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Faith목회아카데미 학장(fma2.com)

▲ 김기홍 목사

“내가 수고를 넘치도록 하고 옥에 갇히기도 더 많이 하고 매도 수없이 맞고 여러 번 죽을 뻔하였으니 유대인들에게 사십에서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았으며 세 번 태장으로 맞고 한 번 돌로 맞고 세 번 파선하고 일주야를 깊은 바다에서 지냈으며 여러 번 여행하면서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동족의 위험과 이방인의 위험과 시내의 위험과 광야의 위험과 바다의 위험과 거짓 형제 중의 위험을 당하고 또 수고하며 애쓰고 여러 번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여러 번 굶고 춥고 헐벗었노라.”

정말로 초인적인 투쟁이다. 그러기에 사도바울 같은 종이 되라고 하면 겁먹는 이가 많다. 자기는 보통 목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사도바울도 특별히 용감하고 모험심이 많다든지 스스로 원해서 그렇게 고난을 당한 것은 아니다. 주의 일을 하다보니까 그런 삶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목이 잘려서 순교까지 했다고 한다.

예화들을 읽어보면 말할 수 없는 역경에서 꿋꿋하게 일을 해 낸 사람들이 나온다. 나병에 걸리고 시력도 상실하면서 봉사했다. 전 재산을 잃고 자녀도 잃었다. 그런데도 끝까지 전도하며 살다 죽었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예수 믿는 것이 세상적으로는 오히려 망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들이 이렇게 신앙생활을 했으니 훌륭하다고 말한다. 이땅에서 비참했지만 천국에서는 큰 상을 받으리라고 한다.

그렇게 외형적으로 훌륭했던 사람들은 다른 종교에도 얼마든지 많다. 간디는 모든 종교를 통틀어 존경을 받는다. 다 버리고 한 벌 옷만 가지고 살며 조국의 독립을 일으켰다. 빈민굴에서 평생을 보낸 테레사 수녀를 존경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헨리 나우엔의 책을 읽으며 그를 흠모하는 개신교 신자들도 많다. 하버드의 교수직을 버리고 정신박약아 시설에도 봉사하다가 죽었다. 이들은 개신교 설교에서 자주 등장하는 존경받을 인물들이다. 과연 우리 신앙에 부합하는 설명을 해 주고 있는가?

오직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 헌신한 외형만 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자기 소유를 모두 남에게 주고 빈손으로 사는 것도 강조된다. 그것이 신앙의 핵심인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죄악이거나 신앙이 부족한 것인가? 성경 인물들도 그렇게 보아야 하는가? 사실 성경의 위대한 인물들은 거의가 다 잘 먹고 잘 살았다. 한 마디로 외형적인 가난이나 헌신 자체만으로 신앙적인 설명이 다 되는 것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사도 바울의 가난이나 희생을 육신적인 노력이나 헌신으로만 보아서는 이해가 안 된다. 그의 행적은 가히 초인적이다. 사도행전 14장에서는 유대인들에게 돌로 맞아 죽음을 당한다. 성경에는 죽은 줄 알고 시외로 끌어내쳤다고 했지만 때린 자들은 죽음을 확인하고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의 시체를 수습하러 제자들이 접근하자 그는 눈을 뜨고 일어났다. 부축도 받지 않고 입원도 안 하고 성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과연 이것이 인간인가? 그 능력이 없이 어떻게 엄청난 업적을 수행할 수 있었으랴!

신자는 자기 육신의 정성과 힘으로 주를 섬기는 게 아니다. 만약 그렇게 이해하며 목회한다면 시작부터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내 육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에 얼마나 되겠는가! 할수록 고통스럽기만 하고 열매는 없으리라. 얼마나 많은 목회자들이 주를 위한 헌신을 육신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른다. 정말로 주를 매순간 의식하고 의지하고 있다면 주로부터 세상이 주는 것 같지 평안과 능력을 공급 받는다. 그 힘으로 나갈 때는 바울이 따로 없다. 누구나 다 바울처럼 아니 그 이상의 권능자가 된다.

죽도록 맞고 모욕을 당해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게 아니다. 물론 괴롭고 힘들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능력이 일어나 견딜 수 있게 만든다. 사도행전 16장에서 사도바울은 실라와 죽도록 맞고 씻지도 못하고 저녁도 굶고 손발이 묶인 채로 감옥에 던져진다. 그런데 한밤중에 찬미를 한다. 신음 소리가 아니다. 죄수들이 다 듣고 감동하는 찬송이다. 이게 억지로 육신의 힘을 다 해 하는 것인가? 주를 의지하지 않고 제대로 찬송을 할 수 있는가? 주의 공급하는 힘은 상처도 치료하고 새 힘도 준다.

뿐만 아니라 상황을 바꾸고 신자를 만들어낸다. “이에 갑자기 큰 지진이 나서 옥터가 움직이고 문이 곧 다 열리며 모든 사람의 매인 것이 다 벗어진지라... 간수가 등불을 달라고 하며 뛰어 들어가 무서워 떨며 바울과 실라 앞에 엎드리고 그들을 데리고 나가 이르되 선생들이여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받으리이까.” 과연 이런 상황을 외형적으로만 보아야 하는가? 영적 능력이 외형으로 표현된 것이다.

그러기에 사도바울을 고백한다.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 주를 위해 수없이 굶고 맞고 피곤하고 잠 못자고 억울함 당하고 감옥에 간다. 순전히 인간인 내 힘으로 그렇게 해도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왜 하나님의 도움 없이 그렇게 헛된 고생을 하는가! 그렇게 해서 무슨 영적이고 영원한 가치를 갖는가? 주를 의지하고 주와 함께 하라. 그러면 사도바울처럼 된다. 넉넉히 이긴다. 그리고 영적 열매를 맺는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힘으로 한 것만 인정하시고 상을 주신다. 그것이 목회요 목회는 이 힘으로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