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이 ADR(대안소송제도)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개회에배에서 이사장 피영민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교회와신앙>

【 <교회와신앙> 】 새로운 사회의식과 정치의식을 가진 신세대들의 등장과 개척시대를 이끈 카리스마적 목회자들의 퇴장이 맞물려 앞으로 한국 교회는 분쟁과 갈등으로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단법인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이사장 피영민 목사, 원장 양인평 장로)이 ‘ADR(대안소송제도)의 교회적 적용’을 주제로 지난 10월 16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개최한 ‘제9차 기독교 화해사역 세미나’가 열렸다. 개회예배에서 피영민 목사는 설교에서 화해가 어려울 것 같았던 에서와 야곱 형제의 갈등을 예시하면서 “야곱이 에서를 만날 때 ‘형님을 보니 하나님을 본 것 같다’면서 갈등을 풀고 나니 야곱의 인생이 복된 인생이 됐다.”며 “사람간의 갈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분은 하나님 한 분이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도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가능하다. 우리에게도 갈등을 풀어내는 은혜로운 역사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세미나에서 김유환 교수(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교회분쟁과 소송대안제도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제1발표를 통해 교회분쟁과 갈등의 특성을 △교회는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집단이기 때문에 때로 교회분쟁은 이러한 교리나 신앙생활에 대한 견해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가치갈등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는 절대적 가치를 추구하는 가운데 그 방법론이나 실행방식의 문화적 차이에 기인하기도 하는 문화갈등 △교회의 부조리 현상에 대한 저항 △교권분쟁과 관련되는 경우로 분석하고, 권력투쟁이나 이권투쟁의 성격을 띠는 교회의 부조리 현상에 대한 저항과 교권분쟁과 관련된 특성을 주목 대상의 교회갈등으로 보았다.

▲ 김유환 교수 ⓒ<교회와신앙>

김 교수는 이어 교회 갈등 원인을 △교리와 신앙생활의 견해차 △교회행정의 비체계성과 원칙 부재 △목회자 역할의 모호성 △신앙인의 강한 자기신념 △리더십에 대한 목회자와 평신도 사이의 인식차 △목회자에 대한 불신임방식의 후진성 △관행과 교회법의 불일치 △시대에 맞지 않는 권위적 의사결정구조 △집단이기주의와 맹목적 충성 △세습과 사유화에 대한 저항 등으로 분류한 후, 교회의 갈등 관리방안으로 △원칙과 법치주의의 확립 △체계적 교회행정과 목회자의 역할정립 △세습과 사유화금지의 제도화 △협력적 거버넌스와 정보공개 △교회에서의 소송대안적 분쟁해결과 전문적 갈등관리를 제시했다.

특히, ADR(대안소송제도)과 관련 “양보와 합의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것”으로 “법원과 같은 외부의 권위에 자신의 문제해결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스스로에게 가장 적절한 해결책을 합의하에 선택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ADR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회 안에서 먼저 대화하는 방법,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 그리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훈련 등에 대한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유환 교수는 ‘교회분쟁 예방을 위한 제언’으로 “향후에 교회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회행정의 공공성을 확립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교회가 정관을 가지고 분명한 재산관리 및 재정원칙을 가지도록 하여야 하며 재정에 대한 정보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한국교회의 리더십이 개척자로부터 2세대, 3세대로 넘어가고 있는 지금 교회의 공공성이 확립되지 않는다면 한국교회는 구조적으로 분쟁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ADR을 통한 분쟁해결은 분쟁 발생 이후의 사후책일 뿐이다. 최선은 교회내의 분쟁을 예방하는 것인데 교회가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분쟁상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기독교화해중재원은 법조계와 교계가 함께 하는 기관이다. 법적 전문성과 종교적 신뢰성을 함께 갖추고 있는 보기 드문 기관으로서 한국기독교의 분쟁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매우 적절한 요소들 을 구비하고 있다. 대법원 소속법인으로서 법원의 종교분쟁사건을 위탁받아 처리해 오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이미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의 전문성과 신뢰성은 공인을 받았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고 소개하고, “만약 교단이나 개교회가 중재합의를 하거나 조정전치주의를 실행함에 있어서 중재인이나 조정인으로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을 지명한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황덕남 변호사 ⓒ<교회와신앙>

‘조정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는 교회분쟁 해결을 위한 ADR 활용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제2발표에 나선 황덕남 변호사(화해중재원 총괄 조정위원)는 “신체적으로 이상이 생기면 일단 병원에 가서 증상을 이야기하고, 검사와 진단을 받은 후, 처방을 받아 단계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며, 급작스런 사고로 인한 외상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프다고 곧바로 외과수술대로 올라가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면서 “분쟁발생의 경우에도 분쟁발생의 원인과 향후 예후, 대책에 대하여 한 번쯤은 객관적인 제3자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진단과 처방을 받아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치열하게 ‘법대로 판결’을 외치던 사람들도 이러한 설명에는 일단 수긍을 하고 잠잠해진다.”며 “환자가 병상부위 전문의인 명의를 찾아 진찰을 받듯이, 조정의 경우 분쟁의 내용뿐만 아니라 해결과정에서 절차적으로도 사건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해당사건의 전문가를 조정인으로 정하여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황 변호사는 “상임조정위원으로 일하면서 2010. 5. 1.부터 2013. 4. 30.까지 3년 동안 처리한 사건은 총 1,651건인데, 그 중 조정성공건수 615.5건, 기타 사유로 종결건수 159건, 조정에 실패하여 소송으로 회부된 사건 876.5건이고, 위 조정실패사건 중 추적조사에서 소송으로 회부된 후 판결전 종결된 것으로 확인된 사건이 268건이었다. 결국, 전체 1,651건 중 1,042.5건(63.14%, 615.5+159+268)이 판결전 분쟁이 종결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소개하고 “법관에 의하지 아니한 조정을 경유하는 것은, 비록 조정에 실패하더라도 조정과정에서 당사자들에게 어느 정도 대화와 협상의 물꼬는 터놓고, 소송의 실리와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상호 첨예하게 대립된 감정을 완화시켜 조정이 분쟁해결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고 평가하여도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덕남 변호사는 이어 “ 교회관련 분쟁은 다른 어느 민사분쟁보다도 분쟁이 발생한 교회 또는 그 관련 단체의 논리와 배경을 감안하여 진단과 처방을 받아보고, 조속한 시일내에, 상처받는 관련자들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평화로운 분쟁해결을 할 것인지, 불가피하게 법정으로 가야만 할 것인지를 선택할 기회를 가져볼 필요가 크다 할 것이고, ADR은 이러한 기회로서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황 변호사는 결론에서 “법원은 폭주하는 민사사건으로 법관의 업무가 과중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사법부 불신이 초래되는 것을 막아보고자 앞장서서 조정활성화를 도모하고 있고, 소송전 조정을 먼저 거치도록 하자는 강제적 조정전치주의에 대한 요구도 여러 곳에서 거론되고 있다.”면서 “일반법에 따른 소송에 의한 판결보다는 교회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ADR에 의한 분쟁해결이 더욱 요청되는 교회관련 분쟁은 반드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 전, 교회법과 세상법에 대하여 논의가 가능한 기관·조정인을 활용한 조정 등 ADR을 거쳐볼 필요가 있고, 기독교화해중재원이야말로 현재로서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조정기관이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 문광섭 부장판사 ⓒ<교회와신앙>

문광섭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는 ‘원만한 분쟁 해결을 위한 민사 조정 제도의 이해’라는 제목의 제3발표에서 ‘조정’의 장점으로 △소송에 비해 간이, 신속, 저렴한 절차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원만하게, 종국적으로 분쟁해결 가능 △엄격한 법적용과 일도양단적 판단이 아닌, 당사자의 이익을 충족하는

다양하고 융통성 있는 합리적 결론 △당사자의 프라이버시와 명예 보호(비공개), 손상된 신뢰관계 회복, 치유 가능 △합의사항을 자진 이행할 가능성이 큼 △조정인의 전문적 식견 등 활용, 국민의 사법참여, 민주주의 기능 △법원의 업무부담 경감, 국가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을 제시하면서, 조정이 성립되면 재판상 화해(법29조)로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문 부장판사는 사법부의 역할에 대해 치밀한 법리전개를 통한 승소 추구, 명 판결, 정의 확립도 중요하지만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고 협력 조언하고 치유해주는 조력자로서 범사회적 갈등해소와 통합, 분쟁해결비용을 낮추는 일도 공익적 책무도 있음을 밝히면서 ‘조기조정의 확대’ 및 ‘비법관․조정전담자에 의한 다양한 경로의 맞춤형 조정’으로 제도의 보완개선과 인적·물적 역량의 강화 등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문광섭 부장판사는 결론에서 “분쟁해결과정에서 대결적 구도나 소송(판결) 만능 사고, ’All or Nothing’, ‘상처뿐인 영광’을 지양하고 소통, 공감하며 Win-Win하는 길 모색해야 한다.”면서 “소송과 조정은 상호 대립하는 절차가 아니라 분쟁의 적절한 해결과 치유를 위한 상호 보완책”이라며 “ADR로서의 조정은 단순히 소송 대체적인(Alternative) 수단이 아니라 적합하고(Appropriate), 원만한(Amicable) 분쟁해결(Dispute Resolution) 제도로 정착시킴으로써, 우리 모두가 소통, 협력, 화해를 통하여 보다 성숙한 사법 선진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강평하는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 원장 양인평 변호사 ⓒ<교회와신앙>

양인평 원장은 강평에서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은 대법원의 인가를 받은 사단법인으로서 서울중앙지법의 외부연계조정기관으로 직접 사건으로 배정 받아 처리해오고 있다.”면서 “세상 법정으로 달려가지 말고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을 적극 활용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