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수 목사 / 상도중앙교회 담임

본문 / 고린도전서 4장 1~2절                [ 동영상으로 보기 ]

▲ 박봉수 목사

최근 한국교회의 교인들의 신앙양태를 나타내주는 신조어들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교회 쇼핑족’이라는 말입니다.

숭실대의 성신형 교수는 이 교회 쇼핑족이라는 말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교회라는 상점에서 그리스도라는 제품을 사는데 있어서 자신의 소비욕구를 채우는 방식으로 교회를 선택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한 마디로 백화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자기가 원하는 상품을 사기 위해 상점을 선택하는 사람들처럼, 자기 마음에 맞는 교회를 선택하는 신자들의 풍속도를 지적하는 말입니다.

성 교수는 이 교회쇼핑족을 네 부류로 세분화했습니다.

첫째는 ‘안개교인’입니다. 교회에서 예배만 드리고 그 이외의 활동에는 참여하지 않는 교인들을 말합니다.
둘째는 ‘가면교인’입니다. 출석하는 교회는 있으면서 다른 교회나 인터넷을 통해서 다양한 신앙적 욕구를 채우는 교인들을 말합니다.
셋째는 ‘쇼핑몰교인’입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다 갖춰진 교회에서 큰 헌신을 요구받지 않으면서도 각종 프로그램들을 향유하는 교인들을 말합니다.
넷째는 ‘유목민교인’입니다. 한 교회에 정착하지 않고 신앙적 문화적 욕구에 따라 목사나 공동체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교인들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교회쇼핑족들은 철저하게 자기만을 위해서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회를 위해 기여하거나 헌신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신앙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오늘 한국교회에 이런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기에 교회쇼핑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입니다.

이런 교회쇼핑족들의 등장으로 한국교회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교회가 브랜드화되고 초대형교회들이 등장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교회에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고착되고 있고, 과거와 달리 개척교회가 성공하기가 정말 힘이 들어졌습니다.

또한 교회마다 모이는 열심히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주중 목회 프로그램이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교인들의 신앙훈련 프로그램들이 점점 모여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인들의 영적 능력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교회쇼핑족들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말하면 저들이 “신앙의 구경꾼”이 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사 1:12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너희가 내 앞에 보이러 오니 이것을 누가 너희에게 요구하였느냐 내 마당만 밟을 뿐이니라.”

이사야 선지자 시대에도 오늘의 교회쇼핑족과 같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제사 드리기 위해서 성전에 나왔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회개와 말씀 앞에서의 결단이 없습니다. 그저 성전 의식에만 참여할 뿐입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이런 사람들을 성전 마당만 밟는 사람들이라고 책망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교회쇼핑족들은 자칫 교회 마당만 밟는 신앙인이 되기 쉽습니다. 교회를 다니되 한 발 빼고 다닙니다. 교회에 대한 주인의식이 없습니다. 물론 책임감도 없습니다. 신앙의 구경꾼이 되기 쉽습니다. 그야말로 옵서버 신앙이 되기 쉽습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안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구경꾼에서 참여자로

교회는 예수님께서 부활승천하신 이후 성령강림과 함께 새로 생겨난 공동체입니다. 당시 유대인들과 이방인들 모두에게 참으로 낯선 공동체였습니다. 심지어 교회 안에 있는 교인들조차도 교회는 처음 경험하는 공동체였습니다. 그래서 저들 모두 “교회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도 바울은 고전 12장에서 답을 하고 있습니다. 12절 이하를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몸은 하나인데 많은 지체가 있고 몸의 지체가 많으나 한 몸임과 같이 그리스도도 그러하니라 우리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다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또 다 한 성령을 마시게 하셨느니라”

한 마디로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모든 교인들이 지체가 되어 연합하여 이루어진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성도들이 예수를 믿고 성령을 받으면 그리스도의 몸 안으로 초대를 받게 됩니다. 그 때 순종하여 그 초대에 응하게 되면 그리스도의 몸의 한 지체로 참여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그리스도의 몸 가운데 소중한 한 지체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의 한 지체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그리스도의 몸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게 됩니다.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그리스도의 몸의 양육을 받게 됩니다. 교회의 영적 지원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영적 양육을 받아 믿음이 자라게 됩니다.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의 몸의 보호를 받게 됩니다. 교회의 영적 보살핌을 받게 되고 중보기도의 지원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악한 세력의 영적 공격으로부터 보호를 받게 됩니다.

막 10:46 이하를 보면 예수님께서 맹인 바디매오의 눈을 뜨게 해 주시는 사건이 기록되어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여리고를 지나실 때였습니다. 허다한 무리들이 예수님을 보려고 모여들었습니다. 마침 바디매오가 길가에 앉았다가 예수님께서 지나시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갑자기 소리를 질렀습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예수님께서 그를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눈을 뜨게 해 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디매오는 적극적으로 예수님께로 다가갔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로부터 정말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따르던 많은 무리들은 다만 먼발치에서 예수님을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끝내 구경꾼으로만 남았습니다. 그러다가 예수님께서 여리고를 떠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의 한 지체로 참여하게 되면 주님께로부터 풍성한 은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먼발치에서 바라만 본다면 그저 구경꾼으로만 남게 됩니다. 풍성한 은혜의 세계를 체험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그리스도의 몸에 참여하여 보람의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예수 믿고 성령을 체험하게 되면 은사를 주십니다. 내가 그리스도의 몸에 참여했을 때 기여할 수 있도록 남다른 은사를 주십니다. 우리가 그 은사로 그리스도의 몸에 기여하게 될 때 풍성한 열매가 거둬지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오랜 전 영국의 어느 교회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시골에 살던 두 명의 젊은이가 도시로 옮겨와서 이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시골교회의 따뜻한 분위기와 다른 도시의 큰 교회의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무척이나 힘이 들었습니다. 교회 출석 일 년이나 됐는데 아무도 아는 척을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 두 청년은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에 결단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말한 결단의 내용이 달랐습니다. 한 청년은 만일 다음 주까지 아무도 아는 체를 하지 않으면 다음 주부터 이 교회를 나오지 않겠다고 결단을 했습니다. 다른 한 청년은 만일 다음 주에도 아무도 아는 체를 하지 않으면 내가 말을 걸겠다고 결단을 했습니다.

역시 다음 주에도 아무도 아는 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결단한 그대로 한 청년은 교회를 떠나고 말았습니다. 반대로 다른 한 청년은 사람들을 찾아가서 말을 건넸고 적극적으로 그 교회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청년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자기 안에 남다른 은사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말씀을 가르치는 은사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은사로 교회에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말씀을 가르쳤습니다. 아이들이 놀랍게 변합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소중하게 사용하신다는 사실을 깨닫고 너무 기뻤습니다.

이 청년이 사역자로 잘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신학교에 가서 훈련을 받고 훌륭한 목회자요 신학자로 성장했습니다. 이 청년이 바로 청교도 시대를 대표하는 리차드 백스터 목사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에 참여할 때 은사를 주십니다. 그리고 그 은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에 기여하게 하십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몸이 더욱 역동적으로 사역하게 만드시고 더욱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십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보람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아직 스스로 구경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분이 있습니까? 조금 더 교회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그리고 교회의 소중한 일원으로 참여해 보십시오. 상도중앙교회가 여러분의 교회로 느껴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상도중앙교회를 보다 더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교회가 있다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너무도 귀한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해 주신 나의 교회라고 생각할 수 있는 교회가 있다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너무도 복된 일입니다.

참여자에서 충성자로

오늘 본문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마땅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일꾼이요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로 여길지어다. 그리고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 교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한 차원 더 주님께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것이 바로 충성이라는 말씀입니다.

왜 충성을 요구하시는 것일까요? 간단합니다. 그리스도의 몸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몸 가운데 한 두 지체가 충성하지 않는다면 우리 몸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것입니다. 눈이 나는 머리가 내리는 지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계속 눈을 감고 있으면 움직일 수 없습니다. 발이 나는 이 몸통이 싫어서 다른 몸통으로 가버리겠다고 하면 몸이 제대로 활동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각 자체들이 충성스럽게 저마다의 역할을 잘 해 줄 때 그 교회는 역동적인 사역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꼭 필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기는 생각이 다르다고 주저앉아버리거나, 꼭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 교회를 옮기겠다고 한다면 그 교회는 제대로 사역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에 참여한 사람들 특히 주님께서 귀히 쓰는 그릇으로 세우신 사람들에게 충성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가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언젠가 하나님 앞에서 평가를 받을 날이 올 것입니다. 그 때 주님의 칭찬이 바로 이것입니다. “잘하였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마 25:21) 충성 여부로 칭찬을 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더욱 교회를 사랑하고 주님을 사랑하려면 충성해야 합니다. 교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서 머물면 안 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충성해야 합니다.

그러면 충성이란 무엇일까요? 우선 변함없는 마음으로 헌신하는 것입니다. 한자어 ‘忠’은 마음의 중심이 잘 잡혀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어떤 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마음을 잘 잡고 헌신하는 것을 말합니다.

성경에서 배신자의 대표로 가룟 유다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친히 부르신 12 제자 중의 한 사람입니다. 특별한 부르심에 감격하여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끄시는 아주 특별한 훈련도 받았습니다.

그러던 그가 왜 배신하게 된 것일까요? 예수님께서 핵심을 짚어주셨습니다. 그 마음속에 사탄이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사탄이 그 마음속에 들어가서 그 마음을 뒤흔들어놓은 것입니다. 마음의 중심이 흔들리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에게서 등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예수님을 배반하고 은 30에 팔아넘기는 일까지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마음이 문제입니다. 마음이 흔들리면 충성할 수 없습니다. 마음이 떠나면 충성이 무너집니다.

저도 목회하면서 참 많은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를 말씀드려보면 교회 건축을 시작할 때입니다. 당회가 기획하고 제직회와 공동의회가 건축을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한참 교회건축 일이 시작되려고 할 때입니다. 한 두 분이 말없이 교회를 떠났습니다. 오래 교회를 다니던 분입니다. 그렇다고 멀리 이사를 간 것도 아닙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보았는데 이런 저런 다른 이유를 말씀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눈에서 그 이유를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참 안타까웠습니다. 오랫동안 충성스럽게 교회를 섬겨온 분들입니다. 마음이 흔들려서 교회를 떠나고 만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충성은 먼저는 마음의 문제입니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굳건하게 붙잡아야 합니다. 사탄이 우리의 마음을 흔든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천년고목이 비바람에도 그 자리를 굳게 버티고 있는 것처럼 흔들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충성은 끝까지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한자어로 誠을 보면 말씀 言과 이룰 成으로 되어있습니다. 자기가 약속한 것은 끝까지 지키는 것이 충성입니다.

사실 충성은 끝까지 해야 합니다. 열심히 하다가 상황이 달라졌다고 중도에 포기하거나 도중에 고난이 다가오고 역경이 밀려온다고 포기하면 충성이 아닙니다.

바울 서신을 보면 바울과 함께 동역하던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나옵니다. 그 중에 데마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의 이름이 바울서신에 세 번 나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나올 때마다 그 표현이 달라집니다.

첫 번째는 몬 1:24에 나옵니다. 이때는 “나의 동역자 데마”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때만해도 데마는 충성스럽게 바울과 동역을 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골 4:14에 나옵니다. 이때는 아무런 소개 없이 그냥 “데마”라고만 나옵니다. 그러니까 벌써 데마의 충성도가 약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세 번째 마지막으로 딤후 4:10에 나옵니다. “데마는 이 세상을 사랑하여 나를 버리고 데살로니가로 갔고”라고 나옵니다. 그러니까 데마는 끝까지 충성을 다하지 못하고 주의 사역을 접었다는 말입니다. 주님보다 세상을 더 사랑하여 돌아섰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데마는 주를 위해, 교회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다가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돌아선 것입니다. 이것은 충성이 아닙니다.

여러 해 됐습니다. 세례문답을 할 때 연세가 60이 넘은 분이 세례받기 위해 문답에 참여하셨습니다. 제가 이런 저런 질문을 드린 뒤에 마지막으로 엉뚱한 질문을 한 가지 드렸습니다. “예수를 언제까지 믿으시겠습니까? 상도중앙교회는 언제까지 다니시겠습니까?” 이분이 주저하지 않으시고 단호하게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죽을 때까지요. 죽을 때까지 예수 믿을 것이고, 죽을 때까지 상도중앙회를 다닐 것입니다.”

제가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때부터 세례문답할 때마다 이 질문을 드려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죽을 때까지 다니고 싶은 교회가 있는 것이 복입니다. 끝까지 충성하기로 한 교회가 있는 것이 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