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예장통합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 김기홍 목사

뉴져지로 간지 몇 달이 되자 어느 교회에서 청빙이 왔다. 학교에서 50분정도 차로 가야 하는데 있단다. 그동안 싸우고 목사 내쫓고 하면서 교인은 장로를 중심으로 너댓 가정으로 12명 정도였다. 목사 안수 받은 지 1년 된 31세였다. 무조건 갔다. 내 생각에는 당당한 목사로 갔는데 그들은 그렇게 본 것 같지가 않았다. 기도할 때마다 “어린 목사님께서 당돌하게 말씀 증거하게 하시고.” 하는 것을 보니 정말 어리게 보는 것 같았다. 사례비도 아주 적었다. 그것으로는 생활비의 일부나 될 정도였다. 그래서 밤에는 4시간씩 청소를 했다. 그렇게 2년쯤 지나니 교인수가 150명쯤 되었다. 그래도 사례비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목사고시를 볼 때 면접 시험관이 문제로 내준 질문이 있었다. “만약 목회하는 교회에서 너무 사례비가 적어 먹고 살 수가 없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냥 참고 해야지요.” 했더니 “틀렸어.” 한다. “그건 말을 해서 시정해야 돼, 알았어?”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기에 시험관 목사님 말씀대로 해 보았다. 장로에게 학비 내기가 너무 힘든데 예산이 많아졌는데도 왜 사례비는 똑 같으냐고 물었다. “목사님은 파트타임 아니요? 학생이니까 파트타임입니다. 그래서 그래요.” 참 머리가 나쁜 분이시다. 그럴수록 장학금이란 명목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데. 여하간 목사가 돈 이야기를 했다고 그때부터 하드타임이 들어왔다. 결국은 그만 두라고 한다. 노회도 가입 안 된 단독 교회라서 장로가 하라는 대로 그냥 그만 두고 말았다. 얼마 후에 들으니 교인 수는 다시 12명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이 있기에 노회에 소속된 목사로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역의 미국노회에 지원을 했다. 여러 달 여러 번의 심사와 인터뷰를 거친 후에 2백 명 가량 되는 노회원 앞에서 신앙고백서를 읽었다. 그리고 질문을 받았다. 그 중 몇 젊은 목사들이 질문을 했다. 나의 신앙고백서가 너무 보수적이었던 것이다. 과연 창세기에 기록된 대로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느냐고? 너무 당연한 것인데 거기서는 진화론을 믿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말했다. “이것이 나의 신앙이니 받기 싫으면 그만 두라. 나는 그대로 믿겠다. 성경은 그대로 사실이다.” 그랬더니 나가 있으라고 한 뒤에 전체 노회원이 투표를 했다. 받을지 안 받을지. 다행히 받아들여져서 미국 장로교회 뉴져지주 팰리세이드 노회원이 되었다.

먼저 번 교회에 나오던 교인 몇 사람이 찾아왔다. 개척을 하자고 한다. 한 20여명은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을 만나 본 뒤에 개척준비를 했다. 그래서 노회에 개척교회를 하겠다고 보고했다. 별안간 노회 총무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정식노회원이니까 개척을 한다면 정식 사례비를 노회에서 주겠다는 것이다. 모든 재정문제가 일시에 다 해결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무언가 내 마음에서 그것을 받지 말라는 소리가 있었다. 노회총무에게 말씀드렸다. “고맙지만 그걸 안 받으면 안 되나요?” “왜 그러냐?”고 묻는다. “그러면 제가 교인들보다 노회를 의지할 것입니다. 그러면 교회에 전념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제 양들에게서 사례비를 받겠습니다.”

“정말이냐?”고 몇 번을 묻더니, 자기는 “이런 사람 처음 본다.”고 한다. “얼마나 당당한 선언이냐.”고 칭찬하고 떠났다. 사실 목회야 하나님이 하셔야지 내가 뭘 하겠는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면 교인들을 보내주실텐데. 미국 장로교회에 속해서 오후 2시에 예배로 모였다. 일 년이 지나자 150명이 넘어갔다. 이제는 청소나 알바를 하지 않아도 교회 사례비만 가지고도 공부를 할 수 있었다. 30여 년 전의 일이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꿈만 같다. 무슨 획기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내가 설교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없었다. 그저 하나님을 의지한 것밖에 없다. 어차피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니까 하나님이 주시는 대로 하면 되었다.

그때는 원체 가진 것도 실력도 없었기에 두려움도 없었다. 개척하면서 아내가 피아노 반주를 하고 동시에 주일학교 아이들을 가르쳤다. 담임목사도 설교하기 전에 함께 성가대를 했다. 모든 게 빈약하고 초라했다. 하지만 교회는 항상 기쁨이 넘쳤다. 하나님은 계속 사람들을 보내주셨다. 지금도 뉴져지를 가면 그들이 다 모여 파티를 열어준다. 그 교회는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내가 한국으로 떠난 뒤에 다 흩어지고 말았다. 후임이 있었고 교회가 든든하게 섰는데도 이민교회는 그만큼 허약했다. 그래도 하나님을 의지하고 미국장로교회 노회원 노릇도 해보았고 개척도 잘 되어서 하나님의 은혜로 아름다운 목회 경험을 가지게 되었다. 하나님은 의지하는 사람을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