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Faith목회아카데미 학장(fma2.com)

▲ 김기홍 목사

하나님과 동행하다가 죽지 않고 살아서 하나님께로 간 인물이 있다. 에녹이다. 그가 어떤 분인지 성경은 별로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던 아벨처럼 에녹의 복된 삶도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창세기 5장을 보면 21절부터 단 4절이다. “에녹은 육십오 세에 므두셀라를 낳았고 므두셀라를 낳은 후 삼백 년을 하나님과 동행하며 자녀들을 낳았으며 그는 삼백육십오 세를 살았더라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데려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였더라.” 여기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것은 삼백 년을 하나님과 동행하다가 죽음을 맛보지 않고 하나님이 데려가셨다는 사실이다. 65년 더 젊었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되는 3백 년의 복된 시간이었다.

하나님과 동행했던 그의 3백 년은 어떤 삶이었을까? 대단히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을 것 같지만 아무 것도 없다.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가 한 일은 자녀를 단지 낳는 것뿐이다. 그러면 그만이 자녀를 낳았던가? 그가 특별한 자녀 낳음을 했던가? 아니, 보통 사람과 똑 같은 자녀 낳음이다. 그의 조상도 후손도 아니 세상 사람들도 다 자녀를 낳았다. 그러니까 그가 하나님과 함께 있으면서도 무슨 기록에 남을 놀라운 일을 한 게 아니다. 자녀만 낳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자녀 낳은 일도 귀하고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자녀를 낳은 것은 더욱 귀한 일이다. 자녀 낳는 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세상에서 엄청난 일을 한다고 해도 하나님 없이 한다면 그냥 육신의 일일뿐이다. 대제국을 일으키고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도 시간이 흐르면 산처럼 쌓인 겨가 바람에 날려 사라지듯 모두 없어진다. 잠시 동안 큰 소리를 치고 대단한 갑질을 한다고 해도 자기 생명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인간이다. 에녹의 시대에 가인의 후손들이 대단한 일을 하는 게 성경에 나온다. 성을 쌓고 악기를 만들고 돈을 번다. 그러나 아무리 큰일을 해도 그저 육신이다. 영적이고 영원한 가치를 전혀 줄 수가 없다. 가인의 후손으로 망해갈 뿐이다. 육신에 머무는 동안을 낭비한 영원한 형벌을 받는다.

에녹은 가인의 후손들처럼 업적을 남기고 이름을 유명하게 한 게 없다. 단지 자녀나 낳았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과 동행했다. 하나님과 함께 한다면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이 영원으로 이어진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그 자체가 영원의 복이다. 하나님과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영적이요 영원의 업적이다. 그러므로 세상적인 기준으로 큰일을 못했다 해도 걱정할 게 없다. 목회자로 큰 교회를 일으키고 많은 신자들을 모으고 유명해지지 않았어도 상관없다. 그것이 꼭 칭찬 받는 기준이 아니다. 하지만 이 한 가지는 분명하다. 무엇을 했건 하나님과 항상 동행하고 있는가? 그랬다면 무엇을 해도 귀하다. 그냥 보통 일을 하면서 자녀만 낳았다 해도 영적이고 영원하다.

하나님과 동행하고 있는가? 그런 느낌이 없는가? 어떻게 하면 확실하게 동행할까? 분명한 사실은 이것이다. 신자들에게는 이미 하나님이 동행하고 계신다. 성령이 하나님이시다. 신자 개개인을 위해 그 안에 들어와 사시는 하나님이시다. 예수께서도 분명히 말씀하셨다.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이보다 놀라운 선언이 어디 있으랴. 예수 믿는 신자라면 누구든지 에녹을 부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아무 선하고 좋은 일을 하지 않았어도 예수 믿기 때문에 하나님이 항상 함께 하시는 것이다. 그러니까 하나님은 예수 믿는 당신과 항상 함께 동행하신다.

문제는 우리 쪽에서 하나님과 동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나님이 안에 계셔도 전혀 관심도 없다. 하나님은 신자의 삶 대부분의 시간에 무시당하고 계신다. 오직 예배시간, 기도 시간에나 함께 하실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하나님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산다. 혹시 생각해도 전혀 의지하지도 않는다. 도우려고 동행하려고 들어오셨다. 우리도 주라고 부르지만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러니까 하나님은 우리와 동행하시는 데 우리는 전혀 동행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에녹과 같은 아름다운 삶이 펼쳐질 수가 없다. 에녹은 평범하게 살았어도 엄청난 복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에녹처럼 복되게 살고 목회도 영적으로 하려면 이렇게 하라. 하나님은 이미 함께 계시고 동행하신다. 그러니 나도 늘 하나님과 동행해야 한다. 다윗은 하나님이 목자로 항상 인도하신다고 고백했다. 그 결과로 그는 놀라운 축복의 삶을 살았다. 우리도 하나님을 항상 의식하고 의지해야 한다. 하나님을 위해 무슨 큰일 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동행하시는 하나님과 나 자신도 동행하는 일이다. 하나님을 항상 의식하라. 그러면 삶의 자세가 달라진다. 하나님을 항상 의지하라. 그러면 삶이 즉시 영적으로 고양된다. 그러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나를 이끌어준다. 그래서 또 다른 에녹의 삶이 열려진다. 목회도 그렇다. 무슨 큰 일하기보다 하나님과 동행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