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종 선교사 / 디르사어린이선교회 대표

[ 이 글은 디르사선교회 대표 김희종 선교사의 글로, 세 아이를 뉴질랜드에 두고 한국에 오가며 어린이 선교(4세~7세)를 하는 가운데 뉴질랜드에서 한국 어머니들께 쓴 편지이다. / 편집자 주 ]

▲ 김희종 선교사

가을을 지나며 잔가지를 쳤던 나무에 잎이 돋기 시작합니다. 죽은 듯 미동도 없던 나뭇가지 끝에 파릇파릇 싹을 틔우며 봄의 마지막 나무들은 살아서 움직입니다. 생명이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11월 정원 안은 이미 녹색으로 채워갑니다. 죽은 나무와 산 나무는 겨울엔 비슷해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구별이 됩니다.

죽었나…? 늦게 싹을 틔워 짙은 가을까지 잎을 남기려 하나?

산 나무는 시간과 기후 그리고 모든 것들과 함께 독특한 생명 활동으로 자신을 표현하느라 운동합니다. 절대 속임수 없는 진실을 보입니다.

자연과 어우러져 묵묵히 하나님 만들어 주신 그대로 자기만의 생명을 다른 생명들에게 나누느라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서로 정직합니다.

춥고 따뜻한 바람과 비로 대지를 적시며 빛으로 꾸며내는 자연은 서로를 돋보이며 어우러집니다. 공평하게 주변 것들과 공존합니다.

모든 생태계를 운영하는 빛은 만물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그 빛을 떠나 살 수 없도록 정해졌습니다. 빛의 권세입니다. 그래서 빛과 눈을 마주치기 위해 얼굴을 열심히 내미는 적극적인 모습은 지혜와 능력으로 보입니다.

빛을 못 받은 식물은 죽습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사람들은 빛에 관심이 없어 산소 같은 힘을 낼 수가 없습니다. 지식이 없으면 망합니다.

어둠은 산 것 같으나, 실상 가득한 욕심으로 죄 밖에 만들 것이 없는 죄인이라 의인이 안 됩니다. 빛은 들숨과 날숨의 호흡을 시켜 생명 운동을 합니다. 비와 구름을 비끼고 온 빛줄기에도 빛의 힘이 들어있습니다.

살아있는 나무통 물관은 부지런히 물을 나르며 푸른빛을 띄웁니다. 그러나 산 나무 같은 죽은 나무는 생명의 순환을 못해 신진대사를 시킬 수 없습니다.

생기가 없어 눈에 거슬리고 꼴 보기 싫습니다. 밑동에 깔린 뿌리가 반경이 넓어 어디를 파도 오래된 뿌리로 땅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작은 나무를 심어보려 땅을 파 보나,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열매도 없이 살았으나, 생명의 묘한 생기가 사망의 진동을 하며 은근히 옆 사람 가슴까지 누릅니다. 열매 맺을 생동감을 죽입니다.

산 것처럼 보이는 어둠 속 욕심은 혼란과 불신을 묵은 체증처럼 달고 다녀 맛있는 음식 앞에 앉아도 기(氣)를 죽여 손해를 봅니다. 죄가 만든 사망의 일입니다.

시각 공간이 색깔 선명한 다양한 식물로 꽃을 피워 한 군데 마음을 맞추려 해보지만, 마른 나무가 아직도 시야를 잡아먹어 전체의 분위기를 죽입니다. 신경을 쉬며 산 사람이 살려면 죽어야 합니다. 거짓말을 죽이려면 산 사람 모두 십자가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 피노키오 ⓒ제공 : 디르사선교회

산 사람 몸 안엔 거짓말 탐지기가 있습니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혈압이 상승해 콧방울이 피노키오 코처럼 튀어나오도록 빛의 하나님 디자인해 놓으셨다 합니다. 환경의 변화에 적응을 못해 자주 하는 원망과 핑계는 빛에 의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얼마큼 거짓말로 살았느냐는 높아지고 길어진 코를 재봐야 할 겁니다. 피노키오가 됩니다.

세상 욕심에 잡혀 산소 결핍이 돼 졸기에 바쁩니다.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뇌에서 즉시 혀로 터져 나온 말이 속을 드러냅니다. 산 사람 같으나, 죽은 자입니다.

사람이 보통 10분 안에 열두 서너 번 거짓말을 한다고 과학자들이 알아냈습니다. 거짓을 돈처럼 사용하고 있는 인간의 중독된 몸은 열을 내고 교회 문턱은 밟았지만, 가슴에 골을 낸 십자가의 참말이 새겨지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은 무화과 덩어리의 달콤함을 열렬히 사랑하듯 죄를 사랑하여 독사의 자식이라 혼났습니다. 하나님 만들어놓은 거짓말 탐지기는 벌 받게 하고 벌을 주는 일을 번갈아 사용한 두 마음 담은 몸을 알아 묶었습니다. 그러나 십자가는 이미 승리의 노래를 부릅니다.

이곳 11월 봄은 나뭇잎을 틔어내고 말았습니다. 기다림은 산소 같은 사랑을 뿜어내는 성혈의 순환으로 쉼 없이 거짓을 토해내며 살고 싶은 갈망을 만들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