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Faith목회아카데미 학장(cafe.naver.com/fmacademy2)

▲ 김기홍 목사

목회자는 교회 외형이 커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람이 많아지고 건물이 커지기를 소원한다. 그래서 자신이 큰 목사가 되려고 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방법은 그 반대이다. 먼저 목회자가 커야 교회도 큰다.

큰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물론 목회자는 그대로인데도 사람이 많아지고 건물이 커지는 경우도 있다. 단지 그 지역이 발전하고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는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성경적 원리는 목사가 성장하는 대로 교회도 그렇다. 다윗이 큰 사람이기에 따르는 용사가 많았지 용사가 많아서 왕이 된 게 아니다. 교회 성장은 반드시 교인수를 말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교회라면 활발하며 강하면서도 따듯하다. 넘치는 은혜가 느껴진다. 교회는 반드시 담임목사를 닮는다. 목사가 바뀌어도 시간이 좀 흐르면 바뀐 목사를 닮아간다.

그러므로 목사는 교회의 성장 못지않게 자신의 성장에 신경을 써야한다. 이는 한 곳에서 오래 목회하는 이에게만 해당 되는 게 아니다. 여러 교회를 담임해 보았어도 목회자로서 실력이나 인격에 별로 자라난 모습이 없는 경우를 많이 본다.

초보목사였을 때 목회 많이 한 목사들을 찾아다니며 배우려고 한 적이 있다. 특히 은퇴한 분에게는 더욱 많은 것을 기대했다. 힘든 목회를 다 마치고 이제 하나님 앞에서 상 받을 일만 남지 않았는가! 그러나 기대한 만큼 나오는 게 없었다. 왜 그런가? 나중에야 알았다. 오래 산다고 경험이 다채로워지는 게 아니었다. 언제나 같은 경험만을 반복하는 것이다. 은퇴한 분들은 거의가 다 목회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목회는 하나님의 힘으로만 가능하다. 그러나 어떻게 하나님의 힘을 이용하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그냥 기도하고 나서는 자기가 자기 힘으로 목회를 하려고 한다.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하고 속상할 때는 참으려고 한다. 그리고 일을 잘못 처리하고 나서는 후회하고 자신을 욕하고 비하한다. 이러다보면 목회를 오래 할수록 마음은 상처로 가득하게 되고 또한 그러한 일이 계속 될 것을 기대하게 된다. 인간의 뇌와 마음은 정보를 처리하고 결정하는데 있어서 대단히 습관적이다. 이것은 뇌 연구에서 나온 보고이다. 그러니까 현재 목회가 고통스럽고 재미가 없다면 장래에도 같은 상황이 온다. 같은 문제를 경험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복음이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후5:17) 그리스도를 의식하고 의지하면 새 피조물이란다. “만일 너희 속에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면 너희가 육신에 있지 아니하고 영에 있나니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라.”(롬8:9) 보통 사람이 아니다. 하나님의 영이 우리 속에 있기에 우리가 영의 사람이 되었다. 그러므로 영의 삶을 살 힘이 있다. 이 사실을 믿고 주장하면 된다. 영의 사람은 육신의 한계를 넘어선다. 하나님의 영의 인도와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성경에 나오는 위대한 선배들이 그러했다.

그저 하나님을 의식하고 의지하면서 무슨 일이나 하라. 다윗의 경우를 보자. 여호와가 내 목자시니 부족함이 없다고 선언하면서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푸른 목장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고 계신다고 주장한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돌보고 있다고 선언한다. 실제로 지팡이와 막대기를 보면서 말하는 게 아니다. 아무 것도 안 보여도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누구에게? 자기 자신에게. 영에 속한 사람은 영의 세계를 믿고 행동한다. 좀 걱정되고 두려워도 여전히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고 자신에게 주위 사람에게 말한다. 그러면 그 믿음에 상응하는 일이 전개된다. 훨씬 일이 쉽게 펼쳐진다. 사실은 주를 의지하기에 내가 훨씬 큰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내 스스로 크는 게 아니다. 하나님을 모셨기에 큰 것이다.

만약 그런데도 힘든 일이 계속되면 어떻게 할까? 그것도 감사로 받아야 한다. 바울을 보면 그렇다. 굶고 매 맞고 감옥에 들어가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악한 형제들이 방해하고 고소하고 속인다. 심지어 삶의 소망조차 끊어진다. 그럴수록 더욱 감사하리니 이 썩어질 존재가 영원하신 주를 위해 고난당하다니 얼마나 큰 영광인가. 교회일 하면서 힘들수록 빌립보 감옥의 바울처럼 해야 한다. 매 맞고 묶여서 찬미를 한다. 기적이 일어나는 길이다. 그렇다고 내 자신이 항상 그렇게 했다는 말은 아니다. 못한 경우가 더 많고 더 괴로워했다. 그런데도 주께서는 풍성한 열매를 주셨다. 참으로 염치가 없다. 주는 너무도 자비하시고 풍성하신 분이시다. 그러니 좀 잘 못했어도 낙심 말고 다시 도전하라. 시련이 올수록 더욱 기뻐하라. 그러면 상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