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 예장 통합 분당아름다운교회 원로

지난번에 거지 전도를 말했다. 교회에서 후배들이 5명이나 따라왔다. 보름쯤 함께 보낸 후에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제부터 혼자서만 여행을 하는 것이다. 지리산을 넘어서 경남 하동에서 광주로 갔다가 국도로 걸어서 무주구천동까지 갔다. 이번에 말하고 싶은 내용은 가는 곳마다 교도소와 소년원을 방문한 경험이다.

당시 농촌 사람들은 12시에 점심을 먹었다. 마루에 부부가 앉아서 식사를 한다. 바로 그 시간에 들어가서 인사한다. “저는 서울에서 내려온 신학생입니다. 점심식사를 좀 나누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간이 중요했다. 그보다 늦게 가면 다 먹고 치웠다고 한다. 만약 그보다 일찍 가면? 역시 다 먹고 치웠다고 한다. 귀찮아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막 상을 펴고 먹으려고 할 때 들어가면 올라오라고 한다.

당시 농촌에서는 밥상에 단 두 가지 뿐이었다. 완전 보리밥에 된장이다. 거기 혹시 풋고추라도 있으면 진수성찬이었다. 얻어먹기 전에 기도를 해주었다. 안 믿는 사람도 축복은 좋아한다. 먹고 나서는 동네 노인정으로 나간다. 그러면 논이나 밭으로 가기 전에 거기들 누워서 잠시 자거나 쉰다.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인 곳이다. 인사를 한 뒤에 말한다. “서울에서 내려 온 신학생입니다. 여러분에게 좋은 소식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러면 예의상 말하라고 한다. 그러면 다시 탕자의 비유 설교가 시작된다. 수십 번 탕자의 비유를 써먹었다. 그리고는 예수 믿을 사람 손들라고 한다. 그러면 거의가 다 믿겠다고 한다. 역시 예의상이리라. 영접 기도를 시키고는 가까운 교회에 나가라고 한 뒤에 떠난다. 내 자신 지금 그렇게 하라면 글쎄, 당시에는 무서운 게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도 훨씬 순진했다고나 할까.

작은 가방하나 들었고 그 안에는 세면도구와 성경책뿐이었다. 내의도 양말도 하나씩뿐이었다. 걷다가 저수지나 가다가 저수지나 개울을 만나면 옷을 빨았다. 여름이라 땀이 나고 금세 땀 냄새가 충만해졌다. 옷을 빨아서 널어놓고는 기도하고 찬송했다. 성경도 읽었다. 걸으면서 많이 한 찬송이 있다. “눈을 들어 산을 보니 도움 어디서 오나 천지 지은 주 여호와 나를 도와주시네 나의 발이 상치 않게 주가 도와 주시며 나의 출입 지금부터 영영 인도하시네. 도우시는 하나님이 너의 그늘 되시니 낮의 해와 밤의 달이 너를 상치 않으리. 네게 화를 주지 않고 혼을 보호하시며 택한 백성 항상 지켜 길이 보호하시네.” 정말 당시 내 상황에 잘 맞았고 내게 신비한 힘을 주었다. 찬송하며 성경 암송하며 지나니 정말 하나님의 동행이 느껴졌다.

방문한 교도소와 소년원이 각각 두 군데였다. 지금은 어디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는 길에 만나는 대로 반드시 방문했다. 정문에 가서 경비하는 분에게 말한다. “저는 서울에서 내려온 신학생입니다. 이 교도소를 방문하고 가능하면 설교도 하고 싶습니다.” 당시 70년대 우리나라는 권위주의 문화였다. 초라한 모습의 젊은 신학생을 누가 중요하게 보겠는가. 그러나 이상하다. 언제나 나는 높은 사람처럼 대우를 받았다. 경비하는 분이 거수경례를 하며 말한다. “넷,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소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조금 있으면 소장이란 분이 직접 뛰어나온다. 내게 인사하고 안내 하겠다고 한다.

그들이 먹는 음식 거처를 다 보여주고 지적하는 사람과 상담도 하게 하였다. 그리고는 그들을 모두 모아놓고 설교를 듣게 했다. 사도행전에서 베드로를 감옥에 가두었지만 너무나 쉽게 사슬과 굳게 잠긴 문을 쉽게 통과해 나갔다. 이번에는 직원을 통해서 대접 받으며 교도소를 다 보게 만든다. 그 후에는 교도소 내부에 들어가 거기 갇힌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다. 면회는 좀 했지만 그 안에 들어가 모든 것을 마음대로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신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당시의 담대함과 형통함이었다. 시골 노인정에서 수십 명에게 설교하고 예수 영접 시킨 일도 그렇지만 교도소와 소년원 방문은 더욱 그렇다. 예수의 이름으로 나갈 때 모두가 길을 열어주고 설교를 듣고 특별한 대우를 해 주었다. 그 당시 나이가 20대였다. 그러나 하나님을 의지하고 가는 하나님의 사람에게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러니 높은 사람들이 내게 순종하며 모든 편의를 제공해 주었다. 그때는 거지 전도라는 특별한 상황이었기에 그렇게 용감할 수 있었나? 지금도 그러한 믿음을 가지고 용감하게 행동하면 역시 형통함이 열릴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목회 역시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다 공급되리라. 하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