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식 목사 / 칼럼리스트(The Way), 전 <교회와신앙> 기자

▲ 양봉식 목사

사단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해 패배하였다. 그는 발가벗겨져 아무 것도 아닌 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주님이 마지막 심판을 하기 위해 재림하시기 전까지 이 땅에서 왕 노릇 한다.

그리스도인은 거듭난 새로운 피조물이다. 그래서 요한은 하나님께로 난 자마다 좌를 짓지 않는다고 했다. 하나님께로 난 자는 새로운 피조물이다. 그렇지만 몸은 여전히 새롭지 않고 생각 역시 그대로이다. 새로운 피조물의 영역은 보이는 육체적인 것이나 정신적인 영역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영적 영역임을 알 수 있다.

인간의 감정이나 생각은 여전히 옛 생각으로 남아 있다. 만약 이 영역이 새로워진다면 성령을 쫓아 쉽게 하나님의 뜻을 실행할 것이다. 그래서 사단은 아직 새로워지지 않은 생각의 영역에 침투하여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사단의 뜻을 따라 살도록 속이는 것이다. 영적 전쟁은 이 생각의 영역에서 시작된다.

신약에서 거듭난 성도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마음의 영역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롬 12:2)라고 요구한다. 비록 영으로는 거듭났지만 마음은 거듭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마음은 ‘누스’(nous)라는 헬라어를 사용한다. 누스는 생각과 의지와 감정의 체계이다. 이 체계는 아직 새롭게 되지 않다. 이 영역은 말씀을 따라 새롭게 변화되지 않으면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없고 나타낼 수도 없다.

마음은 그 사람의 가치관 혹은 신념체계이다. 이 영역을 바울은 ‘견고한 진’(고후 10:4)이라고 했다. 고정관념, 생각의 진을 통해 그 사람의 삶을 지배한다. 만약 생각이 바르면 말과 행동이 바르게 나타난다. 하나님과 사단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영적 전쟁은 이 영역에서 일어난다. 생각을 통해 사단이 역사하며 하나님도 우리에게 생각을 통해 일하신다.

즉 어떤 생각이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느냐가 우리 삶에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하느냐로 나타난다. 말은 매우 중요하다. 말은 그 사람의 어떠함을 드러낸다. 마음에 담긴 것을 말하게 되어있다. “내 말은 영이요 생명이니”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주목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입술에 두지 않고 부정과 비판과 죽이는 말을 할 때, 실제로 그 일이 우리 가운데 일어나기 때문이다.

사단은 우리의 영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거듭난 피조물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연합되어 있다. 이 사실을 예수님은 포도나무 비유와 함께 요한복음 17장에서 성도와 삼위일체의 연합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바울은 교회의 머리인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몸으로써 존재하는 교회를 연합을 말하고 있다.

사단은 패배하였음에도 옛사람의 사고방식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지배하려고 한다. 또한 몸의 욕구를 통해서도 성도의 삶을 간섭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사단은 틈을 노린다. 틈새는 언제나 마음의 영역에서 생긴다. 이 틈을 가장 쉽게 생기도록 하기 위해 사단은 마음의 영역에 가라지들을 뿌려 놓는다. 가리지를 뿌리는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영화나 텔레비전과 핸드폰 같은 미디어들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생각은 자기 스스로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생각은 여러 곳에서 온다.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도 있고 사단으로부터 온 것도 있다. 자기의 경험과 학습을 통해서도 스스로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생각을 구분하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자신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고 여긴다.

생각은 자발적인 것보다 외부의 자극이나 학습을 통해 굳어진 일정한 감정과 의식을 통해 일어난다. 가룟 유다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사단은 예수님을 팔 생각을 가롯 유다에게 넣어주었다. 그가 예수님과 함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단은 예수님의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유다의 생각을 훔치고 조정했다.

그렇다면 가룟 유다는 자신에게 예수님을 팔라고 사단이 속삭일 때 그것을 인지했느냐이다.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그가 ‘아, 사단이 내게 예수님을 팔라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예수님을 팔아야겠구나.’ 사람의 생각은 어떻게 일어나든지 3인칭으로 오지 않는다. 모두 1인칭으로 일어난다. 그래서 그것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분별할 필요가 있다.

▲ 사단은 패배하였음에도 옛사람의 사고방식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지배하려고 한다. ⓒ양봉식 목사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 중에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이 더 많다. 생각의 3/4이 부정적인 생각들이다. 씨 뿌리는 비유에서 보듯이 우리의 사고체계에 사단은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 사단은 우리의 사고에 가장 영향을 주는 도구로 미디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오늘날 가장 대표적인 도구가 핸드폰이다. 21세의 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핸드폰은 모든 미디어의 종합선물세트이다. 사진, 인터넷, 텔레비전, 컴퓨터, 전화는 물론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범접할 수 없는 기능을 가진 핸드폰 덕분에 현대인들은 이 기기가 없으면 모든 활동이 정지되는 느낌을 갖는다.

우리에게 있어 가장 놓치기 쉬운 것이 자신들이 하는 생각을 점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생각하지 않고 감정을 따라 혹은 습관을 따라 말한다. 그러나 생각의 기저에는 이미 형성된 가치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사단은 우리의 생각에 수많은 가라지들을 뿌려 놓았다. 바울은 육신의 생각이라고 하는 것이 사단을 통해 형성된 생각의 진들이다.

사단은 육의 생각을 하도록 돕는 최고의 조력자이다. 바울은 이런 사단의 전략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더 이상 자신의 사고를 중심으로 살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영의 생각, 즉 성령을 통해서 우리에게 주시는 생각으로 살라고 한 것이다.

가장 애매한 것이 어떻게 영으로 살 것인가이다. 영으로 사는 것을 좀 더 쉽게 말하면 말씀으로 사는 것이다. 이 때 말씀으로 사는 것은 성경을 읽고 그것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 방식은 여전히 사고 중심이 자신이다. 바울은 우리가 죽었기 때문에 그리스도가 사는 삶(갈 2:20)을 살라고 한다. 이 삶은 우리의 생각이 멈춰지고 영의 생각, 그리스도의 생각이 우리 안에서 시작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의 생각을 어떻게 멈추는가?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지성말살주의가 된다. 생각을 하지 못하면 바보 멍청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고의 중심에는 마음이라는 것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사고 방식이 어릴 적부터 형성된 생각과 시각, 청각으로, 감정으로 사는 방식이다. 우리는 사람을 볼 때, 겉모습으로 판단하기가 쉽다. 또한 많이 알고 많이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더 가치를 부여하기도 한다. 재정적 부요로 사는 사람, 사회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의 삶이 더 가치 있어 보이며, 교수를 더 도덕적인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보시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성경은 그리스도인들의 사고방식이 이제 하나님이 보시는 방식으로 보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 방식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을 멈춰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멈출 것인가? 생각을 멈추는 것이 무슨 말인가? 이 방식으로 가기 위해서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우리가 하는 사고방식의 패턴이다.

우리의 옛사람, 혹은 옛 자아는 십자가에서 죽었다. 이것은 법정적 선언이다. 모든 사람들을 위해 십자가에서 그리스도 죽으셨다. 그런데 그 죽음이 모든 인류에게 똑같이 적용되었지만 효력은 믿는 자에게 있다. 믿는 자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함께 살아나 함께 보좌에 앉혔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는 여전히 육신이 살아 있다. 그러나 십자가의 죽음은 단순한 비유나 상징이 아니다. 실제로 죽고 실제로 영의 영역에서 거듭나고 살아났다. 만약 십자가의 사건과 바울이 그리스도인들이 예수의 죽음을 동일시하는 것을 상징이나 비유라고 말한다면 사단은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에 대해 어떤 두려움도 없을 것이다.

사단은 말씀과 우리의 생각들을 왜곡시키는데 능숙하다. 사단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단순히 죄사함에 국한시키도록 왜곡하고 있다. 그러나 성경은 죄사함은 물론 깨끗이 한 다음에 그 안에 하나님의 생명으로 거듭나게 해서 이 땅에서 하나님의 생명으로 살 수 있도록 했다고 말한다. 죄인이 삶이 아니라 의인의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실수하고 죄를 짓더라고 여전히 의인(잠 24:16)이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말한다. 거룩하고 흠 없는 삶의 양식은 그리스도 안에서 항상 가능하다.

성경은 우리의 눈에 보이고 감각을 통해 배운 이성적 논리보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성취한 것이 영의 생각이 우리의 것이라고 말하며 살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죄책감, 정죄감이 아니라 의와 평강으로 하나님 나라를 나타내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새롭게 지음 받은 존재라는 것이다. 예전에서는 죄 안에서 죄의 종으로 살았다면 의 안에서 의의 종으로, 왕 노릇하는 자(롬 5:21, 고전 4:8, 딤후 2:12)라는 것이다.

우리가 죽어서 누리는 하나님 나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울이 말하는 비밀이다. 그리스도가 우리의 비밀이고 그 안에서 삶을 얻는 것이 비밀이다. 이 비밀은 이성이나 지성이 아닌 영의 생각, 즉 성령님을 통해 말씀으로 조명되는 복음의 능력이다(롬 8:5-6).

우리의 생각의 방식을 이제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방식으로 말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피조물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삼위일체 하나님과 연합되어 있다. 이것은 노력을 통해 이루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연합되어 있다. 이것을 누리기 위해서는 말씀이 우리 안에 거해야 한다.

하나님이 우리를 두고 사랑(아가페)이라고 말씀하신다. 그의 본성이 우리 안에 부어졌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신성에 참여한 자이다. 이 성품이 우리의 본질이 되었다. 그래서 거룩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염려가 없다. 그리스도 안에서 부요하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능력을 주실 때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성경이 새로운 피조물에게 부여한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진 모든 정체성을 자기 것으로 고백하며 사는 것이 영으로 사는 것이다. 더 이상 멍청이가 아니다. 그리스도의 지혜가 우리의 지혜가 되었기 때문이다(고전 1:30). 더 이상 죄의 종이 아니라 의의 종이다. 예수님과 동일한 근원에서 나왔기 때문에 그분은 우리를 형제라 부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셨다(히 2:11). 우리가 실수하거나 잘못했을 때 그분이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하나님으로부터 버림을 받을까 전정긍긍하지 않아도 된다(히 13:5, 수 1:5, 신 31:6)..

사단이 우리를 속이는 가라지들을 마음판에 새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 가운데 이루어 놓으신 것을 마음에 새기고 그것을 말하고 살 때, 그것이 곧 영의 생각으로 살기 시작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말을 그치고 그분이 말씀하신 약속의 말씀으로 말할 때 그것이 사단의 생각을 거절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