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예장통합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목회를 하다보면 빨리 부흥하고 교회를 크게 하고 싶은 소원을 갖게 된다. 목회자 치고 안 그런 사람은 없으리라. 그래서 누군가 새로운 것을 말하고 그렇게 해서 교회가 잘되었다고 하면 달려 나간다. 내 자신도 새로운 운동이라면 거의 빠지지 않고 따라가 보았다. 많은 경우에는 최면현상이 많이 보였다.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당연히 교회 성장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동안 귀신 쫓기 운동이 퍼진 적이 있었다. 7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서 90년대까지 열성적인 목회자라면 영향을 안 받은 이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대부분의 교단에서 이단으로 정죄를 받고 말았다. 어떤 신비한 방법보다는 하나님께 매달리고 집중해야 한다.

성남의 한 개척 교회의 저녁집회를 가보았다. 설교자가 설교 하다가 무턱대고 “예수 이름으로.” 하고 외치면 바닥에 앉아있던 청중이 일제히 뒤로 넘어졌다. 마치 누가 미는 것 같았다. 설교 내용은 예수 이름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냥 설교하다가 “예수 이름으로” 하는 식이다. 넘어졌던 사람들은 조금 후에 얼굴에 미소를 띠며 다시 일어나 앉는다. 설교하며 십여 번으로 그렇게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복음의 내용은 하나도 없다. 당연히 예배의 모습은 흐트러지고 설교도 집중할 수 없는 상황으로 진행되었다. 이야말로 순전한 최면 현상이다. 뭔가 이상하다 느껴지면 이상한 것이다. 영적인 느낌이기 때문이다.

빈야드 운동 역시 이단 정죄까지는 안 갔지만 거의 모든 교단 총회에서 조심하라고 말릴 정도로 좋지 않게 보았던 바이다. 한동안 빈야드 운동이 일어날 때에 선배 목사님이 큰마음 먹고 캐나다로 여행 가는 것을 보았다. 교회가 성장하지 않으니까 가능성이 보이면 어디든지 가는 것이다. 빈야드 운동하는 교회들은 아예 의자가 없었다. 모두 일어나 춤추고 멋대로 흔들면서 찬송하며 흔들며 떨었다. 그러다 한 두 사람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 쓰러져 경련한다. 짐승소리 같은 소리 깔깔 웃는 소리 예배는 난장판이 된다. 성령 체험하는 장면이다. 지금은 이 운동도 지나갔다.

LA에서 이 운동의 창시자 존 윔버의 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다. 설교하며 예언을 많이 했다. “이쪽 줄에 심장병에 걸린 분이 두 사람 있습니다. 일어나세요. 주께서 고치셨다고 합니다. 저쪽 줄에 부인과 이혼하기로 정한 분 일어나세요.” 나머지는 그 사람들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을 보면서 격려를 받는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복음인가 의심이 일어났다. 후에 그는 암에 걸려 죽었다. 내게도 예언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다녀갔다. 내가 찾아가서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정확하게 예언하는 이들은 없었다. 모두가 두루뭉수리의 덕담수준이었다. 교회사에서도 예언은 하도 폐해가 많아서 일찍이 중단시켰던 것이다. 예언사역으로 일어난 교회는 볼 수 없었다.

뜨레스디아스는 평신도들이 주도하는 운동이다. 3일이라는 스페인어로 3박4일 동안 합숙하며 수련회를 진행한다. 그 과정을 경험한 신자가 다른 신자에게 참석을 종용한다. 절대로 내용을 말하지 않아 신비하게 한다. 어두울 때 수련회 장소에 도착하면 봉사하는 이들이 박수로 대환영을 해준다. 그리고 시계와 휴대폰은 압수한다. 교리 설교와 간증, 찬양, 절정에는 죄 태우기, 새벽에 나팔소리로 깨우기 등 철저하게 연습된 각본대로 진행한다. 사회나 교회에서 존경받는 이들이 앞치마 두르고 나를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하며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평상시가 아닌 특정 기간 동안만 겸손히 봉사하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사실을 알면서 회의가 든다.

2천 년 동안 교회가 해 왔던 전통적 예배 의식을 넘어서서 특별 체험을 하려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벗어나면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혈통으로도 육신의 정으로도 의지로도 되지 않고 오직 예수를 영접하고 그 이름을 믿어야만 본성이 변한다. 성경말씀이다. 여기저기 따라 다니기보단 성령께 도움을 요청하면서 성경에 집중하는 것이 최상의 길이다. 이것저것 외형적인 부족함에 눌리지 말고 여기저기 찾아다니기보다는 하나님이 도우심을 믿고 스스로를 격려해야 한다. 건전한 목회는 성경과 성령의 인도에서 나온다. 눈을 밖에 돌리지 말라. 성경 한 줄이라도 더 읽고 교인을 위해서 기도하며 양육하라.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도 가장 빠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