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그래엄 목사(96)의 외손자이자 대형교회 담임인 툴리언 치비지언 목사(Tullian Tchividjian, 42)가 아내와 자신의 외도를 고백한 후 전격 사임했다. 아내의 외도로 별거 중, 친구와의 사이가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했다는 것. 충격에 빠진 미국 교계와 언론계는 빌리 그래엄 목사 자녀들의 복잡한 가족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 툴리언 치비지언 목사 ⓒwashingtonpost.com 캡처

지난 6월 셋째 주일날 외도를 시인한 데 곧이어 사의를 표했다. 툴리언 치비지언(풀네임: 윌리엄 그래엄 툴리언 치비지언) 목사는 플로리다주 남부의 도시 포트로더데일의 ‘코럴리지 장로교회’의 담임목회자였다. 치비지언 목사는 몇 달 전 여행 끝에 귀가했을 때 아내의 외도를 발견하고 “상심하고 큰 타격을 받았다.”며 그 후 당회에 알리고 안식휴가를 얻어 지내다 아내의 외도가 계속되어 별거 중에 친구에게서 위로를 받으려다 자신과 친구와의 사이가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했다고 고백했다. 교회와 교우들은 이에 대해 일단 ‘슬프다’는 반응을 보였다.

코럴리지 교회 당회를 비롯한 리더팀은 “슬프지만 툴리언 치비지언 목사님과 가족이 이 난국을 헤쳐나가게 돕고 있다.”며 “치유과정을 통해 하나님이 회복시켜 주시길 위하여 함께 기도해 주길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아울러 “조만간 어떤 후임자를 하나님이 보내실지 모르지만 이 과도기에도 그분이 우리의 희망이고 인도자이심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치비지언 목사 측은 “교회 리더팀이 6월 중순 그에게 외도 소문이 사실이냐고 물어와 시인한 뒤 사임이 최상책이라는 결론을 얻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내 킴은 아무런 기자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고 다만 사임 뉴스를 최초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메시지에서 “성명은 남편의 견해이지 내 것은 아니다.”며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치비지언 목사의 사임 후 랍 퍼시엔저 임시목사가 교회를 대리하고 있고, 새 담임목사가 결정되기까지 주일마다 강사를 초청해 예배할 계획이다. 현재 이 교회 주일 출석수는 평균 1,900명이며 팟캐스트로도 수백만을 이끌어 왔다.

지난 1978년 설립된 코럴리지 장로교회는 설립자이자 ‘전도폭발운동’(EE)의 창안자인 고 D. 제임스 케네디 박사의 명성으로 널리 알려졌다. 케네디는 미국 ‘종교우파’(RR) 설계자의 한 명이며 고 제리 폴웰 목사(리버티대학교 및 침신대원 창설총장), 제임스 답슨 목사(포커스온더패밀리 창설자) 등과 함께 ‘도덕적 다수’(MM)의 기수의 한 명으로 미국사회 및 교계의 정치운동에 활발하게 참여한 미국 보수주의권 핵심 인물의 한 명이었다가 2007년 세상을 떠났다.

▲ 코럴리지 장로교회 ⓒCoral Ridge Presbyterian Church

케네디 생시에 코럴리지의 텔레비전 방송망은 300만 시청자를 보유했었다. 그러나 후임 치비지언 목사는 정치운동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 점에서는 외삼촌인 프랭클린 그래엄 목사와도 매우 대조적이다. 프랭클린 목사는 활발한 대사회 정치발언을 해 왔으며 특히 이슬람교에 대한 강경 발언으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치비지언 목사는 지난해 신학적 견해차 때문에 복음연맹(TGC)과 결별하기도 했다.

치비지언 목사의 부임과 교회통합 전후 코럴리지에서는 반대 의견도 많았다. 케네디 목사 당시에는 예배와 교회음악 등이 모두 전통적이고 고전적이었으나 신임목회자인 치비지언 목사가 그 모두를 현대식으로 단숨에 바꿔버린 것. 케네디 목사는 주일예배 때 가운을 입었으나 치비지언 목사는 양복 정장을 입었고, 오르간 중심의 예배음악도 하드드라이빙 팝 뮤직으로, 브로드캐스팅은 팟캐스팅으로 바꿨다. 그러나 케네디 목사의 딸이 반대파의 중심 역할에 나섰다. 불만이 고조되던 2009년 치비지언 목사의 신임을 묻는 투표가 행해졌고 치비지언 목사는 3분의 2의 지지를 얻었다. 반대파는 새 교회를 만들어 떠났다.

이 교회 교인으로 치비지언 목사 가족을 10년간 알고 지내왔다는 어떤 교우는 인터넷을 통해 “가슴 아프다. 누구나 실족을 하지만 그는 이번 일로 모든 대가를 치르게 됐다.”면서 “그의 설교가 벌써 그립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케네디’나 ‘그래엄’이라는 유명 이름 탓에 유명세를 치렀다.”고 쓰기도. 그러나 네티즌의 댓글 다수는 부부를 단죄하는 내용이었지만 나머지 다수는 “사람은 누구나 잘못될 수 있다.”며 이해와 위로를 담았다. 또 다른 댓글 필자는 “슬하의 아이들이 가엽다.”고 말했다.

툴리언 치비지언 목사는 아르메니안계 스위스 임상심리학자인 스티븐 치비지언 박사와 전도자 빌리 그래엄 목사와 고 룻 그래엄 여사의 맏딸인 지지 그래엄(원명: 버지니어 레프트위치 그래엄)과의 사이에 태어났다. 지지 그래엄은 14세 때 스티븐 차비지언을 만나 17세에 결혼해 일곱 자녀를 낳았으나 이혼했으며 2012년에 어릴 적 친구인 짐 윌슨을 만나 재혼했다. 일곱 자녀중 맏아들인 스티븐 치비지언 1세도 현재 목사로 포트로더데일 캘버리채플을 맡아 사역하고 있다.

<크리스채너티투데이>에 따르면, 코럴 스프링즈에서 성장한 툴리언 치비지언 목사는 16세 때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집에서도 쫓겨나 사우스비치 등지에서 5년간 야간 파티로 세월을 보내며 마약과 알코올, 이성에 빠지는 등 ‘마이애미의 센슈얼한 밤 생활이 제공하는 모든 것을 즐기며’ 일찌감치 타락했으나 21세에 본래 신앙을 되찾아 목회자가 되었다. 그는 1997년 킴과 결혼, 세 자녀를 두었다.

툴리언 치비지언은 리폼드 졸업 후 미국장로교(PCUSA)와는 대조적으로 보수적인 미국장로회(PCA)의 목사안수를 받았으나 소형교단인 복음장로회(EPC)에 소속된 뉴시티장로교회에 시무하다가, 코럴리지장로교회의 설립자이자 전담임목회자인 D. 제임즈 케네디 목사의 사후인 2009년 부활주일에 두 교회를 합병하면서 후임자가 됐다. 그는 특히 빌리 그래엄 목사의 외손자로 개혁주의 서클의 ‘떠오르는 별’로 부각돼 왔다.

치비지언 목사는 목회자원 사역체인 ‘리버레이트’(현재 폐쇄)의 창설자이며, 모교인 리폼드 신대원의 객원교수 겸 리더십 저널의 기고편집인이기도 했다. 또 <크리스채너티투데이>의 2012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예수+없음(無)=모든 것>(Jesus+Nothing=Everything) 등 몇 권의 저서도 있다.

이번 사태는 플로리다주에서 4번째 대형교회 목회자의 ‘스캔들 후 사임’ 케이스이다. 유명 목회자인 조울 헌터 목사도 연전에 비슷하게 사임한 바 있다.

한편 빌리 그래엄 목사는 몇 차례의 병고를 치르고도 여전히 노스캐럴라이나에서 안정된 노년을 보내고 있으며, 수시로 중대 메시지를 발표하곤 한다. 그가 세운 빌리그래엄전도협회(BGEA)는 아들 프랭클린 그래엄 목사가 맡아 운영해 오고 있다. 프랭클린 목사는 ‘서매리턴 퍼스’(착한 사마리아사람의 지갑이란 뜻)라는 구호사역체와 빌리 그래엄 기념도서관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래엄 목사의 또 다른 딸 앤 그래엄 로츠 여사와, 친손자인 윌 프랭클린 그래엄도 현재 각각 목회자로 활약하고 있다.

빌리 그래엄 목사는 평소 “여성과는 단둘이 서로 만나거나 식사나 여행 따위를 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강조하고 지켜왔다. 이 ‘빌리 그래엄 룰’ 내지 ‘모데스토 마니페스토’(도덕헌장)는 복음주의자들의 도덕생활에 하나의 모범이 되어 왔다. 웅변적인 낭랑한 목소리와 열정적이고 다이내믹한 제스처로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전도대회를 치러온 그래엄 목사는 지난 1973년 한국 서울의 여의도 광장에서 연300만 군중이 모인 대규모 집회를 이끈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가장 최근엔 몇몇 연방의회 의원들의 스캔들 사건 이후 ‘잘못된 인상’과 오해를 피하려고 의원들이 남녀와 일대일로 만나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키고 있다. 이런 룰은 사회나 교계에서 경력 쌓기를 하려는 여성들에게는 큰 ‘장벽’의 하나로 부각돼 왔다. 남성 절대 중심 세계에서 남성과의 실족이나 오해를 피하려면 자신의 경력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빌리 그래엄 목사는 또 역대 미국 대통령들에게 ‘국가 채플린’과 같은 역할을 해 왔다. 그와 가장 친근한 전 대통령은 빌 클린턴이며 둘 다 남침례교(SBC) 소속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존경한다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젊을 적에 알코올에 빠졌다가 “빌리 그래엄의 권고로 거듭났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그래엄 목사 가정 자체가 ‘문제의 무덤’과 ‘해결의 항구’를 거듭해 왔다. 맏아들 윌리엄 프랭클린 그래엄 3세는 어릴 때부터 반항아로 자라면서 장발과 취약한 학교 성적, 주초, ‘오토족’ 등의 문제를 저질러 가족의 골칫거리였다가 밥 피얼스 박사(월드비전 공동창설자)의 권고로 인한 회개 등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의 후계자로 성공했다.

그래엄 목사의 차녀 앤 로츠 그래엄은 18세 때 치과의사와 결혼해 20세 때 첫 아이를 낳은 뒤 ‘방황’ 끝에 성경공부를 통해 안정을 되찾고 아버지가 ‘우리 집안의 최고 설교가’로 칭할 정도로 변신했다. 그러나 여성목회자로서 명성을 줄이려고 ‘교사’로 몸을 낮추며 지내왔다.

그래엄 목사의 삼녀 룻 버니 그래엄은 첫 남편의 바람기로 자살욕구를 느끼다가 극복한 뒤 2회 결혼을 거듭했다가 온정사역체인 ‘룻 그래엄과 친구들’(RG&F)을 설립해 활약하면서 만난 (아동포르노 범죄) 전과자 목사와 지난 2009년 네 번째로 결혼했으며, 이듬해인 2010년 모 침례교단에서 여성 목사 안수를 받았다. 안수위원들 중 한 명은 남편이었다.

그래엄 목사의 차남 넬슨 에드먼(네드) 그래엄은 현재 대중국 선교단체인 이스트게이츠인터내셔널(EGI) 선교회의 대표로 활약하고 있지만 악령에 억눌리면서 약물중독에 빠졌고, 두 번 결혼한 바 있다. 또 그를 선호했던 어머니 룻 그래엄 여사의 “죽은 뒤 몬트리얼 집 부근에 매장해달라.”는 유언을 지키려 했다가 형인 프랭클린 목사가 아버지에게 그래엄 도서관 구내에다 묻게 해 달라고 한 정략적인 소원을 이루자 큰 갈등을 맛보기도 했다.

한편 근래 복음주의 사역자·목회자들의 스캔들 사태가 잦아짐에 따라 교계 전문가들은 해결책과 대책에 고심해 왔다. 유명 복음주의 목회자의 스캔들 사태는 이외에도 콜로래도주 뉴라이프 교회의 테드 해거드 목사, ‘레이클랜드 부흥’을 이끈 신사도 계열 부흥강사 타드 벤틀리, 가장 근래의 베니 힌 목사와 여성 메가처치 목회자인 폴라 화이트 목사 사이의 추문 등이 있어왔다. 과거 1980년대에도 짐 베이커 목사와 지미 스왜거트 목사의 성 스캔들이 악명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