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성 교수 / 숭실대 사회사업학과

가정폭력 등으로 이혼·가족해체 급증
가족은 인간사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제도인 동시에 어떠한 경우에도 건전하게 보전되어야 할 하나님의 귀한 선물이다. 인생에 있어 가정의 행복이 반드시 최후의 목적이 아닐 수 있지만 가정의 파괴나 가족의 해체는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에도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교회 밖 세속 문화는 끊임없이 가족의 건전한 보전을 위협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의 가족은 심각한 위기를 맡고 있다. 하나님이 주신 가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교회의 운동으로 일어나야 할 때이다. 이에 한국사회의 가족실태를 살펴보고 교회의 노력을 위한 가족복지 서비스를 살펴보기로 한다.  

가족변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가족구조가 소규모화 되고, 단독세대들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한국 가족은 점점 그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 가족의 규모가 점차 축소하는 원인은 산업화과정에서 나타난 가족 분화와 핵가족화 현상, 출산율 저하, 특히 1960년 초부터 시행된 가족계획사업의 영향 등에 기인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기동력이 요구되는 만큼 소규모 가족이 여러모로 편리한 형태가 되고 있다.

가족의 소규모화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가족은 다양한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 가족의 주도적인 형태는 2세대 가족으로, 특히 부부와 미혼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은 전체 가족유형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단독가구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독신가족의 증가와 함께 노인인구의 증가와 자녀와 별거하여 혼자 사는 노인가구가 점차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가족구조의 변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노인 단독세대의 증가이다. 이와 함께 늘어나는 또 다른 가구형태로 소년소녀가장 가구를 들 수 있다.

둘째, 여성 취업률의 증가이다. 20세기 후반에 일어난 주요 사회변화 중 하나는 여성의 취업률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기혼 여성의 취업률이 증가한 현상은 전통적으로 가정 내에서 아동을 양육하고 노인과 장애인을 간호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맡아온 여성의 역할에 큰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여성의 역할이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가족성원들은 여성에게 가사일을 전담하는 아내로서 혹은 어머니로서의 전통적인 역할을 기대함으로써 가족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여성들의 취업률 증가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가사일 분담시간이 별로 증가하고 있지 않음은 가족 갈등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부부관계 개선 위한 복지서비스 제공
셋째는 이혼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 11.4%에 불과하던 결혼대비 이혼율이 십여 년 이후인 2002년 47.4%로 무려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이혼율의 증가는 단순히 가족구조의 외형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결혼해체로 인해 빈곤층의 절대다수가 여성화되는 빈곤의 여성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한부모 가족의 약 80%가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에 포함되어 있는 것은 빈곤의 여성화가 서구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에서도 주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혼당사자들은 심각한 정서적 혹은 자존감의 타격을 경험할 뿐 아니라 부부가 분담하던 자녀양육과 가사의 과업을 혼자 수행하는 데서 오는 실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더욱이 여성이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 경제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학업수행에 뒤떨어지거나 정서장애나 비행의 문제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혼가족이 변화된 사회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도록 지원하는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서비스,  이혼을 사전에 막기 위한 가족상담 서비스에 대한 욕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넷째, 가정 내 사회병리적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배우자 학대, 아동학대,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학대 등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오랫동안 가족내의 문제로만 생각하였으나. 최근 들어 점차 사회적, 문화적 요인과 관련된 보다 일반적인 사회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와 같은 가족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회정책적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가족문제는 계속 발생할 뿐 아니라 가족해체 현상과 가족해체로 인한 사회병리적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에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가족문제에 대응하는 가족정책은 없으며 가족과 관련된 정책과 프로그램, 서비스가 통합되지 못하고 산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또한 선 가정보호-후 사회보장의 원칙에 따른 현행 가족복지정책은 가족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가족의 기능을 예방적이고 제도적인 방법으로 돕지 못하고, 가족의 자생적 능력에 크게 의존하거나 문제가 심각해진 뒤에야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가족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사회보장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 가족의 경제적 부양기능에 대한 현재의 지원이 현실적이지 못한 것도 문제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고 건강한 가족이 보전되기 위한 교회차원의 노력들은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고부 이해증진 돕는 프로그램 설치도
첫째, 고부관계의 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가족관계의 변화 중 고부관계는 전통적 직계가족 사회의 효 이데올로기로부터 현대 산업사회의 교환이론적 인간관계로의 변모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의 세대간 권력관계 이동의 특성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관계 이동 과정에서 많은 부부문제가 고부간의 갈등에 의해 야기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고부관계의 갈등 혹은 세대적 호환관계에서 야기되는 문제의 가족복지적 접근은 이해관계가 첨예하지 않은 중재자의 개입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국가의 가족부양에의 관여도 필요하지만 교인관계를 통한 완충효과의 실현 등의 개입방안의 모색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고부간의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교회내 서비스 프로그램의 설치도 요구된다.
둘째, 부부관계의 증진을 위한 가족복지 서비스의 제공이다.

부부관계에서는 산업화로 인한 부부의 애정적 기능의 강화와 현대적 남녀평등의 가치관이 강조되며 이혼의 증가는 이러한 요구에 대한 불만족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한 부부관계의 문제점은 배우자 폭력, 부정, 이혼 등으로 나타난다. 가정폭력의 한 형태 중 배우자 폭력은 가부장적 가정문화의 표출로서 권위적 불평등의 부부관계에서 자주 나타나는 사회적 산물로 이해된다. 부정의 양상의 변모는 성의 자유화, 개인주의적 가치관과 여성의 경제력이 동인이 되어 정조 이데올로기의 변화를 나타내 준다.

그리고 이혼이나 유기, 별거 시 자녀 양육을 기피하는 경향도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부부관계 강화 훈련, 구타 남편과 배우자의 치료방안, 실직자 가족의 지지서비스 등의 프로그램들의 개발이 요구된다.

셋째, 부모-자녀 관계 향상을 위한 가족복지 서비스의 활성화이다. 최근 부모 자녀관계에서는 부모역할의 수행방식에서 전통사회의 위계적 관계에 익숙한 부모와 수평적 관계를 요구하는 자녀와의 세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또 가족해체의 증가로 인한 핵가족과 다른 형태의 가족구성은 자녀의 사회화와 양육의 기능과 관련된 어려움과 혼란을 야기시킨다. 다양한 가족형태에 적합한 부모 역할 훈련 모형에 기초한 양육기능 수행방식의 강화와 미성년자의 1차적 환경으로서의 가족 보존을 위한 서비스 등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가족은 결혼으로부터 형성된다. 그러나 결혼은 서로 적응하기 어려운 과업을 요구하며 결혼생활이 개선되기 위해서 부부의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한 기간이다. 부부들이 신앙을 통해 이러한 노력을 원만하게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교회는 가족을 위협하는 세속문화에 대한 노아의 방주가 되어야 한다. 교회가 있음으로 가족이 형성되고 보존되며,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서 가족으로부터 소외되는 모든 성원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