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연 선교사 / 성지선교회 대표

1. 페르가몬(버가모, Pergamon)의 역사

▲ 원제연 선교사

우리에게는 소아시아 7교회 중 하나인 ‘버가모’로 익숙한 페르가몬(Pergamon)은 아주 오래된 고대도시인데, 고대 그리스 시인인 호메로스의 ‘일리어드’에 의하면 그 기원은 트로이 전쟁이 있던 기원전 13세기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가 익히 아는대로 그리스 미케네 왕국과 트로이와의 전쟁은 10년간 지속되며 나중에 그리스 군사들의 ‘트로이 목마’ 전술로 최후 승리를 거둔다(트로이 유적도 페르가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음).

그런데 이 전쟁이 끝나고 아킬레우스(Akilleus)와의 대결에서 운명을 달리한 위대한 트로이 왕국의 왕자이자 전사였던 헥토르의 부인인 안드로마케(Andromache)를 전리품으로 끌고 가는데, 그녀를 트로이 전쟁에서 전사한 위대한 영웅 아킬레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Neoptolemos)와 결혼시켰다. 이 둘 사이에서 3명의 아들이 태어나게 되는데 그중 한 명 이름이 페르가모스(Pergamos)라는 ‘페르가몬’을 건설한 사람이다.

▲ 페르가몬과 주변 정세도

오늘날 베르가마(Bergama)라 불리는 페르가몬은 로마 제국 당시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 이 도시에 가자마자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크로폴리스인데, 390m 높이의 가파른 언덕 위에 세워졌다.

일찍이 알렉산더 대왕이 동방 원정 중에 요절하게 되면서, 그의 제국은 사분오열 되며 디아도키(Diadochi)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의 수하 장군이었던 리시마쿠스(Lysimachus)는 페르가몬이 천연 요새임을 깨닫고 성을 쌓는 등 군사 기지로 만들었다.

그러나 리시마쿠스는 BC 281년, 코로페다움 전투에서 그의 수하인 필레타리우스(Philetarius)의 배신으로 인해 전투에서 패하여 전사하고 말았고, 이후 필레타리우스에 의해 페르가몬 왕국이 탄생했다.

페르가몬 왕국은 아나톨리아 지역이 로마 제국의 속국으로 편입되기 전에는 소아시아 7교회 중 에베소, 서머나를 제외한 나머지 5개 교회가 있던 지역을 포함한 터키 아나톨리아 서부 지역 중 상당 부분을 관할했던 왕국이었다.

▲ 페르가몬 안내도 ⓒhttp://www.greeceturkeypackagetours.com 도서관과 아스클레피온 : 왼쪽 윗 부분 ‘ASCLEPION’이라고 적혀있는 부분에 위치. 아크로폴리스 : 오른쪽 높은 언덕에 건물들이 보이는데 ‘ACROPOLIS’라고 적힌 부분에 위치. 붉은 바실리카 : 가운데 아래 부분에 ‘RED BASILICA’라고 적혀 있는 부분에 위치.

이렇게 발흥한 페르가몬은 유메네스 1세, 유메네스 2세, 앗탈로스 2세를 거쳐 BC 133년 왕국의 마지막 왕인 앗탈로스 3세 때 그가 죽으며 그의 왕국을 카르타고와의 3차에 걸친 포에니 전쟁을 치르며 거대 제국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로마에 무혈양도하며 150년이란 시간동안 짧았지만 큰 족적을 후대에 남기고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하게 되었다.

2. 페르가몬 왕국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

(1) 페르가몬 도서관과 세계 최초의 양피지 책 발명

페르가몬은 세계 최초로 ‘양피지’를 발명한 도시로 유명합니다. 양가죽으로 만든 종이를 일컫는 ‘양피지’를 헬라어로 ‘페르가멘트’(Pergament), 라틴어로는 ‘페르가멘툼’(Pergamentum), 영어로는 ‘파르츠먼트‘(Parchment)라고 하는데, 모두 페르가몬(Pergamon)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성경은 이를 ‘가죽 종이’라 하였는데, 현재 유명 가죽 브랜드 중 ‘페라가모’라는 것이 있는데 이 역시 동일한 기원을 가지고 있다.

고대 도서관 중에서 가장 유명한 3곳이 있는데, 제일 규모가 컸던 곳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도서관으로써 50만권의 장서를 자랑했고, 그 다음이 페르가몬 도서관이었는데 그 당시는 20만권을 장서했고, 마지막이 에베소에 있는 셀수스 도서관으로서 2만권 정도 장서를 보유했다.

그런데 BC 250년 경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페르가몬 도서관 사이에 ‘정보 전쟁’이 벌어진다. 그 당시는 이집트를 마케도니아 출신의 ‘프톨레마이오스’(Ptolemaios) 왕조가 ‘파라오’(Pharaoh)가 되어 이집트를 통치하던 시기였다. 알렉산더 대왕의 충신이었던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알렉산더의 뜻을 따라서 알렉산드리아를 세계에서 가장 큰 뛰어난 문명 도시와 학문과 지식의 도시로 만들려는 욕심이 있었고, 그것을 위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지었다. BC 250년 프톨레마이오스 2세 때가 알렉산드리아의 가장 전성기인데 도서관에도 가장 많은 장서를 했던 시기라고 한다.

▲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상상도 ⓒhttp://www.ancientvine.com

그런데 이와 동시에 똑같이 알렉산더 대왕의 수하 장수였던 리시마쿠스로 인해 세워진 왕국인 ‘페르가몬’에서도 유메네스 2세와 그 뒤를 이은 앗탈로스 2세도 정치보다 학문 연구에 치중해서 ‘페르가몬 도서관’을 만들어서 많은 책을 만들거나 모았었는데 20만권 정도의 책을 모았다고 한다.

그 당시 페르가몬은 이집트에서 책을 만드는데 필요한 ‘파피루스’(Papyrus, 종이를 만들 때 사용하는 갈대)를 수입해서 책을 만들었었는데, 점점 몸집을 키워오는 페르가몬 도서관에 위기감을 느낀 프톨레마이오스 2세가 페르가몬에 파피루스 수출을 전면 중단시켰다.

페르가몬의 유메네스 2세는 이집트 나일강 하구에서만 자라는 파피루스를 대체할 수 있는 책을 만드는 재료를 개발하라고 신하들에게 지시하는데, 얼마 후에 신하들이 양이나, 송아지 가죽을 가공해서 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양피지’를 개발했다.

게다가 유메네스 2세는 획기적인 발명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파피루스로 만드는 책은 두루마리 휴지처럼 ‘두루마리 형태’였는데, 하지만 유메네스 2세는 옆에 구멍을 뚫어 꿰어서 지금처럼 최초로 ‘옆으로 넘기는’ 책을 개발했던 것이다. 덕분에 책의 내용을 찾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현격하게 줄어들게 되었는데, 이것은 마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데이터 신호 역사가 넘어가는 사건에 준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현대의 스마트폰이 있게 한 주인공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개발했던 것처럼 혁신적인 사건이었다.

다만 단점은 양피지로 만든 책은 비용이 비싸다는 것인데, 100페이지짜리 책을 만드는데 양 10마리가 필요했다고 한다. 지금 터키에서 양 한 마리가 30만원정도 하니까, 양피지로 100페이지 책 한 권 만드는데 3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 것이다.

BC 48년에 로마 제국의 패권을 놓고 내전을 벌이던 폼페이우스가 파르살루스 전투에서 카이사르에 패한 뒤에 이집트로 도망을 했고, 그 뒤를 카이사르와 그가 지휘하던 로마군이 이집트에 입성을 했었는데, 카이사르가 당도하기 전에 이미 그 당시 파라오였던 프톨레마이오스 13세의 명으로 폼페이우스는 참수를 당하고 말았다. 이 때는 우리가 잘 아는 클레오파트라가 이집트의 헤게모니를 놓고 동생이자 남편인 프톨레마이오스 13세와 다투던 시기였는데, 클레오파트라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카이사르를 유혹해서 자기편으로 만든 후 카이사르의 도움으로 클레오파트라가 유일한 이집트 파라오가 되었다.

바로 카이사르의 로마 군대가 프톨레마이오스 13세의 이집트 군대와 전투를 벌이는 와중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중 일부가 불에 타서 소실되었는데, 책을 사랑했고 학문 연구하는데 열의를 보였던 클레오파트라가 상심이 컸다고 전해진다.

후에 카이사르가 원로원과 브루투스의 계략에 말려 암살당한 후 로마의 상황은 카이사르의 부하 장수였던 안토니우스와 카이사르의 후계자였던 옥타비아누스 간의 내전 상황에서 다시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와 정치적인 목적으로 결탁하게 되었고, 나아가서 나중에는 두 사람이 정말 사랑하는 연인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 때 안토니우스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있던 많은 책을 소실 당하고 상심해 있던 클레오파트라를 위해서 페르가몬 도서관에 있던 20만권의 책을 전부 빼내서 커다란 배에 싣고 알렉산드리아에 있던 연인 클레오파트라에게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2) 세계 최초의 병원과 의사 히포크라테스

버가모는 의료도시로 유명했는데, 당시 헬라의 의료의 신인 아스클레피온(Asclepion)의 신전이 이곳에 있어 병원으로 활용되었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이곳에서 활동 했습니다. 아스클레피온은 신전이자, 의학교였으며 병원이기도 했다.

그리스의 에피다우루스 및 코스 섬의 의료 기관과 유사한 형태의 이 아스클레피온은, 역사가 파우사니아스에 의하면 BC 4세기 경에 지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유적은 로마의 하드리안 황제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당대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의료기관이었다.

치료의 신 아스클레피우스의 이름을 붙인 이 병원은 현대 병원이 갖추고 있는 대부분의 것을 갖추고 있었다. 약물 치료뿐만이 아니라, 환자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연극 공연을 했던 원형극장,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터널, 진흙 목욕, 마사지 그리고 도서관에서의 독서, 그리고 건강을 되찾게 해준다는 샘물 등도 만들어서 전인 치료에 사용했었다. 이런 것들을 보면 당시의 의학의 수준도 상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아스클레피온의 유명한 의사는 바로 갈렌(Gallen)이다. 그는 서머나와 알렉산드리아에서 의학을 공부했으며, 당대의 왕의 주치의를 맡을 정도로 훌륭한 외과의사였고, 특히 해부학에 조예가 깊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연구는 바로 19세기 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그 공적이 대단하다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아스클레피온의 입구의 기둥에는 뱀이 새겨져 있다. 바로 아스클레피우스의 상징 동물이 바로 뱀인데, 옛부터 뱀은 치료의 상징이었다. 지금도 의학교와 의사협회 등 의학과 관련한 단체 마크에 뱀의 형상을 사용하고 있다.

2. 붉은 저택(Red Hall)

버가모 교회는 AD 2세기 초반에 하드리안 황제 때 이집트의 신인 ‘세라피스’ 신전으로 지어졌으며, 이후에는 '붉은 저택'(Red Hall)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워졌다. 그 규모는 건물 내부 길이 60m, 폭 26m, 높이 20m인 웅장한 구조의 건축물이었다.

▲ 붉은 저택(Red Hall) ⓒ성지선교회

그렇다면 ‘세라피스’는 어떤 신일까? 이집트에서는 태고적부터 아피스를 숭배했었는데, 아피스는 고대 이집트의 황소 신을 말한다. 이집트에서는 많은 동물들이 신으로 숭배 되었었는데, 그중 아피스는 오시리스와 결합하여 세라피스라고 불렸다.

이 신전의 가장 중요 부분은 3면이 기둥으로 둘러 싸여 있는데, 이색적인 것은 이 기둥이 당시에 흔했던 도리아, 이오니아, 코린트 양식이 아니라 등을 서로 맞대고 있는 기둥으로 되어 있는 점이다. 또 한 가지 특징은 강 위에 세워졌다는 것이다. 즉, 이 신전 밑에는 대각선으로 셀리누스 강이 흐르고 있는데 직경 9m의 토관 2개를 묻어 강물이 흐를 수 있도록 했고, 그 위에 대리석으로 바닥을 깔아 평평하게 했다.

AD 4세기 초에 기독교가 공인된 후 바닥을 높여 페르가몬 시민들을 위한 기독교 교회로 사용되다가 비잔틴 제국이 쇠퇴하자 13세기 이후 폐허가 되고 말았다.

3. 버가모 교회사

사도 바울이 에베소에 머물면서 복음을 전할 때 버가모는 그리스의 제우스 신전, 디오니소스 신전, 아테나 신전과 함께 전 아시아의 로마 황제 숭배의 중심지였다. 이런 신전에서 버가모 주민들은 황제 숭배와 함께 로마 제국에게 충성을 다짐해야 했다. 바울과 요한을 통해서 소수의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을 받아 들였다. 그러나 그들에게 로마 황제를 하나님으로 예배하도록 강요 하였다.

▲ 붉은 저택(Red Hall) ⓒ성지선교회

언제부터 버가모에 교회가 생겼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바울이 에베소에 머물면서 아시아 전역에 복음을 전할 때(행 19:26), 이곳에도 복음이 전해졌을 것이라 추측된다. 버가모 교회의 최초의 감독은 ‘사랑하는 가이오’였다. 그의 뒤를 이어 안디바가 교회의 감독이 되었는데, 후에 그는 순교를 당했다. 터툴리안이 AD 3세기에 버가모에서 발견한 어느 조각에서 안디바의 이름(계 2:13)을 찾아내 안디바가 실제로 버가모에서 순교했음을 입증해 주었다.

버가모 교회에 보내는 요한의 편지(계 12:12~17)을 보면, 예수님은 요한을 통해서 버가모 교회에 책망할 것이 있다고 하셨다. 바로 ‘발람의 교훈을 지키는 자들’과 ‘니골라 당의 교훈을 지키는 자들’이 있다는 것이다(계 2:14, 15). 발람은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압 평지에 머물 때에 우상의 제물을 먹고, 모압 여인들과 음행하도록 꾄 사람이다(민 31:15, 16).

니골라는 예수님을 따라 다니던 72명의 제자들 중의 한 사람이었고 일곱 집사를 뽑을 때 안수까지 받았던 집사의 한 사람이다. 그렇게 열심히 예수님을 따르며 복음을 배웠고 안수까지 받은 집사가 왜 이렇게 변질되었기에 계시록에 와서 예수님도 미워하는 교리를 만들었을까? 사도행전 9장에 기록된 교회에 박해가 있을 때 니골라는 은둔했다고 한다. 은둔생활에서 그가 정립한 교리가 있었던 것 같다.

니골라당의 교리는 구원에서 행위를 부정하는 사상이었다. 니골라의 사상은 구약의 율법적인 제도와 교리들은 신약교회 안에서는 필요치 않으므로 율법의 행위에 제약받지 않고 사랑만을 강조하는 교리다. 니골라당의 교리는 하나님 앞에서 구원받는 중요한 요소는 영만이 구원받으며(벧전 1:9), 몸은 땅에 묻어서 썩으므로 썩어질 육신을 마음대로 즐겨도 된다며 행위를 부정하는 교리이다. 그러니 생활 속에 있는 육신은 음행해도 된다, 그러므로 세속에 물들어도 좋으니 육신의 정욕을 억제시키면 안 된다고, 먹고 마셔도 영만 순수하면 된다는 것이 니골라당의 교훈이다.

니골라의 교리로 인하여 고린도 교회는 우상숭배와 음란 등으로 타락하게 만들었다. 도덕적으로 타락되면 이러한 습관에 물들어 버려서 성적 행위도 죄로 깨닫지 못한다. 에베소교회는 니골라 당의 교훈에 좌우되거나 끌려들지 않았고, 따르지도 않았다. 그런 교훈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타협하지도 아니하고, 철저히 미워했던 교회가 에베소교회라 한다.

이와는 반대로 버가모 교회 신자들 중에서 믿기만 하면 영혼은 구원됨으로 술과 도박과 음란을 행하는 자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악습에 대하여 안디바 감독이 성도들을 책망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들의 죄악을 회개할 생각은 아니하고 로마 정부에 안디바 감독을 고발했다.

로마 제국 황제들이 기독교인들을 정치적인 욕심 때문에 극심하게 박해하는 환경 속에서 예수의 이름을 굳게 잡고 순교의 신앙을 가진 안디바와 같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극심한 박해를 견디지 못해 세상과 타협하는 발람(민 22:5~23:12)이나 니골라(행 6:5)와 같은 무리도 있었던 것이다.

세속화와 음란, 맘모니즘 등 현재 한국 교회가 해결해야 할 난제와 숙제가 아주 많다. 아무도 그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숙제를 대신해 줄 사람은 없다. 바로 저부터, 나 개인부터 시작해야 한다.

------------------
성지선교회 제공
이메일 : director@godsland.or.kr   페이스북 : facebook.com/godslandorkr   홈페이지 : godslan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