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예장통합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 김기홍 목사

아름다운교회는 두 번 건축에 해당되는 일을 했다. 어느 교회나 개척 단계를 벗어나 중견교회로 일어나려면 몇 번은 건축을 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땅 사고 건물 짓고 하는 순수 건축은 경험하지 못했다. 건물 매입과 리모델링뿐이었다. 그러나 건축 못지않게 힘든 것은 자금 마련하는 일과 건물을 수리하고 단장하는 일이었다.

여하간 건축과정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나온 통설이 있다. 교회가 건축을 마치면 담임목사가 병이 들든지 쫓겨나든지 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하나님이 도우신다는 느낌을 경험했다. 이게 중요하다. 교우 전체가 함께 일하면서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것이다. 우선 재정 마련이 가장 어려운데 쉽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리모델링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일어나는데 모두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진행하고 담당자들이 철저하게 보고하기에 목사는 할 일이 없었다.

리모델링을 위해서 광고하여 몇 개의 회사에서 입찰을 받았다. 세 개 회사가 마지막에 경합을 했다. 두 회사는 가격이 싸고 리모델링을 위한 기간도 짧게 요구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보니 ‘선두’라는 회사가 선발 되었다. 그 회사가 요구한 가격은 다른 곳의 두 배 가량 되었다. 이 일로 인해서 건축위원들 간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결국 건물수리인가 아니면 아름다운 교회에 걸 맞는 리모델링인가의 주제로 토론이 모아졌다. 교회 리모델링은 건축디자이너인 장재천 집사에게 맡겨졌었다. 그는 전에 대치동 건물도 탁월한 디자인으로 모두의 사랑을 받았었다. 그래서 제안을 따라 그가 감독을 하며 선두가 리모델링을 진행하기로 결론이 났다. 리모델링의 비용은 15억이었다. 대치동 건물을 판 가격과 우리가 모은 건축헌금으로 건물과 대지의 비용은 낼 수 있었다. 리모델링 비용은 은행에서 빚을 내었다.

7월부터 시작된 리모델링은 여러 달 계속 되었다. 건물 건체에 작업을 위해 구조물들을 설치하고 천들로 덮었다. 그런 가운데 우리는 교회 이전을 했다. 2층 지금의 중고등부실이 두 개로 나뉘기 전의 방에서 예배했다. 크기는 대치동과 같았지만 예배실 한 가운데 기둥이 두 개씩이나 있었던 때와는 달랐다. 의자도 대치동 것을 그대로 옮겨왔다. 지금도 그 의자들을 보면 대치동 때의 추억이 새로워진다. 대치동 성전 구석구석을 장재천 집사께서 디자인하고 장식했었다. 그것을 다 버리고 분당으로 옮겨온다는 것이 그분으로서는 가슴 아픈 일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한군데 머물 수가 없는 것이다. 새로운 삶이 나타나면 털고 일어나야 한다. 결국은 이 인생도 털고 다음 삶, 이제와는 비교할 수 없이 크고 아름답고 영원한 삶으로 가야한다.

대치동과는 비교가 안 되게 건물도 크고 방도 많아서 리모델링 기간도 많이 걸렸다. 매주일 당회와 담당자들이 모여서 보고를 했다. 투명하게 의논하면서 일을 나누어서 하니까 진행이 아주 쉬웠다. 담임목사는 할 일이 없었다. 하려고 해도 실력이 없으니 구경만 할 뿐이다. 그저 기도하고 회의 진행하는 것이 주업무였고 장로님들이 열심히 일을 해 주었다. 사실 건축뿐 아니라 사회의 일들은 목사보다는 다른 제직들이 더 잘한다. 나 자신도 회의는 진행하지만 들어보면 용어부터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다른 목사들은 건축을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달려들어 피로와 스트레스로 거의 죽을 지경이 된다. 하지만 나는 본래 아무 것도 모르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그래서 항상 미안한 마음으로 충만했다. 하지만 담당자들이 서로 보고하고 살펴보니 너무도 정확하고 확실하게 진행이 되었다.

드디어 2005년 11월 20일 입당예배를 드렸다. 밖에서 보나 안에서 보나 문자 그대로 아름다운교회였다. 구석구석이 다 아름다웠다. 김삼환 목사께서 설교하시고 청담동 식구들도 불러서 함께 축하했다. 건축에 참여한 분들, 다른 교회 나가면서도 많이 헌금하신 분들, 해당자들 거의 모두에게 감사패 공로패를 드렸다. 이렇게 해서 드디어 공식적인 분당 시대가 열렸다. 이미 건축을 하고 있는 몇 달 동안에도 아름다운교회에 참여하기로 작정한 분당의 새 식구들도 상당수였다. 이미 믿은 신자들로 아름다운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였다. 지금까지 목회 전반을 통해서 경험한 일이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맡기면 너무도 쉽게 너무도 아름답게 완전하게 진행이 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