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예장 통합 분당아름다운교회 원로

일단 유학을 결심하고 나니 공부가 필요했다. 본래 영어는 다른 사람보다 좀 하는 편이었다. 거기다가 군대를 카투사에서 보냈기에 회화도 좀 했다. 그러나 그 정도 가지고 미국 대학원에서 공부하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토풀 시험도 당시에 대학원에 들어가려면 최소 550점은 받아야 했다. GRE를 요구하는 학교도 있었다. 모두가 내가 이루어야할 목표였다. 우선 기초 단어와 문법부터 완전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를 가장 잘 하려면 남을 가르치면 된다. 가르치려면 준비를 잘 해야 하니까 실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로 했다.

겨울 방학이 되자마자 선포했다. 누구든 좋으니 아침 8시에 모여라. 9시 반까지 영어공부를 시켜주겠다. 50명가량 등록했다. 대개가 고교 2학년 올라가는 아이들이었다. 놀라운 것은 거기 중2도 남자, 여자 한 명씩 등록했다. 그 아이들은 후에 전교 일등 하는 학생들이 되었다. 모두에게 등록금으로 천 원씩 거두었다. 지금으로 치면 만 원 정도 될 것이다. 내가 한 푼도 안 쓰고 완주하는 사람에게 그 돈으로 상을 주겠다고 했다. 한 일 주 일 되니 점점 줄어들어 두 주가 지나자 절반으로 숫자가 줄었다. 그 아이들은 끝까지 해 냈다. 그러니까 상품 값이 두 배로 올라갔다.

고교단어숙어집을 통째로 외우게 했다. 전체를 50으로 나누어 하루에 10번 이상 읽든지 쓰든지 하라고 했다. 계속 그러는 게 아니라, 다른 일이나 공부를 하면서 열 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다 외워진다. 처음에는 좀 자세히 어떤 인상인지 보고 발음을 발음기호대로 정확하게 읽으라고 했다. 그 다음에는 부담 없이 그냥 전체를 읽으면 된다. 전체를 읽으면 당연히 아무 것도 남는 게 없다. 그래도 그냥 놓고 다른 공부를 한다. 그리고 쉬는 시간 또는 정한 시간에 다시 같을 일을 한다. 그렇게 열 번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훈련하면 된다. 반복하면 암기가 된다. 뿐만 아니라 함께 있는 숙어나 동의어 반대어도 따라서 암기가 된다.

이 사실은 어느 보고서에서 배웠다. 누구든 16번 이상 반복해서 접하면 저절로 암기가 된단다. 자기 전화나 주소 가족의 생일은 노력을 전혀 안 해도 저절로 외워진다. 한꺼번에 16번은 한 번과 같다. 그러니까 다른 일을 하다가 접하기를 그렇게 많이 해야 한다. 그러나 하루에 무엇을 16번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10번만 해도 웬만하면 암기가 된다. 이 원리를 적용해서 대학 시절부터 암기를 했다. 하루에 외우고 싶으면 하루에 일주일에 외우고 일주간 동안 외국어는 물론이고 시사나 역사도 이렇게 하면 다 외웠다. 신학교에서는 헬라어 히브리어를 그렇게 외웠다. 성경 암송도 마찬가지이다. 끈기만 있으면 외우는 것은 자신이 있었다.

학생들에게 그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무조건 단어장을 읽되 한꺼번에 아니라 횟수를 10번 이상하라고 했다. 아침 8시에 오면 어제 암기한 내용에 대해 시험을 보았다. 그 다음 나머지 시간에 문법을 가르쳤다. 이 과정은 사실상 내 자신을 위해서였다. 학생들은 모두 영어에 자신을 갖게 되었다. 사실상 이 그룹은 전원이 대학에 합격하는 영광을 가졌다. 그중에 몇 명은 후에 신학교에 가서 목사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교회에서도 아주 좋은 평을 듣게 되었다. 부모들이 너무 감사하는 것이다. 영어부터 시작해서 다른 과목들도 그렇게 집중하는 훈련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한 과목이라도 자신이 붙으면 다른 과목도 훨씬 실력이 좋아지게 된다.

나로서는 자신의 성장과 학생들의 훈련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 그 방법을 목회에도 적용했다. 교인들 이름, 가족 이름 암송하기도 그러했다. 계속 반복해서 교회 요람을 읽으면 된다. 영어숙어 사전 전체를 외울 정도인데 교회 요람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니다. 그 안의 모든 내용을 암기할 수 있다. 또한 성경도 암송하면 참 유익하다. 시편이나 로마서, 빌립보서 같은 바울 서신들은 설교에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큰 힘을 준다. 특히 병에 걸린다든지 문제에 봉착했을 때 더욱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는 믿음이 다 사라진다. 이때 해당 성경을 암송해보라. 한 두 문장이 아니라 그 장 전체를 외워보라. 어디서 오는지 믿음과 능력이 생긴다.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더욱 내 자신도 유익이 되었다. 그 학생들은 지금도 그 때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교인들 이름과 성경도 같은 방법으로 암송해 보라. 목회에 큰 도움이 된다. 아니, 자기 자신부터 유익됨을 경험한다. 목회자는 스스로를 성장시켜야만 한다. 교인들은 목회자의 믿음 수준만큼만 믿음이 성장하기 때문이다. 믿음뿐 아니라 목회 경험도 많이 성장해야 한다. 목회는 공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