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신자가 기독교인 인종청소를 멈춰달라는 구호판을 들고 있다. ⓒJNS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가 전 세계로 번지며 점점 악화되고 있다. 특히 이슬람교 강세지역인 중동과 아프리카의 사하라 이남 지역이 최악이며 최근에는 아시아와 중남미 등에서도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영국 언론 <가디언>이 지난 7월 들어 수차례에 걸쳐 연이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기독교인들이 종교자유 및 인권의 침해를 받는 상황이 박해의 도수와 건수 면에서 꾸준히 점증하고 있는 것으로 재차 밝혀지고 있다.

범세계박해감시기구인 오픈도어(OP)는 지난해 11월까지 12개월간 총 4,344명의 크리스천들이 순교를 당했다고 보고했다. 오픈도어에 따르면 24개국에서 박해가 심화됐는데 특히 케냐, 수단, 에리트레아 등이 기존 10개 위험국 명단에 추가됐다. 북한은 최소 7만명의 신자들이 '교화소'에 갇혀있으면서 계속 금지·체포·고문·중노동·강간·처형 등을 당해왔다. 최근엔 세계적으로 박해 방법도 점차 잔인해져 가족들이 보는 데서 참수하는 등 심리적인 부수효과까지 노리기도 한다.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제3차 대전이 기독교 박해와 크리스천 학살이라는 산발적인 형태로 진전돼 간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성공회의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도 세계 성공회 산하 38개 관구의 절반 이상이 목숨을 위협받는 박해를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교자유 캠페인을 펼쳐온 데이비드 올턴 영국 상원의원은 세계 22억 기독교 인구의 10분의 1꼴인 60여개국의 2억 신도들이 금지, 차별, 노골적인 박해 등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근래 가장 박해 문제가 대두된 시리아, 이라크, 이란과 이집트를 비롯, 북한과 중국, 베트남, 라오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버마, 쿠바, 콜롬비아, 멕시코, 에리트레아, 나이지리아, 수단 등에서 크리스천들은 다양하고 심각한 종교자유 침해를 받고 있으며 신자를 상대로 고문·강간·살인 등의 강력범죄도 대수롭지 않게 저질러지고 있다.

특히 근래 사실상의 기독교 박멸운동 내지 '종교인종청소(religio-ethnic cleansing)'가 횡행하고 있다. 박해감시기구 ACN의 존 폰티펙스 대변인은 "현금의 크리스천 박해는 다년간 없었던 수준인 데다 그 주된 영향은 기독교인구의 집단이동"이라면서 해당 지역들은 기독교인구가 급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5개월간 최악의 박해상황은 이슬람국가(IS)가 웅거하고 있는 중동과 보코하람 등이 판치는 아프리카 등지에서 주로 발생했다. 예를 들면, 나이지리아 학생들 270명의 피랍, 리비아에서 참수를 당한 21명의 이집트 콥틱 교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의 지속적인 IS 피해, 케냐 북부 가리사 대학교 캠퍼스내 147명 피살 등이다.

지난 4월에 발생한 케냐의 가리사 대 사건에서는 무슬림 무장폭도인 얄샤밥들이 15시간 동안 학교를 점거한 채 700여명의 인질학생들 가운데 회교학생들은 풀어주고 147명의 기독교인들만 총으로 쏴 죽이고 79명에게 중상을 입혔는데 심지어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유언을 남기게 하기도 했다. 범인들 중 4명은 경찰에 살해되고 1명은 자폭했다.

수단에서는 만삭의 몸이던 기독교 개종인 메리암 이브라힘 씨가 '배교'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국제 반대여론이 크게 비등하자 국외추방으로 그쳤다.

이라크에서는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사담 후세인 정권의 몰락후 기독교인구가 크게 줄어들었으며 크리스천을 포함한 10만명 이상의 인구가 모술, 니느웨, 카라코쉬 등을 떠나 주변국으로 이전하면서 난민 생활을 해 왔다.

나이지리아의 기독교 타운인 치복에서는 지난해 4월 14일 276-329명으로 추정되는 여학생들이 물리학 학기말고사를 치르러 등교했다가 회교포도들인 보코하람에게 납치돼 탈출한 53명을 제외하고는 계속 갇혀있으면서 회교로의 개종, 회교 복장 착용, 성노예로 강요 당하는 등 수모를 겪어왔다.

이집트 콥틱 교도인 미나 파예크 씨(26)는 축구가 나라의 주요 선호 경기인 이집트에서 태어나 헬리오폴리스에 있는 부촌의 한 스포츠클럽에 다니면서 축구대표선수가 될 것을 꿈꾸다가 어느날 코치의 "크리스천은 아무도 제1팀에 가입하거나 챔피언십을 꿈꿀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핸드볼과 농구를 시도했다가 현재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블로거가 됐다. 그는 "기독교에 대한 박해는 곧 조국으로부터 분리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콥틱 교도들은 이집트 전체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중동 지역 최대의 기독교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모하메드 모르시 대통령의 강퇴 후 무슬림 형제회가 정권을 장악한 뒤 42개 교회가 이슬람폭도들의 공격을 받았다.

퓨리서치센터에 의하면, 102개국에서 기독교가 가장 핍박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의 자문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올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이라크,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시리아, 타지키스탄, 베트남 등 8개국을 9개의 기존 '특정우려국가' 리스트에 추가했다.

ACN의 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55개국에서 종교자유 상황이 악화됐는데 그중에서도 이라크, 리비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수단과 시리아에서 특히 그랬다. 다양한 보고와 뉴스에 의하면 지역에 따라 유대인들과 무슬림들도 조직적인 폭력과 협박 등 심한 박해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 역시 기독교인들을 박해하기가 일쑤여서 가장 공통된 피박해인들은 역시 크리스천들이다. 러시아와 전 공산위성국가들 같은 경우 러시아 정교회를 제외한 신교 등 대다수 종교가 박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IS, 보코하라, 얄 샤밥 등 이슬람 극단주의는 세계 기독교 피박해인구의 가장 큰 요인이다. 리 마즈덴 교수(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국제관계학)는 '아랍의 봄' 당시 중동의 전 독재정권 붕괴현상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중동 독재정권들은 소수계 종교를 보호하는 특징이 있었는데 '아랍의 봄'이 회교지상주의자들에게 하이재킹 당하면서 종교 소수계의 피박해가 늘었다는 것.

거기에다 근래 발달해온 소셜미디어는 종교과격주의자들의 메시지를 지구촌에 퍼뜨리는 계기가 되어왔다. 조너던 삭스 전 영국 수석 랍비는 과거 개혁시대에 구텐베르크 인쇄문화가 루터의 주요 개혁 무기였던 것처럼 급진적인 정치종교세력에게 인터넷이 무기화 되어 있다고 비견했다. 삭스는 종교의 정치화, 정치의 종교화가 역사 속에서 "치명적 콤비가 돼 왔다 "고 분석했다.

▲ 피난 가고 있는 크리스천 난민들 ⓒThe Speaker News

미국의 한 캠페인 그룹은 최근 중국 정부가 중국 동부지역의 교회 십자가를 철수하는 작태에 항거하기도 했다. 멕시코에서는 지난 2014년 5명의 천주교 사제가 살해됐다. 중남미에서 흔히 성당은 돈 세탁, 착취, 마약 관련 범죄 등의 목표물이 되곤 한다. 멕시코 내에서 사제들에 대한 공격은 2012~14년 사이에 무려 80%나 증가했다.

일부 지도자들은 종교박해를 '현대의 문화충돌', 이슬람교와 기독교 사이의 '거대 갈등', 종교 양극화현상 등으로 풀이한다. 마즈덴은 기독교계의 '이슬람공포증' 등의 현상도 없지 않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기독교는 늘 박해받기 마련이라는 것이 순교 내러티브에 걸맞다고 평가한다.

카톨릭 웨스트민스터 대교구의 빈슨트 니콜스 추기경은 종교자유는 흔히 경제적, 사회적, 역사적 상황에 직결된다면서 종교자유를 방어하려면 종교자유를 박해하는 사람들에게 무기를 팔지 말고, 그들의 돈세탁을 해주지 말며 그들과의 무역거래를 막고, 그들과의 협상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신앙인들에게는 기도의 약속과 패턴이 매우 중요하다 "면서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고 있어요, 힘 내세요' 등의 격려는 치명적이고 지속적인 선물"이라고 덧붙였다.

오픈도어의 리사 피어스 영국·아일랜드 지부장은 개인이 어떤 종교를 따르든 따르지 않든 맘대로 사는 자유로운 환경이 설정돼야 한다며

종교자유에 대한 박해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저질러진다. 공공기관이나 장소 또는 교내에서의 기도, 전도 등이 지역에 따라 꾸준히 금지되거나 제한당해 왔고 공공장소의 십자가나 성탄절 장식이 금지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종교 얘기는 개인 대담에서든 공공대화에서든 가장 금기시되는 '뜨거운 감자' 소재의 하나이다. 무신론자들은 온갖 법정 소송을 통해 종교인들을 위축시켜왔고 주일성수를 내세우는 기독교적 취지를 가진 업체에 대한 보이코트 운동도 한 예이다. 최근에는 동성혼이 합법화되면서 기독교의 종교자유가 위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