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예장통합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 김기홍 목사

2005년 대치동에서 분당으로 옮긴 이후에 교인 수는 외형적으로 많이 늘었다. 대치동에서 떠날 때는 평균 출석교인이 270명이었다. 그러나 분당으로 옮긴 후에 2009년까지는 계속 증가해서 갑절이 되었다. 이 기간 중에 대치동 식구들이 많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늘었으니 별안간 대치동 교인들은 소수파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들에게 목사가 느끼는 애정은 남다른 것이었다. 우선 분당 사람들은 새로워서 이들처럼 잘 아는 사이도 아니다. 대치동 사람들은 초신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복음신앙교육을 잘 받아온 바였다. 교회봉사를 별로 강조하지 않았기에 그 훈련은 약했어도 대체로 순수하고 순종을 잘 했다.

하지만 분당 사람들은 대체로 오랜 신자들이 많았다. 자기들 나름대로 신앙형태가 굳어져있었다. 이사 오고 아름다운교회의 분위기를 좋아해서 등록은 했지만 전에 다니던 교회의 신앙이나 헌신하는 방법에 익숙해 있었다. 그러기에 너무 교인들이 열심히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어떤 교우는 행동이나 말이 과격했다. 과거에 그런 분위기에서 지내온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대치동에서 온 신자들은 얌전했고 품위가 있었다. 헌금도 많이 했다. 외형적인 열성은 약해 보였는지 몰라도 꾸준하고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눈에 보이는 모습도 중요했다. 어느새 새로 나온 분당 사람들이 앞서서 일하고 주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중요 직책도 많이 맡게 되었다. 그러니 오래 나온 사람들이 섭섭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었다.

오래 된 사람들 가운데 불평하는 사람도 나왔다. 어디나 터줏대감 노릇하는 사람 고참이 있기 마련이다.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려고 한다.”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설친다는 말이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고참과 신참 세대로 나뉘고 갈등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공석이건 사석이건 이야기 했다. “교회 꾸준히 오래 나오는 것이나 인격 훌륭한 것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참여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열심 있는 사람들에게 일을 주라고 말했다. 그리고 대체로 점잖은 대치동 식구들이 잘 협조해 주었다. 그래서 장로나 권사나 안수집사에 오래 되었거나 특정지역보다 열심 있고 성실한 사람들을 뽑아주었다. 언제나 선거 후에 보면 거의가 될 만한 사람이 되곤 했다.

사실 목사로서 솔직히 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래서 그를 위해 기도도 하고 교인들에게 은근히 칭찬도 했다. 결과가 무엇인가? 오히려 긴장과 갈등만 만들어낼 뿐이다. 결국에는 그 사람이 왕따가 되거나 입장이 난처하게 된다. 교인들은 목사가 자기에게 특별히 잘해주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공평하게 모두를 대하기 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사의 마음이 누구에게로 향하고 있음을 느낀다면 정말로 이상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만다. 이에 대하여 상처받는 사람도 나온다. 그리고 나중에 보면 내 생각보다는 교인들 전체의 생각이 옳았음을 알게 된다. 한 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경험하는 상황이었다.

민주주의가 교회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을 종종 본다. 교회는 신주주의요 목사만큼 교회를 아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신주주의는 하나님의 주권을 말하는 것인데 목사의 권위를 거기다 맞추면 그 자체가 신주주의를 벗어난다. 그러면 신주주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고 묻는다. 목사는 성경을 읽고 기도하면서 깨달은 하나님의 뜻을 설교에서 말하고 중직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이해하고 목사의 뜻을 존중해서 결정해주도록 만들면 된다. 목회부분은 목사의 고유권한이지만 여전히 이해하도록 설명하고 따라오게 해야 한다. 행정이나 교회운영은 더욱 목사가 세상일을 하는 교인들보다 미숙한 경우가 많다.

정리하면 이렇다. 우선 목사 자신이 불편부당, 오직 하나님만 섬기며 교인들을 사랑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당회원들이나 항존직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교인들의 뜻이 반영되도록 운영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의 사심을 거두고 오직 교회의 유익을 생각해야 한다. 만약 중직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반대하면 이해할 때까지 기다리면 설득해야 한다.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면 여전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절대로 교회에서 목사편과 장로편 또는 누구 편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내게 반대해도 반대편으로 보면 안 된다. 여전히 한집안 식구로서 의견이 다르거나 성격이 다를 뿐이다. 괴로워하고 다투더라도 여전히 반대파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불편부당 공평한 지도자가 곧 목회자여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교회를 우선으로 하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