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재판과 교회분쟁해결’이라는 주제로 ‘제2회 화해중재원포럼’이 열려 교회재판의 문제점으로 전문성과 독립성의 결여가 제기되었다. 교회재판의 신뢰성 제고 방안으로 판결문 공개 주장도 나왔다. 또 교회분쟁을 바로 사회법정에 제소하는 것을 지양하고 성경에 따라 자주적으로 해결하는 조정과 화해 및 중재의 적극적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사)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이사장 피영민 목사 / 원장 양인평 변호사)과 (사)한국교회법학회(이사장 전주남 목사 / 회장 서헌제 교수)이 공동주최하고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 변호사)가 후원한 이번 포럼은 6월 1일(월) 오후 4시부터 서울 서초동 소재 서울변호사회관 지하 1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오준수 변호사의 사회로 △교회재판의 현황과 문제점(서헌제 교수) △권징재판의 구조와 문제점(권헌서 변호사) △행정재판의 구조와 문제점(송인규 변호사) △교회재판과 국가재판의 관계(장우건 변호사) 등의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을 가졌다.

▲ ‘제2회 화해중재원포럼’이 서울변호사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교회와신앙>

첫 주제발표에 나선 서헌제 중앙대학교 명예교수(한국교회법학회장)는 ‘교회재판의 현황과 문제점’이라는 제목으로 예장통합의 최근 4년간의 총회재판국 사례 175건 분석하고 ‘교회법 체계의 혼란과 미비’와 ‘재판기관의 비전문성’과 ‘재판기관의 독립성과 공정성’ 그리고 ‘재판의 비공개성’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예장통합의 “동일한 사건에 대해 항소와 상고는 물론이고 재심, 총회특별재심 등 총 8회나 소송제기가 가능하다는 재판심급의 남용문제가 교회재판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서헌제 교수 ⓒ<교회와신앙>

서헌제 교수는 “교회재판은 2심제 또는 3심 제도를 취하고 있는 점, 피의자의 방어권이 인정되는 점, 재판의 공정을 위한 절차상의 배려 등에 있어서 국가법원의 형사재판 또는 행정재판과 유사하다.”면서도 “목적이 범죄자의 처벌이나 징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신성과 질서를 유지하고 범죄자의 회개를 촉구하여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게 함을 그 목적을 둔다는 점”과 “재판의 형식에 있어서도 소수의 독립된 재판관에 의한 합의라는 국가재판과는 달리 일종의 교회(교단)내 회의체 기구로서 운영되며 그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차이를 지적했다.

서 교수는 먼저 예장통합의 최고법원인 총회재판국의 4년치 재판사례를 분석한 결과로 교회법 체계의 혼란과 미비를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교회재판은 재판의 기준이 될 규범(교회법)이 체계상에 있어서나 내용상 일관되어 있지 않고 혼란스럽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데 교회헌법이 비교적 잘 정비되어있다고 보이는 예장통합 교단헌법도 교회분쟁의 중요한 원인이 되는 교회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규정이 미비하다는 것.

서 교수는 “교단헌법에는 ‘지교회가 노회에 증여한 재산은 그 교회가 노회를 이탈할 때는 재산권이 없어진다’라고 규정하여 교회분열시 교단탈퇴한 측의 재산권박탈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종교자유의 원칙상 교회의 교인들이 그 소속교단을 탈퇴하거나 변경할 수 있으며 교회에서 탈퇴하지 않는 이상 교회구성원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규정이 종전교회의 교인들이 그 교회 자체를 탈퇴하여 교회구성원의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가 아니라 다수교인들이 그 소속교단을 탈퇴하고 새로운 교단에 가입하여 별개의 교회를 결성한 경우에까지 구속력을 가진다고는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그 효력을 부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헌제 교수는 결론에서 “교회재판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여러 치유방안이 제시되고는 있지만 가장 중요하고 실현가능한 대안은 교회재판의 공개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예장통합교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교단이 판결문을 외부에 공개하고 있지 않다.”면서 “그러나 판결문의 공개야 말로 교회재판에 대한 신뢰를 얻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판결은 교단 헌법규정 못지않게 교회법의 법원(法源)으로서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

서 교수는 “당사자들은 판결을 통해 확립된 재판부의 입장을 바로 알아야 향후 교회재판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으며 교회재판에 대한 교리적, 법리적 분석과 비평이 가능해져 이른바 판례법으로서 교회법이 발전할 수 있게 된다.”며 “하루 속히 교회재판이 교인들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교회 내 분쟁은 교회재판으로 해결하여, 국가법원에서 교인들끼리 싸우는 추태를 보이지 않아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 권헌서 변호사 ⓒ<교회와신앙>

역시 예장통합의 헌법을 중심으로 ‘권징재판의 구조와 문제점’를 발제한 권헌서 변호사(예장통합 총회재판국장)는 “총회 법리부서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재판국의 판결에 대한 불신이 점증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로 인하여 당사자들이 처음부터 사건을 국가 법원으로 가져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권 변호사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예장통합의 헌법 및 헌법시행규정에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면서 ‘권징실체법’과 ‘권징절차법’과 관련한 각 조문과 구조를 제시했는데 ‘상소제도, 재심제도, 총회특별재심제도’ 등의 재판심급의 남용 문제점을 거론했다.

감리교회의 재판제도를 중심으로 ‘행정재판의 구조와 문제점’에 대해 발제한 송인규 변호사(기감 총회특별재판위원)는 “감리교회의 재판은 타 교단들과는 달리 일반재판이나 행정재판은 원칙적으로 2심제를 채택하고 있다.”으며, 행정재판은 남소를 막고 분쟁을 가능한 타협하여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 ‘조정의 필요적 전치주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도 1인 단독 판사 또는 3인의 합의부 등 소수의 독립된 재판관에 의한 국가재판과는 달리, 다수의 위원(총회 행정재판은 7인, 총회 특별재판은 14인)들이 재판위원회를 구성하여 일종의 회의체 기구로서 운영되며, 재판도 다수결의 원칙(판결의 의결정족수도 재판위원 정수의 2/3 출석, 재석 2/3 이상 찬성의 결의)이 적용된다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고 “재판위원의 법적 전문성이 부족하고, 판결에는 다수결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재판의 결과가 좌우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우려했다.

▲ 송인규 변호사 ⓒ<교회와신앙>

송 변호사는 ‘교리와 장정(교회법) 규정 자체’와 ‘재판위원회의 구성 및 판결을 위한 의결정족수’와 ‘재판위원의 전문성 결여’와 ‘재판위원회의 독립성 결여’ 그리고 ‘조정전치제도상 조정 성립가능성 저조’ 등을 감리교회 행정재판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특히 “조정전치의 취지는 남소를 막고 분쟁을 가능한 타협하여 화해를 도모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으며, 분쟁 당사자 상호간에 윈윈하는 좋은 제도이다.”고 지적하고 “성경의 말씀대로 양당사자들이 합력해서 선을 이루는 바람직한 제도이지만, 안타깝게도 조정단계에서 합의가 이루어진 사례가 드문 것이 현실이다.”다고 밝혔다.

송인규 변호사는 해법으로 △교리와 장정(교회법) 규정의 체계화와 규정의 명확화 추진, △재판위원회의 구성 방식과 단순 다수결 결의방식 지양, △재판위원의 전문성 강화, △재판위원회의 독립성 보장, △조정제도의 활성화를 제시했다.

송 변호사는 “현재 국가법정에서도 조정제도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장차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조정제도는 남소를 방지하고 분쟁을 조속히 해결하며 분쟁 당사자 상호간에 윈윈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제도이기 때문이다.”면서 “교회재판에서도 조정제도가 더더욱 필요하고 충분한 분쟁해결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지적하고 “따라서 조정제도는 성경의 말씀대로 양당사자들이 합력해서 선을 이루는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는 제도이므로, 교회재판에서는 단순히 법대로 판결로 결론을 내기보다는 재판위원회가 화해와 조정의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송 변호사는 나아가 “이를 위하여 예를 들면 강제조정제도를 도입하여 이에 따르지 않는 경우 당사자에게 일정한 법적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제안하면서 “그러한 의미에서 교회재판과 국가재판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하고, 나아가 분쟁을 조정과 화해로 마무리하도록 도와주는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의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 장우건 변호사 ⓒ<교회와신앙>

‘교회재판과 국가재판의 관계’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장우건 변호사(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 부원장 겸 운영위원장)는 “교인들이 서로 편을 갈라 분열 갈등하는 경우 상대방을 교회에서 권징재판을 통하여 축출하려는 시도는 교회분쟁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밝히고 ‘그리스도인의 소송 자제(自制)’를 호소했다.

장 변호사는 항간에 사법제도를 불신하여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하지만 한국 사법의 수준은 국제적으로 볼 때 선진급으로 평가하면서도 “다만 훌륭한 사법제도 아래에서도, 법원의 판결은 교회분쟁의 해결수단으로서 유일한 것도 아니고, 더구나 교회분쟁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법원의 판결은 교회분쟁의 해결책으로서는 여러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ADR(소송대안제도)를 통하여 교회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공식적 기구인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의 활용”을 제안했다.

장우건 변호사는 교회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 바로 사회법정에 제소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 지나친 기대감을 가지고 있으나 법원의 재판은 통일성과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장 변호사는 그 사례로 “법원이 위임목사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위임목사 청빙을 민법의 위임과 같은 성격으로 보고 일정수의 교인들이 동의하면 위임목사를 자유롭게 해약할 수 있다고 본 경우”를 들면서 “그리스도인들은 법원에 과도하게 의지하지 말고 성경에 따라 분쟁을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주제발표자들과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가졌다. ⓒ<교회와신앙>

교인들 사이의 사법적 법률분쟁 및 교회 또는 기독교단체 내외의 모든 분쟁을 법원의 소송이 아닌 상담과 조정/화해, 중재 등 대안적 방법(ADR)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2008년에 설립된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은 매년 ‘화해중재원포럼’과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으며, 2011년 11월 10일 대법원으로부터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았고 2013년 7월부터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조정사건을 위촉받아 처리하는 등 공적 분쟁해결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