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수 목사 / 상도중앙교회 담임

본문 / 고린도전서 10장 12-13절        [ 동영상으로 보기 ]

▲ 박봉수 목사

일전에 일행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한 고등학교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풋풋한 남녀 고등학생들이 활짝 웃으며 즐겁게 무엇인가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방송반 학생들인 것 같았습니다. 무엇인가 공동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엉뚱한 말을 내 뱉었습니다. “참 좋을 때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어떤 분이 대꾸했습니다. “그렇죠! 참 좋아 보이네요. 저는 다시 저 시절로 돌아가고 싶네요. 목사님은 어떠세요?” “글쎄요.”라고 답하고는 잠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한 가지가 걸렸습니다. 바로 시험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3년 내내 대학입시 때문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몸서리가 쳐집니다. 특히 모의고사는 더 그렇습니다. 대학입시를 준비한다고 매월 모의고사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시험 결과를 게시판에 공개했습니다. 반 석차와 학년의 전교 석차까지 다 공개했습니다. 매월 마지막 주에 게시판을 보는 일이 정말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시험을 잘 봤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시험을 잘 보지 못했으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답했습니다. “아니요! 저는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시험은 학창시절에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우리 신앙생활 안에도 있어왔습니다. 물론 학창생활에 보던 시험과는 다른 영적 시험이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잘 치러야 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본문은 바로 이 신앙생활의 시험에 관한 말씀입니다.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이 말씀에서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백성들을 시험하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험당할 때 하나님께서 능히 감당하게 해 주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시험하신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께서 시험하신다는 말씀이 여러 곳에 나옵니다. 창 22:1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일 후에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시험하시려고 그를 부르시되.”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고 명하셨는데 이것이 하나님의 시험이었다는 것입니다.

삿 3:1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가나안의 모든 전쟁들을 알지 못한 이스라엘을 시험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 가운데 이방 민족들을 남겨두셨는데 이것이 하나님의 시험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 여러 곳에서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백성을 시험하셨다는 말씀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와 달리 하나님께서 시험하지 않으신다는 말씀도 나옵니다. 약 1:13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시험을 받을 때에 내가 하나님께 시험을 받는다 하지 말지니 하나님은 악에게 시험을 받지도 아니하시고 친히 아무도 시험하지 아니하시느니라.” 분명히 하나님께서는 친히 아무도 시험하지 않으신다고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된 것일까요? 어느 곳에서는 하나님께서 시험하신다고 하시고 어느 곳에서는 하나님께서는 시험하지 않으신다고 하시니 말입니다. 간단합니다. 시험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시험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리스도인들을 연단하여 더욱 든든한 믿음 가운데 세워주기 위한 시험입니다. 영어로는 ‘test’라고 번역합니다. 마치 학생들이 시험을 보면서 실력을 쌓아가는 것처럼 그리스도인들도 이런 시험을 통해서 영적 실력을 쌓아가게 됩니다.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인들을 넘어뜨리기 위한 시험입니다. 영어로는 ‘temptation’이라고 번역합니다. 다른 말로는 유혹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낚시꾼들이 낚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고기들이 좋아하는 먹이감을 미끼로 낚시 바늘에 달아 물에 던져 놓습니다. 물고기들이 미끼의 유혹에 넘어가면 낚이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돈이나 명예나 쾌락 또는 권력 같은 것들로 그리스도인들을 유혹하여 넘어뜨리려 하는 것을 말합니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믿음을 세워주시려고 하나님의 백성들을 test라는 시험은 하시지만, 넘어뜨리려고 하나님의 백성들을 temptation이라는 유혹은 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사탄은 결코 믿음을 세워주려고 하나님의 백성을 test라는 시험은 하지 않고, 오직 넘어뜨리려고 하나님의 백성을 temptation이라는 유혹만을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백성을 test라는 시험을 하시고, 사탄은 하나님의 백성을 temptation 즉 유혹이라는 시험을 한다는 말씀입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백성들을 시험하시는데 감당할 정도의 시험만 하신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우선 하나님께서는 시험을 감당할 수준에 오르지 않은 사람들은 어떤 시험도 하지 않으십니다.

그런 말이 있습니다. “유능한 농부는 약한 소에게는 멍에를 씌우지 않는다. 대신 힘센 소에게 멍에를 씌운다. 약한 소가 멍에를 쓰게 되면 주저앉게 되고 자칫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시험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시험하지 않으십니다. 자칫 시험에 들어서 그나마 간직하고 있는 믿음마저도 잃어버릴까 봐서입니다.

다음으로 하나님께서는 시험을 하시되 그에게 맞는 수준의 시험을 하십니다. 믿음이 있더라도 믿음의 수준에 따라 시험을 하신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믿음이 작은 사람들에게는 작은 시험을 하십니다. 작은 시험이란 이해할 수 있는 시험을 말합니다. 인과관계가 명확한 시험을 말합니다.

아브라함이 아직 아브람 시절 하나님께서는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라고 명하셨습니다. 시험입니다. 이 때 아브람은 하나님께서 인도하실 것이고,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그곳에서 땅을 얻고 큰 민족을 이룰 것이라는 약속을 믿고 순종하여 나아갔습니다. 힘은 들었지만 그 약속은 이해할 수 있는 약속입니다.

오늘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을 시험하십니다. 성수주일을 하라고 하십니다. 그렇게 하면 그들의 삶을 책임지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믿음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십일조 헌금을 하라고 하십니다. 그렇게 하면 그들의 물질적인 문제를 책임지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믿음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힘들더라도 아브람처럼 이렇게 이해할 수 있는 시험을 잘 통과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믿음이 성숙해 지면 큰 시험이 찾아옵니다. 다시 말하면 이해할 수 없는 시험이 찾아옵니다.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시험이 찾아옵니다.

아브라함이 믿음이 자라고 나이 들었을 때 아들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고 명하셨습니다. 큰 민족을 이루게 하시려고 나이 백세에 이삭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미 나이가 백세가 훨씬 넘은 나이에 그 아들을 번제로 바치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면 큰 민족을 이루게 하시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다시 이 나이에 어찌 또 아기를 가져서 큰 민족을 이루겠다는 약속을 이루어드릴 수가 있을 것입니까? 이해할 수 없는 명령입니다.

아마도 아브라함은 차라리 자기를 번제로 바치게 하고 아들 이삭은 살려달라고 청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을 것입니다. 생명보다 귀한 이삭을 어떻게 번제로 바칠 수 있느냐고 항변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순종하여 그 시험을 넘겼습니다. 이미 큰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명을 받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이 드는 일을 겪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항변하고 싶은 일을 겪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하나님 앞에 그토록 최선을 다했는데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원망하고 싶은 일을 겪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큰 시험입니다. 그 사람은 그 정도의 시험을 감당할 수 있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런 큰 시험을 하시는 것입니다. 힘이 들더라도 아브라함처럼 잘 통과해야 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감당할 수 있는 시험을 하시는 분이십니다. 그 사람의 믿음의 수준을 보시고 거기에 걸맞은 시험을 하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시험 때문에 넘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우리가 한 가지 분명히 할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시험을 하시는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믿음을 연단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의 믿음을 더욱 굳건하게 하시기 위해서입니다.

군에 다녀오신 분들은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훌륭한 군인은 거듭되는 훈련으로 만들어집니다. 입대하면 장정이 훈련병이 됩니다. 훈련병은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뒤에 병사가 됩니다. 병사는 자대에 배치된 뒤에 반복되는 다양한 훈련을 받습니다. 그러면서 정예병으로 세워지게 됩니다.

성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브라함은 계속되는 하나님의 시험을 통해 믿음의 아버지로 세워져갔습니다. 베드로도 계속되는 하나님의 시험을 통해 믿음의 반석이 되어져갔습니다.

그래서 야고보 사도는 약 1:2에서 이렇게까지 말씀하고 있습니다. “내 형제들아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당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시험을 당하게 되면 기쁘게 생각하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시험을 당하게 되면 두 가지 때문에 기뻐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하나님께서 내 믿음이 하나님의 시험을 당할 만하다고 인정해 주셨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리고 둘은 이 시험을 이기고 나면 더 큰 믿음이 되게 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시험을 감당하게 하신다.

오늘 본문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우리가 시험을 당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가만히 보고만 계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시험을 이겨내 본 체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 말씀이 무슨 뜻인지 잘 압니다. 성경에도 참 많은 사례들이 나옵니다.

모세는 하나님께 명을 받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광야로 가라는 것입니다. 당장 사막생활을 할 수 있는 장비나 시설이 준비되지 못했습니다. 낮에 사막의 강렬한 태양빛을 어떻게 할 것이며 밤에 추위는 또 어떻게 할 것입니까? 그 많은 사람들 식량은 어떻게 조달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식수문제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가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모세는 이 감당할 수 없는 놀라운 명령에 순종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하나님께서 피할 길을 여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저들이 순종하여 사막이 시작되는 에담이라는 곳에 왔습니다. 낮의 해와 밤의 달이 저들을 힘들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험을 감당하기 힘든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이 때 불기둥과 구름기둥이 나타났습니다. 하나님께서 피할 길을 여신 것입니다.

저들이 홍해를 건너 사막 한 가운데로 들어섰습니다. 수르 광야를 지났습니다. 그리고 엘림을 지나 신광야로 접어들었습니다. 저들이 애굽에서 가지고 나왔던 식량이 바닥이 났습니다. 이제 먹을 것이 없어 이스라엘 백성이 원망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다시 하나님께서 주신 시험을 감당하기 힘든 순간이 온 것입니다. 이 때 하나님께서 저들에게 전무후무한 양식인 만나를 내려주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피할 길을 여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시험 당할 때 보고만 계시지 않으십니다. 그 시험을 감당하기 힘든 때가 되면 그 어려움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여십니다. 그래서 그 시험을 능히 감당할 수 있게 해 주시는 것입니다.

1944년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출구가 없다>(No Exit)이라는 희곡을 발표했습니다. 연극을 통해 현대인의 절망을 나타내 보이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 연극의 시작 장면은 이렇습니다. 방안에 여러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고문합니다. 모두가 고통 가운데 비명을 지릅니다. 그런데 그 방안에는 창문이 없습니다. 도망쳐 나갈 문이 없습니다. 사르트르는 이 방을 지옥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렇습니다. 현대인들이 겪는 문제의 핵심은 고통 그 자체가 아닙니다. 그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절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출구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해 놓으셨습니다. 오늘 하루하루 우리가 겪는 시험이 극심하여 감당하기 힘이 들어도 우리는 견뎌낼 수 있습니다. 왜요? 하나님께서 피할 길을 여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여기까지 오면서 구체적인 체험들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시험 당할 때에 피할 길을 여시는 것은 물론이고 피할 길이 열리기까지 그 시험을 잘 감당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눅 22:43을 보면 주목할 만한 내용이 기록되어있습니다. “천사가 하늘로부터 예수께 나타나 힘을 더하더라.”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실 때입니다. 십자가를 앞에 두고 예수님께서 감당하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셨습니다. 심지어 내가 죽게 되었다고까지 말씀하셨습니다. 이 때 아버지께서는 이런 예수님을 홀로 두지 않으셨습니다. 천사를 보내셔서 예수님께 힘을 더해 주신 것입니다.

오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시험을 당해서 너무 힘이 들어 쩔쩔매고 있을 때 주님께서 가만히 보고만 계시지 않습니다. 우리 곁에 오셔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힘을 더해주십니다.

제가 힘이 들 때 자주 부르는 찬양곡이 있습니다. ‘일어나 걸어라’라는 곡입니다.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주
나의 인생길에서 지치고 곤하여
매일처럼 주저앉고 싶을 때 나를 밀어주시네
일어나 걸어라 내가 새 힘을 주리니
일어나 걸어라 내 너를 도우리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주
평안히 길을 갈 땐 보이지 않아도
지치고 곤하여 넘어질 때면 다가와 손 내미시네
일어나 걸어라 내가 새 힘을 주리니
일어나 너 걸어라 내 너를 도우리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시험을 당하여 힘들어 할 때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그 시험을 능히 감당할 수 있는 새 힘을 주십니다. 우리가 힘이 들어 넘어지려 할 때 주님 앞으로 달려 나와 기도하면 주님께서 우리에게 새 힘을 주십니다. 이렇게 주님을 우리로 시험을 감당하게 해 주십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시험하십니다. 보다 굳센 믿음의 자리로 인도하시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시험이 다가오면 기뻐하십시오. 그리고 더 철저하게 하나님을 의지하십시오. 그러면 우리가 시험을 감당하기 힘들 때 피할 길을 여십니다. 그리고 시험과 씨름하는 동안 새 힘을 주십니다. 시험 당할 즈음에 잘 이기시고 더욱 큰 믿음의 자리로 나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