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위상 추락과 침체의 원인을 분석하고 반성하며 희망을 일구려는 수다판이 벌어졌다. 한국기독교인터넷신문협회(회장 유달상 국장)가 9월 1일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수명 다한 성장주의 리더십 그 현실은? 그리고 희망은?’이라는 주제로 가진 ‘말 좀 합시다 - 첫 번째 왁자지껄 수다’가 열린 것. 이 글은 발제문의 요약이다. < 편집자 주 >

한국대형교회 리더십 부재와 그 극복을 위한 대안
- 민족정서의 리더십을 상실한 대형교회

임성택 교수 / 그리스도대학교 전 총장, 미래세대청년연합 대표


1. 한국교회 리더십의 필수 조건

▲ 임성택 교수

하나의 종교가 한 민족의 역사 속에 유입되어 번영하고 존속할 수 있느냐 퇴출되느냐 하는 문제는 그 종교가 얼마나 끊임없이 민중의 요구를 파악해왔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의 모든 종교들은 바로 이러한 모든 민족들의 요구를 어느 생도 파악하고 있으며 또 이를 어느 정도 계도(啓導)할 수 있느냐에 따라 그 민족에 적응하기도 하고 몰락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즉 종교는 단순히 역사에 안전히 편승하여 문화를 지배하며 민중의 요구를 채워주는 피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역사를 주도함으로써 새로운 민중의 요구를 창출해내야 하고 스스로 그 요구를 충족시키며 새로운 미래상을 제시하며 또 다른 민중의 요구를 창출하기를 반복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종교의 생명력이며 역사 속에서 종교가 존재해야하는 이유이며 이것이 종교적 리더십이기도 하다.

이러한 종교적 리더십은 해당 민족의 정서와 종교정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얼마나 여하히 그 민족의 정서와 결합하였는지에 결정된다. 즉 한국교회의 리더십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서이해로부터 우리민족의 종교정서를 정확히 파악하여 민족정서와 종교정서가 결합되어 나타난 민족문화를 기독교가 어떻게 접목되어야 하는 지를 밝혀 이를 실천할 때 비로소 발휘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족의 문화를 말하면 거의 무의식적으로 무속을 지칭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결국 무속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를 바르게 파악하여, 이 무속에서 민족정서와 무교를 분리시켜 그 무교의 자리에 기독교를 대치하고 무교를 탁월하게 제압하고 한국 민중을 선도할 때 비로소 진정한 기독교의 리더십이 확보된다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토착화 논의의 실패도 우리의 무속문화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무교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무속 자체를 전통적인 한국 문화와 정서라고 규정하고 이해하여 그 접목을 시도한 결과인즉, 궁극적으로는 기독교와 무교와 결합이었을 뿐이다. 이는 한국에 유입된 모든 종교들이 초기의 부 흥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을 선도할 리더십을 상실한 채 끝나버린 비극적 종교현상의 결말을 도출하였다. 지금 우리 현국 교회가 그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2. 우리 민족의 무궁화 정서

○ 우리 민족이 가진 고유한 정서를 논자는 논자의 독자적인 개념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 반도정서(半島情緖) : 지정학적 외면정서(地政學的 外面情緖)
• 대륙정서(大陸情緖) : 대륙지향적 내면정서(大陸志向的 內面情緖)
• 무궁화 정서 : 반도정서(半島情緖) + 대륙정서(大陸情緖)
무궁화 정서는 우리 민족정서이며, 이것이 일반적인 인간의 종교성인 무교와 결합하여 우리 민족의 ‘무속’이라는 민족의 고유한 종교정서를 형성하였다.

(1) 지정학적인 외면정서 => 반도정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각축장이었다. 이러한 지정학적 영향 때문에 외부로 드러난 민족정서는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형태를 가지게 된다. 민족적 생존을 위한 투쟁에서 드러난 우리 민족정서는 양순하고 순박하여 주변국의 침략의 위협이 되지 못하는 그야말로 백의민족(약소국의 전형)이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생존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개인적으로는 향우회, 동호회, 학연, 지연, 혈연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먼저 집을 사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모두 외적인 위협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려는 반도정서의 발로이다. 국가적으로는 사대교린(事大交隣主義)를 표방하여 강대국은 사대하고, 약소국과는 교린하고, 문화적으로는 피차 종속관계를 유지함을 최선의 국가 경영의 방도로 삼았다.

(2) 대륙지향적(大陸志向的)인 내면정서 => 대륙정서

이 내면정서가 바로 우리 민족의 본래적 성격이요 기질이다. 우리 민족은 중원 대륙을 달리던 기마민족으로서의 한족과 중원의 패권을 다투던 강인함과 위대한 문화주체로써의 분명한 역사적 기억이 있었다. 통일 신라 이후 대륙의 정치적 지배자들의 세력이 약화되었을 때 독자적으로 정치, 군사, 문화, 경제적으로 자립의 길을 걸었으며, 나아가 북벌(北伐)이라는 적극적인 수단을 통하여 대륙을 향한 내면적인 민족의지를 표명했다.

수차례 나타난 북벌의 실행, 한글의 창제 등등은 이러한 한국인의 내면정서인 대륙기질의 발로이다. 최초, 동양(세계) 최초, 최대, OO대교 등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성향이나 새마을운동과 2002년 한일월드컵의 800만명의 응원단 등이 이런 내재되어 있던 기질들이 표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민족의 역사를 이끌었던 힘의 근원은 바로 이 내면정서였다. 단지 우리 민족의 외면정서의 유약성만을 보고 침략하였던 세력들이 우리를 명쾌하게 이겨본 적이 없으며 끈질긴 우리 민족의 저항에 굴복하고 스스로 퇴각하거나 격퇴 당하였던 것이다.

(3) 민족정서로서의 무궁화 정서

우리 민족은 외형적으로는 나약한 민족이요 선량한 백의민족이요 남의 나라를 침략해 본 적이 없는 무력하게 보이는 국가였지만, 내면적으로는 대륙에 대한 무한한 향수를 가지고 북방정벌의 칼을 감춘 채 결코 정복당하지 않는 강력함으로 끝까지 생존을 지켜왔던 것이 우리의 역사이다.

무궁화는 한번 핀 이후 겨울이 올 때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하고 심지어 겨울에도 따뜻하면 꽃망을 틔운다. 무궁화처럼 많은 벌레에 시달리는 나무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 해충에 말라 죽었다는 무궁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외형적으로는 해충에 시달리지만 내면적인 강한 생명력은 이를 극복하고 끊임없이 꽃을 피우고 지기를 반복한다. 우리 민족은 이렇게 생존해 왔다.

그런데 이처럼 열강의 각축 속에서 이러한 내면정서와 외면정서가 절묘하게 결함되어 나타난 우리 민족의 무궁화 정서는 시대 시대마다 유입된 외래종교와 결합되어 종교적인 힘을 빌어 새로운 생존 양식으로 전이된 것이 바로 시대적인 우리 민족의 종교정서이다.


3. 무궁화 정서와 외래종교의 접목

이러한 우리 민족정서를 결집 요약한 우리 민족정서에 최초로 접목된 것이 무교이었다. 돌이켜 보건데 무교는 가장 저변적이고 보편적인 인간의 종교성을 함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문명이 발달되면 될수록 미신 혹은 다른 표현 등으로 배척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무교는 여전히 미래의 무지와 현실의 재앙을 두려워하는 인간들의 내면을 장악하고 현대까지도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무교가 우리 민족의 무궁화 정서와 결합하여 우리 민족의 문화로 형성된 것이 곧 한국의 무속이다. 무교는 무속라는 이름 아래 마치 우리의 민족종교처럼 행세하였다.

(1) 무궁화 정서와 무교

선사시대로부터 있었던 이 무교는 5세기 외래종교가 오기까지 고대 한국인을 종교적으로 지배하면서 한국인의 초기종교의식의 저변을 구축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교적 세계관의 대표적 근저(根底)는 신령이 세계와 인생을 지배하고 있다는 신앙이다. 자연의 변화와 길흉은 물론이며 인생의 생사화복이 온통 신령의 지배 밑에서 좌우된다고 믿는다. 이 신령과의 교제를 위한 의식이 제사요 또한 굿이다.

종교를 인간 문제에 대한 궁극적 해결을 모색하는 신앙체제로 이해했을 때 무교가 문제 삼는 인생 문제란 빈곤과 불안이다. 인생은 자신의 간절한 소망에도 불구하고 자연적 재앙과 사회적 재난 그리고 병마에 대한 불안에 향상 시달려야 한다. 이로부터 벗어나고자함이 무교의 핵심이라고 한다면 무교의 목표는 복이요 수명(壽命)과 재물을 풍부히 소유하는 데 있다. 이것을 위해 신령에게 기원하는 원시적 기복종교가 무교이다. 따라서 무교적 관심의 초점은 소유의 많고 적음에 있으며, 대상은 외적인 것이요 결코 내적인 인격적 변혁의 문제는 주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무교적 관심의 범위는 개인에 국한된다. 비록 가족과 동리를 위한 굿이 있기는 하나 여기서 가족과 동리는 결국 이기적 개인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다. 여기에 무교가 지닌 본질과 문제들이 있다.¹⁾

이러한 무속신앙은 열강의 각축 속에 휘말려 향상 그 소용돌이 속에서 수동적, 운명적인 생존을 수긍하면서도 대륙에 대한 향수와 대륙 지향의 민족정서와 결합하여 우리 민족의 종교정서의 주체가 되어왔다. 즉 무속신앙은 우리 민족정서에 부합하여 우리 민족 종교정서의 기초가 된 것이다.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외면정서는 무속의 이기적 기복신앙과 결합하였다. 대륙을 향하는 민족 내면정저는 무속의 신령을 통하여 성취되었다. 결과적으로 무속은 우리 민족의 모든 정서적 욕구를 종교적으로 충족시켜 주면서 강력하게 우리 민족을 지배하는 종교가 되어 무속이라는 고유한 우리 민족의 문화를 탄생시켰다.

결국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무속으로 이해하고 이 무속을 우리 민족종교로 오해하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독교의 토착화를 논하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언제나 무속과 연관시켜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이다. 무속은 한국인의 정서에 무교가 결합되어 나타난 그 시대의 한국인의 고유한 종교적 정서로써 일종의 문화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토착화를 논하려고 하면 무속으로부터 무교를 분리하여 내는 것이 우선이고 이를 통해서 한국인의 정서를 파악하고 이와의 접속용 성취함으로써만 가능하다. 무속은 이미 우리 민족 정서를 장악한 무교의 문화적 산물이므로 이와 연계시켜 해결을 보려고 할 때 기독교는 필연적으로 무교화의 길을 걷고야 말 것이다.

우리 민족에게 전래된 모든 종교는 무속을 뒤집어쓰고 있는 무교의 정체를 간과한 채 열정적인 전교(傳敎)를 통하여 초기에는 세력을 얻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무속에 익숙한 민중의 요구에 이끌리고 또 무교적 종교의식을 통하여 그 욕구를 충족시키던 민중의 요구에 의해, 외래종교는 자신도 모르게 무교적인 방법과 타협하게 된다. 그때부터 무교는 그 종교의 탈을 쓰고 왕성하여 가지만, 반대로 외래종교는 본래의 색깔과 생명력을 잃고 급기야 민족에 대한 정신적 지도력과 도덕성을 상실한 채 배적당하고 말게 된 것이다.

흔리 우리는 무속을 우상숭배(기독교), 무당들의 풍속(국어사전), 혹은 미신(사회적 통념)으로 불리는데 물론 이것은 각각의 견해에서 보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으나 분명히 우리 민족 특유의 기질을 함유한 종교문화임에는 틀림없다. 우리 민족의 종교정서인 무속에는 천상제(天上帝)에 대해 기복ㅇㄹ 위한 맹목적인 신앙에서부터 끝없는 자신의 욕망을 끝내 추구하려는 강인함이 있다. 놀랍게도 이 무속신앙은 한반도에 전래되어지는 도든 종교에 대해 처음에는 정복당하였으나 역사 속에서 끝내는 그 외래종교를 흡수 통합하여 무력화시켜 버렸다. 이것이 바로 우리 민족의 무궁화 정서가 창출한 우리 민족의 무한한 힘을 무교가 힘입고 있다는 사실이며 이 힘에 한반도에 전래된 모든 외래종교들이 결국은 동화되고 말았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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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동식, <민속 종교와 한국 문화>, (서울: 현대사상사), pp.1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