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섞여서 놀고있다

인천 연수제일감리교회(김종복 목사, 032-821-8011) 중고등부 예배 성가대 찬양 시간에 불협화음 소리가 자주 들린다. 불협화음보다는 이상한(?) 소리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 모른다. 성가대 대원 중 자폐아동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언뜻 ‘왜 그를 성가대 봉사를 하게 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성가대 대원들은 “이 친구도 우리와 똑같이 성가를 할 수 있어요”라며 오히려 좋아한다. 장애인 선교 8년만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문턱이 없어진 대표적인 예다.

“8년 전 장애인 1명이 교회에 등록을 했습니다. 3층에 위치한 본당까지 힘들게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이 소문을 듣고 장애인들이 꾸준히 늘기 시작한 것입니다.”

교회 개척 22년 째를 맞은 김종복 목사(48)는 지난 일을 되새겨본다. 탄광선교를 위해 준비해오고 있었던 그의 눈에 어느 날 장애인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1명의 장애인을 위해 엘리베이터뿐 아니라, 교회 출입구를 고치고, 화장실과 모든 사무실의 문턱을 없앴다. 휠체어를 타고 교회 내 어디든 오갈 수 있도록 뜯어고친 것이다. 소문은 꼬리를 물어 전 인천 지역 곳곳에서 장애인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 수는 현재 전교인(3천 명)의 약 5%인 160명(아동 50, 성인 110명) 정도에 이른다. 또한 계속해서 장애인들의 등록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연수제일감리교회 장애인 사역의 절정은 지난 97년 ‘사랑 복지관’을 건립하면서부터다. 장애인 치료와 교육을 위한 기관이다. 김목사가 안식년(96년) 동안 유럽의 장애인 선교의 이모저모를 탐방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라는 개념으로 출발했습니다. 장애인만을 위한 교회가 아닌 누구에게나 똑같은 교회의 모습이기 바란 것이죠.”

이를 위해 김 목사는 ‘사랑복지관’을 교회 바로 앞에 세울 것을 제안했다. 누구나 교회를 오가면서 관심을 기울일 수 있고, 또 봉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장애인들만을 위해 먼 곳의 독립된 공간이 아닌, ‘이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전문성을 갖춘 복지관을 위한 과감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복지관 내에 물리치료실을 비롯해서 음악, 미술, 놀이 등 각종 치료 및 교육을 위한 다양한 시설을 갖추었다. 리프트가 달린 특수 승합차 3대를 마련, 장애인들의 교통 편의를 제공했다. 전임 특수 교육 교사 6명도 채용했다.

그 외에 점심 봉사 등 여러 분야의 손길은 김 목사 아내인 김명옥 원장(41)과 다수의 교인들이 봉사자로 뛰기로 했다. 사랑복지관 이용은 전액 무료다. ‘영혼 치료’를 최우선으로 삼았기 때문에 기관 운영을 위한 비용 전액을 교회가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이 금액이 점차 늘어 금년 장애인 선교를 위한 교회 예산이 10%에 이르기까지 했다. 

“목사님, 저는 요즘 정말 행복해요. 살 것 같아요.”

사랑 복지관에 장애아동을 맡긴 부모들의 한결같은 표현이다. 하루의 모든 시간을 집안에서 장애아동을 돌보느라 사용해야 하는 부모들에게 사랑복지관은 ‘가뭄에 단비’의 역할을 해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자녀를 복지관에 위탁하고 시장을 보는 등 집안 살림을 하거나 개인적인 쉼의 시간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을 향해 교회는 복음을 들고 접근하게 된다. 장애아동뿐 아니라 그 부모들도 신앙 성장의 대상이 된 셈이다. 

장애인 선교가 순풍에 돛단배처럼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한 번은 동네에서 이 교회의 장애인 선교 문제로 반상회가 열렸다. 주일만 되면 많은 성도들과 함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로 동네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아원, 양로원 방문, 심장병 환자 돕기 등 ‘이웃과 함께’하는 사역을 적지 않게 펼쳐왔지만, 그 순간만큼 지역주민의 반응에 긴장한 적은 없었다. 이윽고 반상회의 결과가 공문 형식으로 교회에 도착했다.

‘교회 일에 주민 모두가 불편하지만 참기로 했다’는 것이다. 장애인 선교 사역이 지역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셈이다. 교회 내부적인 불평도 없지 않았다. 단 1명의 ‘장애인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하느냐’는 것에서부터, ‘장애인 선교말고 보다 생색나는 일을 하자’는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평은 각 부서에 속한 장애인들이 자발적으로 임원을 맡는 등 헌신적인 봉사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필요한 부분들을 도와주는 관계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장애인 선교를 통해 교회 전체가 아주 건강해졌습니다.”

▲ 김종복 목사와 아내 김명옥 사모.

김 목사는 장애인, 비장애인 등 모든 성도가 내면적으로 튼튼한 신앙인이 되었다고 자랑한다. 장애인 선교 사역이 교인들도 큰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김 목사는 이러한 장애인 선교 사역을 학문적으로 정리했다. 2002년 미국 드북(Dubuque)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장애인과 함께하는 목회 구조의 변화 연구’라는 주제로 박사학위(D.Min)를 받은 것이다. 

“충남 서산에 ‘엘림하우스’ 건립이 우리의 비전입니다.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를 위한 종합 센터입니다. 대지 3만 평(건물 1천 5백 평) 규모의 큰 공사입니다. 이번 달(6월)에 착공합니다. 엘림하우스의 역할은 전체적으로 지금 우리 사역을 좀더 전문적이고 확대한 것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