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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종 모정편지 ] 들풀꽃
2017년 02월 16일 (목) 12:03:58 김희종 선교사 tirzahtrust@hanmail.net

김희종 선교사 / 디르사어린이선교회 대표

[ 이 글은 디르사선교회 대표 김희종 선교사의 글로, 세 아이를 뉴질랜드에 두고 한국에 오가며 어린이 선교(4세~7세)를 하는 가운데 뉴질랜드에서 한국 어머니들께 쓴 편지이다. / 편집자 주 ]

   
▲ 김희종 선교사

뉴질랜드의 10월은 동백꽃 목련꽃이 만발합니다. 집마다 정원에 핀 우아한 백목련의 자태는 색깔부터 은은하여 몇 잎 안 되는 꽃잎이 튀지 않아 더욱 돋보입니다. 자목련 또한 자줏빛과 붉은빛이 섞인 도톰한 꽃잎이 잎사귀 없는 나무를 뚫고 나와 온화한 듯하나, 정원에 당당히 선 모습이 봄의 힘을 더해줍니다.

동백나무 역시 겨우내 녹색으로 정원을 싱그럽게 하다 노란 꽃술을 품은 다홍빛 빨간 꽃잎은 방글거리는 모습이 사랑받는 아가씨 같습니다.

그러나 피웠던 꽃의 영상이 가시기 전 바닥에 떨어져 있는 꽃잎의 모습은 인생이 바로 이런 거라고 인간의 초라함을 씁쓸히 느끼게 합니다.

꽃잎 떨어진 나무들은 크게 볼만한 것이 없지만, 살아있는데 의미가 있는 나 같습니다. 화려한 젊은 날들이 없는 내 지난 세월은 지금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별로 다른 이를 부럽게 할 뭐가 없는 것도 다행이라 생각도 됩니다.

생명마다 갖가지 꽃을 피우는 정점이 있어 하나님의 솜씨를 자랑하고 있는데, 내 삶에 꽃은 있었나...? 있을 건가?

길을 걸으며 내 시간을 뒤져봅니다. 기억할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고개가 저절로 떨어지고 걸음을 짚으며 걷게 됩니다.

걷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하다 우연히 작은 들꽃이 눈길에 들어옵니다. 길가에 늘 있어 대수롭지 않게 보았던 들풀이 분명한데 뭔가 오늘은 다릅니다.

생각 속에서 내 삶의 꽃이 찾아진 겁니다.

아마도 누구에게도 눈길을 끌지 못했던 작은 들풀이 혼자 꽃을 피워내다 오늘 나와 만난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 피어있는 꽃 무더기가 사랑스런 조무래기 애들처럼 귀엽습니다.

생명의 순환이 그렇듯 풀꽃도 피고 지며 꽃잎은 떨어졌을 겁니다. 화려한 꽃의 자태가 없어 꽃잎이 떨어진 모습도 크게 거슬리지 않아 기억이 안 납니다. 올봄에 다시 피워낸 걸 보면 풀꽃은 시들어 떨어졌을 겁니다. 자리들끼리 서로의 생명을 대신하듯 한 송이 지면 한 송이 피우며 꽃이 꽃을 지켰을 겁니다.

   
▲ ⓒ제공 : 디르사선교회

연한 보랏빛 꽃빛깔에 하늘거리는 날아갈 듯 가냘픈 듯한 모습은 묘한 매력으로 내 생각을 이끌어 잃었던 나를 찾아 줍니다. 이 조그만 풀꽃의 생명이 내 생각을 강하게 돌리며 머물게 합니다.

혼자 있으면 풀로만 보일 풀꽃은 촘촘히 피워진 연보랏빛 꽃송이가 되어 들꽃이 됐습니다. 순서를 지키며 저희끼리 피고 졌던 수고로움이 생명의 힘으로 느껴집니다. 풀꽃 생명의 기운이 마음이 되어 내 가슴을 빚어냅니다.

피고 지는 생명의 원리는 예수님을 닮아있는 듯합니다. 사랑은 기다림이라고 풀꽃에게 깊이 속삭여 줍니다.

들꽃 생명의 지혜가 아름다워 마음이 열립니다. 길 지나는 이들에게 밟혀 살짝 눌러져도 아무 말 없이 다시 일어나 꽃을 피운 풀꽃이 대견합니다. 다음 꽃이 필 때까지 기다렸다 떨어져 주는 풀꽃은 한 번도 꽃이 진 적이 없는 듯 의연합니다.

누렇게 변해 떨어진 동백 꽃잎 목련 꽃잎과는 달리, 꽃잎이 떨어진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열심히 피워낸 풀꽃의 이름을 들꽃이라 불러주고 싶습니다. 서로를 지켜 들꽃이 된 풀꽃은 삶의 허무를 주지 않아 내게 진리를 만나게 합니다.

작고 힘없어 눈여겨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 풀꽃 생명은 생명을 이어가느라 외로워 보이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면 멀리 냄새까지 날라다 주며 언제라도 제 능력을 발휘하는 풀꽃입니다. 생명의 힘은 겉으로 보이는 잘난 모습보단 심도 깊은 설득력으로 소리 없이 말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속을 가만히 찾아가는 생명의 운동으로 작은 내게 찾아와 준겁니다. 생명의 오묘한 기운은 날 사로잡아 풀꽃의 마음을 새겨줍니다.

서로를 돋보이게 한 풀꽃은 들에 핀 꽃이라 들꽃이 됐습니다. 제각기 서로를 지켜주는 모습이 지혜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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