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종 선교사 / 디르사어린이선교회 대표

[ 이 글은 디르사선교회 대표 김희종 선교사의 글로, 세 아이를 뉴질랜드에 두고 한국에 오가며 어린이 선교(4세~7세)를 하는 가운데 뉴질랜드에서 한국 어머니들께 쓴 편지이다. / 편집자 주 ]

▲ 김희종 선교사

밤새 내린 비에 젖은 잔디가 은빛 방울을 맺은 채 살아남아 주어 아침이 반짝입니다. 온종일 밟힌 아침 잔디는 어제 하루를 씻어내고 웃으며 오늘을 맞이합니다.

이르지 않은 시간 아침 산책이지만 어두움을 깨우는 신선함으로 나의 이야기를 만듭니다. 같은 길을 걸으나 달력에 날짜가 바뀌듯, 어제 얹혔던 세상이 씻기며 다른 아침을 빚어냅니다.

파란 하늘과 맞닿은 파도를 담은 바다는 바람을 타고 서핑 하는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고 저녁 노을빛과 어우러진 해변을 달리는 말 탄 사람의 가슴은 나도 말을 타는 듯 설레게 합니다. 이렇게 빛과 바람은 파도와 함께 두고 온 고향까지 보자기에 싸서 던져버리고 어디론가 날 달려가게 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다 싶어 흠씬 취해 있다 불현듯 반감이 옵니다.

‘이렇게 누려도 되나...?’ 시간의 흐름 속에 공감과 반감의 마음이 함께 공존하던 내 육체는 하나님의 감사를 슬며시 누르며 하나님의 기쁨에 깊은 공감을 훼방합니다.

▲ ⓒ제공 : 디르사선교회

일하는 낮과 쉼이 있는 밤이 순화하며 하루는 생명 운동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질기게 따라오는 반감의 진동은 풍성한 감사를 터트릴 수가 없게 하는 원수입니다. 피 흘리기까지 날 찾아오신 예수님과 하나 된 내 육체에 이간을 주려 합니다.

주님과 함께 살아온 내 감각체계는 슬픔과 기쁨, 아픔과 즐거움으로 하나님의 질서를 배우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인생에 가시 같은 찔림은 하나님께서 심지 않으신 것이 뽑히느라 겪는 아픔이라 깨닫기는 했지만, 불평 속에 숨어있던 반감이 아무 때나 날 시달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검불 같은 내 육체에 위로부터 찾아오신 예수님과의 만남의 기쁨은 내게 참 안식이며 쉼은 당연한 일입니다. 쉼에 대한 반감은 내게 주신 믿음을 흔들거리게 합니다. 솔직하지 못하게 하는 감정의 속임은 교만이라고 생각되면서도 진실을 덮느라 하나님 은혜를 죽이니 말까지 더듬거리게 됩니다.

주님의 멍에는 내 존재의 형태에 딱 어울리는 삶으로 빚어내 주는 하나님의 모략입니다. 내 속에 공감과 반감을 모르는 척 그대로 사용하시며 오늘을 엮고 계실 겁니다.

내가 숨 쉬는 뉴질랜드의 자연의 공간은 내 반감을 서둘러 도망가게 합니다. 오묘한 빛으로 빚어지는 생태계의 신비한 어우러짐에 벌려진 입은 주님의 사랑에 날 굴복하게 합니다.

오늘도 쉼에 대한 반감이 드러나며 어설프게 죽은 날 들키게 합니다. 시간의 내용을 스스로 채우게 하는 속임수에 균형감을 잃어 불안감을 조성했다 싶습니다.

참이 상실된 허공을 치는 쉼은 가슴에 감동을 못주어 노동의 무게감으로 짓누르게 합니다. 조건과 계산으로 빚어진 노동 또한 말씀을 꽹과리 소리로 만들며 은근히 반감을 부추깁니다.

십자가 – 예수님의 십자가는 공감과 반감을 가진 인간이 올라가야만 얻을 수 있는 쉼의 길이 됩니다. 그리고 그의 그늘 아래서 겸손을 배우게 합니다.

사랑은 노동의 기쁨을 생성시키는 반죽된 공감과 반감의 열매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쉬지 않으려는 인간의 육체는 쉬지도 졸지도 않으시는 주님과 맞서며 믿음을 삼켜버리는 원수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잘 노는 아이가 건강해 부모를 기쁘게 하듯, 믿음은 아이들처럼 기뻐해 예수님의 이름을 높입니다. 물구나무서서 세상을 살게 하는 잘 살려는 책임감과 의무감은 잘 살게 하시는 예수님께 반감입니다.

참된 쉼은 들에 핀 백합화와 공중에 나는 새처럼 사람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 하나님의 기쁨입니다.

오늘도 반감이 꿈틀대는 내 몸을 긍휼의 십자가 위에 내려놓으며 진리는 아는 것과 믿는 것이 하나 돼야 한다고 날 타일러 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