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종 선교사 / 디르사어린이선교회 대표

[ 이 글은 디르사선교회 대표 김희종 선교사의 글로, 세 아이를 뉴질랜드에 두고 한국에 오가며 어린이 선교(4세~7세)를 하는 가운데 뉴질랜드에서 한국 어머니들께 쓴 편지이다. / 편집자 주 ]

짙푸른 밤하늘에 달이 환히 떠오르면 달빛이 너무 맑아 고독함에 가슴이 젖습니다. 하늘로 치솟은 나무들로 채워진 깊은 숲 속의 적막함이 어우러져 주님과 나만 남습니다. 사이사이 가늘게 흘러들어온 달빛은 숲의 냄새로 날 더욱 예수님께 취하게 합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오후 3시면 수업이 끝납니다. 돌아온 아이들에게 미역국에 밥을 먹이고 약 2km를 걸어갑니다. 포근히 쌓인 나뭇잎 방석을 깔고 앉아 마음껏 한국말로 하나님께 실컷 이야기를 하고 나면 어느새 한국에 있는 아이들 예배실에 앉아있는 듯 아늑해집니다.

▲ 김희종 선교사

감았던 눈을 뜨고 나면 다시 멀고 먼 이국땅에 있다는 낯섦과 함께 조그만 어린아이들은 온데간데없고 서먹함을 만듭니다. 아마 영어가 안 되는 엄마가 뉴질랜드 생활이 꽤나 힘들어 한국말을 마음껏 쏟아낸다 싶어 괜스레 멋쩍습니다. 그리고 숲 속 밤길을 세 아이와 팔짱을 끼고 나올 때면 엄마가 키가 작아 불편하다며 놀리지만 즐겁습니다.

엄마가 금식을 닷새 하면 어릴 때부터 세 아이는 한 끼씩 두 끼씩 금식을 나누어 합동 금식이 시작됩니다. 막내는 엄마 사랑이 제일 큰 척, 하루를 맡아 하겠다고 큰소리칩니다. 한 끼하고 나가떨어져 누나들한테 놀림 받던 옛이야기 하며 숲 속 길을 빠져나오면 기뻐집니다. 아마 세 아이와 함께한 예수님 때문일 겁니다.

뉴질랜드 시골 외톨이 가족에게 주신 숲 속 기도는 바다 건너 산 넘어 두고 온 한국의 어머니가 그리워지게 합니다. 또 금식기도를 하셨다는 어머니의 전화는 날 양심 없는 딸이라는 자책이 되며 세 아이의 엄마인 난 부끄럽습니다.

파란 하늘과 초원 그리고 양 떼들을 혼자 보는 것이 염치없다는 마음이 듭니다. 맑은 공기를 뚫고 들어온 빛의 하나님은 말없이 내 욕심을 내려 앉히는 신비함은 사람의 마음을 착하게 만드나 봅니다. 누군가의 가슴에 예수님의 착한 마음을 나누어주고 싶게 하는 걸 보면 하나님 만드신 자연은 나의 훌륭한 선생님입니다. 어쩜 세월이 갈수록 때 묻어가는 세 아이에게 쉬지 않고 사랑해주시는 예수님은 정말 최고 근사한 분입니다.

작은 풀꽃을 꽃병에 담는 딸을 보며 열심히 공부하라는 소리가 다물어집니다. 하나님 주신 내 몫의 일은 아이들 각자의 몫의 일을 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내게 답답한 가슴을 풀기 위해 책을 읽기도 쓰게도 하십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피아노도 치고 첼로도 켜고 플루트도 불어대며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으며 외롭고 지루함을 달랩니다. 이렇게 내게 아이들 양육법을 가르쳐 주시는 하나님은 정말 멋진 선생님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텃밭에 잡초를 뜯으며 큰 소리로 찬송을 부르게 하시더니 이웃집 금발 머리 아줌마가 과자를 구워 가져왔습니다. 하나님은 이웃과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돈을 쓰는 법, 똑똑이가 되는 법, 예쁜이가 되는 법도 모두 잘 아실 겁니다. 그래서 난 예수님 몸의 한 귀퉁이가 된 것이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