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TV쇼 출연자가 청소년 시절인 14세 때 벌인 성추행 사실이 드러나 방송 프로그램 자체가 중단됐다. 19명 가족의 리앨리티 쇼가 장남이 과거에 행한 몹쓸 짓에 여론의 직격탄을 맞고 좌초됐다.

리앨리티 쇼로 유명한 더거 가족(Duggar Family)의 스토리로 시리즈로 엮어온 미국 TLC케이블위성채널의 인기 프로그램 ‘19명의 자녀와 셈하기’(19 Kids and Counting)가 맏아들 자쉬 더거(27세)의 과거 성추행이 문제시돼오다 7월 중순을 기해 방영이 공식 종료됐다. 추문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5월 22일 TLC는 쇼 방영을 전격 중단하고 추이를 지켜보면서 두 달간 망설여오다 이번 결정을 내린 것. 
 

▲ 유명 리앨리티 TV쇼 ‘19명의 자녀와 셈하기’의 더거 가족들 ⓒTLC 캡처

자쉬는 과거 10대 시절 누이동생 4명을 비롯한 5명의 소녀들을 성추행한 비밀이 지난 5월 폭로됐다. 피해자 일부에 따르면 2002년 당시 14살이었던 자쉬는 소녀들을 세 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워싱턴의 한 보건 전문가는 어린이들이 처음으로 포르노를 접하는 시기가 평균 12세 때라고 밝혔다.

‘19명의 자녀와 셈하기’ TV쇼는 아칸소주에 거주하는 보수적인 독실한 크리스천인 짐 밥 더거와 미셀 더거 씨 부부의 드물게 큰 핵가족으로써 똑같은 두문자(J. D.) 이름을 가진 자녀들이 고루 출연하여 기독교가족 가치관을 드높여온 프로그램이다. 디스커버리 채널의 자회사로 리앨리티쇼를 중심으로 방영해온 TLC는 더거 부부와 최종 합의 끝에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더거 가족은 성추문이 불거진 뒤 두 달 남짓 다양한 언론을 통해 이에 대하여 적극 해명을 해왔으나 일부 보수 기독교계 인사들의 동정을 샀을 뿐 정작 대다수 시청자로부터 추가적인 지지를 얻지 못했다. 두 딸은 이 쇼에 출연하여 오빠의 과거 행실을 용서한다는 공적인 발표를 하기도 했다.

TLC는 향후 아동성추행폭력 피해자권리옹호단체와 파트너를 이뤄, 해당 이슈에 관하여 부모와 가족들을 계몽 교육하고 인식시키는 다중플랫폼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여름 질과 제서 더거 등 일부 피해가족들과 다른 서바이버들을 포함한 사람들의 1시간짜리 성 피해 상황 다큐물도 방영할 예정이다.

짐 밥과 미셀 부부는 당시 아들의 고백 후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늦춘 데 대해 변명을 해 왔다. 더거 부부는 "우리는 (당시 아들의 고백을 듣고) 실패한 가족처럼 느껴졌다."고 뒤늦게 유감을 표했다.

더거 부부는 아들이 첫 실토를 한 뒤 집안에서 해결하고자 했으나 2003년 교회 장로들에게만 알리고 재차 아들이 사건을 밝히자 신체단련과 멘토링을 강조하는 리틀락의 한 기독교 카운슬링 프로그램에 보냈다.

자쉬 더거는 지난 5월 자신의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자 "지난 십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 가서 지금과는 다르게 행동하고 싶다."며 "내가 나쁜 짓을 저지른 대상자 모두의 용서를 빌었고 주님께 사죄했고 내 삶속으로 영접한 뒤 지금까지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 구속을 감사하며 지내왔다."고 밝혔다.

더거 가족은 퀴버풀(Quiverfull) 운동의 한 대변인 역할을 해 왔다. '화살통에 가득한 화살'이라는 뜻인 퀴버풀은 시편 127편 3-5절에 근거하여 자녀가 많을수록 성경적이고 유리하다는 개념을 갖고 국제적인 운동으로 발전해 왔다. 퀴버풀 운동가들은 생육하고 번성하라(창1:22, 8:17, 9:1)는 하나님의 명령을 이행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 또 자녀는 주님의 선물이라는 말씀(시 127:3)과 하나님이 태를 여닫으신다는 개념(창20:18, 29:31, 30:22, 삼하 1:5-6, 이사야 66:9) 등도 채용됐다.

퀴버풀 운동가들은 자녀를 더 많이 낳는 것을 선교적 개념으로 정립해 놓기도 했다. 자녀를 하나님의 복으로 받되 가족계획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피임을 피하라는 것이다. 퀴버풀 저술가들은 자녀가 복이면 추가되는 자녀들도 경제적 부담이 아니라 복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경제 등의 염려로 출산제한을 하는 부모들은 "하나님의 복을 거절하는" 것으로 치부된다. 이에 따라 퀴버풀 운동권 부부들은 피임이나 정관수술 등을 하지 않으며 얼마든지 임신이 가능하도록 성생활을 하는 것을 하나의 소명으로도 여긴다.

또한 퀴버풀 운동자들은 성경적인 가부장제를 선호하고 홈스쿨링을 장려한다. 브랫 돈 아이언즈 부부나 빌 가터드 같은 사람들은 정관회복 수술 등을 권장해 왔다. 그러나 제임스 조던 같은 사람들은 물론 자녀가 복이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수많은 복의 하나일 뿐이므로 무작정 낳기보다 조심스럽게 기도로 출산하는 선택이 현명한 청지기직이라고 해석한다.

신학자 존 파이퍼도 "A가 좋다고 하여 무조건 A를 장려하는 것은 잘못된 이론"이라며 하늘나라를 위한 고자들도 있고 결혼하기보다 독신으로 지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바울의 말을 인용하기도 한다. 또한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는 무작정 낳기보다 지혜롭게 가족 크기를 조절하는 것이 지혜롭다는 주장을 편다.

한편 워싱턴의 보건 전문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포르노 중독은 이제 어린이 세대까지 침범하여 미국의 10세 어린이들 중 3분의 1, 12-15세 청소년의 과반수인 53%가 인터넷 포르노를 감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담당자인 국제실종&착취어린이조사센터의 전 소장이자 이사장인 어니 앨런 씨는 어린이들이 처음으로 포르노를 접하는 시기가 평균 12세 때라고 밝혔다.

이번 성추문은 청소년 시절에 저지른 아동성추행에 대해서도 엄격한 성윤리를 적용하는 미국인들의 단면이 드러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나 동성혼에는 매우 관대한 입장을 보이는 것에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