것을 해 냈다. 물론 전형적인 고전주의 작품인 이 곡은 현대인들이 듣기엔 참기 어려울 정도로 지루할 수 있다. 하이든이 작곡에 앞서 악상과 무드 파악 내지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이 7마디 말씀들을 묵상했을 것은 분명하다. 그는 비교적 경건한 천주교인으로, 자신의 작곡 원보는 언제나 '주님의 이름으로'(In nomine Domini)라는 문구로 시작하고 '찬미 하나님'(Laus Deo)라는 문구로 끝맺곤 했다. 개신교의 바흐가 SDG(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문구를 애용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 하이든의 가상7언의 원보 일부 ⓒ위키미디어

그러나 하이든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천주교 신앙에 충실했다. 신교계에서도 자주 연주되는 오라토리오 '천지창조(Die Schöpfung)'에는 성경엔 없는데도 가브리엘 외에 (천주교가 쓰는 대천사 - 천사장)들'의 이름들인 '라파엘', '우리엘(성경에 나오지만 천사장이 아닌 사람의 이름)' 등이 사용되는 등 천주교적 요소가 나타난다. 흥미롭게도 가브리엘은 소프라노로 돼 있다. 한 훗날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된 것을 승인하기도 했다.

가상7언은 단지 음악 소재로만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 중 고난 가운데 행해진, 가장 심각하고 진지한 말씀들 가운데 속한다. 그러므로 주님 말씀은 주님 말씀답게 다루어야 옳다. 단지 '묵상 음악'이나 무드 조성책으로만 가치가 있는 무엇이 아니다. 그 분의 고난을 기념하고 내 몸으로 그분의 수난을 본받아 실천하는 도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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