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1세대인 김형규 선교사(예장 고신)를 만났다. 12월 3일 은퇴예배를 드렸지만 다시 선교지로 떠나는 김형규 선교사와 비교적 긴호흡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정된 직장을 내려놓고 필리핀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수 선교사 사역을 했던 김 선교사의 삶과 사역을 들어보았다.<필자주>

김형규 선교사(70, 남아프리카공화국)는 1세대 선교사이다. 그는 보기 드물게 교수 선교사 사역을 했다. 가르치는 사역을 고신대학교에서 시작해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마쳤다. 그가 지난 12월 3일 고신총회선교센터에서 은퇴예배를 마치고 그 이튿날 다시 남아프리카공화국 선교사 파송을 받았다. 은퇴 아니가 들어 은퇴를 했지만 아직 은퇴할 나이가 되지 않은 아내 김영애 선교사가 개교회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파송을 받았기 때문이다.

선교 사역을 부부가 모두 선교사로 임명을 받는다는 점에서 그는 은퇴한 뒤에 곧바로 다시 선교사로 파송을 받은 보기 드문 선교사역의 족적을 남긴 셈이다. 김형규 선교사는 1976년부터 고신대학에서 신학생을 가르치기 시작해서 1987년 필리핀 마닐라장로교신학교,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바이블 인스티튜티 이스턴 케이프에서 교수 사역을 했다.

안정된 교수직 버리고 선교사 길 가다
김 선교사를 만난 것은 은퇴 예배 두 달을 앞두고서였다. 그의 얼굴에는 칠순의 노선교사의 여정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입은 매우 과묵했다. 쉽게 말을 꺼내지 않는, 입이 무거운 사람처럼 보였다. 그가 은퇴를 앞두고 출간한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샘솟는 기쁨)를 읽어보아도 그의 선교사역의 족적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더니 애통과 깊음, 그리고 희망과 비전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교회의 1세대 선교사인 김형규 선교사의 초창기 삶을 시작으로 선교사역에 대한 이여기를 하나씩 흩어보았다.

“안정된 교수직은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내 영혼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김 선교사가 고신대학교의 교수직을 내려놓고 필리핀 선교사로 나간 이유다. 그는 할머니 손을 잡고 교회를 따라다니면서 신앙생활을 했다. 조부모 세대부터 내려 온 신앙이었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습관적인 신앙생활을 해왔다고 했다.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는 것을 믿게 하신 분이 박손혁 목사님입니다. 그분의 설교를 들어면서 ‘아! 이분은 자신의 설교 그대로 믿는 분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천국이 있다고 정말로 믿는 사람을 발견한 겁니다. 이것이 열여덟 살까지 껍데기 신앙을 버리게 된 계기입니다.”

박손혁 목사님을 통해 참된 신앙생활을 발견하는 그는 자신이 조부모로부터 위대한 신앙을 물려받은 것을 깨달았다. 어떤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었지만 자신 안에 스펀지처럼 스며든 신앙의 유산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자다가도 깨어 구원의 감격에 어쩔줄 몰라하던 그의 기쁨의 삶은 군대 신병시절에 졸병이 항상 웃고 다녀 겁이 없다고 선임병에서 얼차례까지 받는 해프닝도 있었다.

구원의 감격으로 인해 예배의 기쁨을 발견했던 김 선교사는 세례를 받으려면 성경을 처음부터 끔까지 읽어야 한다는 목사님의 말에 밥 먹는 시간외에 성경만 읽었던 추억이 있다고 했다. 그가 목사가 되려고 한 이유도 영혼구원에 대한 간절함보다 평생 성경 읽으면서 살 수 있는 이유라고 할 만큼 성경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목사가 되고 싶어 상담하러 담임목사님을 찾아갔더니 일반대학을 먼저 마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영문학(건국대)을 먼저 전공했습니다. 결혼하고 3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결혼(노영녀)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신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가난한 신학도의 고달픈 삶
직장생활을 하다가 다시 신학의 길을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신학교를 입학했던 1972년의 한국은 생활고가 심했던 때다. 신학도의 삶은 고달플 수밖에 없었다. 가난한 신학생이었던 김 목사는 부산과 서울을 오가면서 생활을 해야 했다. 그의 첫 임지는 김해로 가는 길목에 있던 김해군 대동면 주중리에 있는 대중교회이다. 부산에서 김해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강을 건너 선암이라는 곳에서 다시 하루 서너 번밖에 다니지 않는 버스를 타야 했다. 밤에는 차가 없어 걸아가야 하는 곳이다.

가난한 신학생 시절, 그에게는 소고기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그가 신학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결혼한 탓에 결혼 3년 만에 가난한 신학생을 남편으로 두게 되었다. 한 살과 두 살된 아이들과 아내는 교회에서 지내고 그는 학교 기숙사에서 보내다가 주말이면 집으로 돌아와서 교회 사역을 했다.

“첫 임지에서 사례비는 당회장 목사님이 순회를 오면 결정해 주었습니다. 교인들의 형편을 고려해서 적정한 수준에서 생활비를 정하지만 네 식구가 생활을 할 만큼 넉넉하지 못했습니다. 가난한 형편에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궁색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아내는 고생길이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아내의 입에서 “고기가 먹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고기 사먹을 형편이 되지 못했던 때에 밥상은 채소만 올라올 때였다. 그는 신학교에서 소고기 냄새는 나지만 고기는 없는 일명 황우 도강탕이라도 먹을 수 있었지만 아내는 그나마 구경할 수 없는 처지였다. 오로지 하나님 은혜로 살고 있던 터에 아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지만 그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아내는 딱 한번 그 말을 하고 더 이상 그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신학교에 입학하던 그 해에 졸업생이 졸업식장에서 쓰러진 일이 있었습니다. 삼 년을 가난과 함께 공부하던 신학생이 영양실조로 쓰러진 거죠, 결국 며칠 병원에서 지내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정말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셋째 아이 진아를 임신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고기 먹고 싶다는 말에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기가막히게 그 일을 해결하셨습니다.”

하루 일을 정리하고 잠지라에 들은 한밤중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밤중에 누가 교회 사택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대부분 위급한 일이 생겨서이다. 문을 열어보니 강가에서 농사를 짓는 김 집사다. 얼굴을 보아하니 위급한 일이 아닌 것 같다. 들어오라고 하자 늦은 시간인지라 들어오지는 않고 양동이를 내민다. 사연인즉, 마을에 갑자기 소가 한 마리 죽었는데, 마을 사람들끼리 나누어 먹기로 했단다. 김 집사가 산 고기가 너무 많아 교회에 가지고 왔다 했다. 김 집사가 돌아가고 나서 양동이에 덮은 것을 벗기자 고기가 가득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생긴 고기에 한동안 멍하게 서로 얼굴을 보는데 김 선교사의 아내가 한 마디 툭 던졌다. “우리 하나님은 귀신 같아.”

김형규 선교사는 가난한 시절의 삶이 선교 사역에 커다란 지혜의 자산이라고 했다. 어려운 일을 만날 때마다 문제를 해결할 지헤들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학교에서도 가난한 신학생들을 먹이는 일을 자신의 가난한 시절의 경험으로 인해 해결하는 일도 있었다.

필리핀 선교사역으로 나서다
그가 선교사로 나설 작정을 한 것은 안정된 교수 생활에서 만족하지 못한 하나님의 소명 때문이다. 1976년 고신대학에서 가르치는 사역을 시작으로 그의 삶은 안정되기 시작했다. 교수이자 목사로 여기저기서 대접받는 일이 익숙해지기 시작할 때, 그는 무언가 잘못되어간다는 생각을 헸다.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그의 삶 가운데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나님 앞에 기도 할 때 내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만해진다는 마음도 들고, 오래 가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위급함도 들었습니다. 삶을 바꾸지 않으면 어려워지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번밖에 없는 삶인데, 명예 원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는 다른 일 얼마든지 할 것입니다. 때 마침 필리핀이 가르치는 선교사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큰 아이가 고3일 때입니다. 선교사들은 자녀 문제로 인해 대부분 도시에 머물러 사역을 하지 오지로 가지 않으려 합니다. 자녀 교육 문제로 선교사로 들어기 어려운 때였지만 결단했습니다. 교수직을 사임하고 큰 아이만 한국에 남겨 두고 진우, 진아, 진욱이 세 아이를 데리고 1987년 12월 필리핀으로 떠났습니다.”

김 선교사의 필리핀 선교 사역을 시작하기 3년 전에 큰 애통이 있었다. 1984년 1월에 모친을 잃고 2월에 아내를 잃었다. 그가 1982년부터 1983년까지 미국 플러신학교에서 1년간 선교학 공부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그의 아내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검사결과 자궁암 말기였다. 아랫배가 아팠지만 남편이 없던 때라 병원에 가지 않고 1년은 참고 지낸 것이 병을 키운 것이다. 암이 자궁을 넘어 장기로 전이되어 있어서 병원에서는 손을 쓸 수 없었다.

김 선교사의 모친은 며느리를 살려보겠다고 새벽기도를 나갔다. 추운날씨를 마다하지 않고 새벽기도를 하던 모친이 새벽에 길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 위독한 아내를 돌보다가 졸지에 모친 장례를 치렀던 김 선교사는 한 달만에 다시 아내와 사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3년 간의 내면적 혼란스러운 세월을 보낸 그는 1987년 12월에 필리핀 선교사로 파송을 받았던 것이다. 그는 사별한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꺼려했다. 필리핀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지금 아내가 된 김영애 선교사와 재혼을 한 까닭이다. 사별한 첫 번째 아내에 대한 애통과 함께 김영애 선교사에 대한 배려 때문인 듯했다.

김 선교사는 자녀 교육 문제가 있었지만 사역지인 비사이야스에 자녀들 데리고 가 있었다. 하나님의 자녀는 하나님께서 가르치신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마닐라에 아이들을 보내지 않고 사역지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있었다. 김 선교사가 소속된 고신은 필리핀 세부지역을 선교지로 정했다. 이미 다른 지역에 타교단이 맡아 선교사역을 하고 있었고 세부 지역은 미개척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신학교 사역은 마닐라장로신학교과 세부성경대학교 두 곳이었다. 그는 가르치는 사역만 하지 않았다. 비사이야스 지방 교육자 훈련을 시키는 것과 함께 자연스럽게 교회 개척 사역을 병행했다. 그러나 그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생겼다. 그가 병이 생긴 것이다.

“열대기후가 나에게는 맞지 않았습니다. 44세에 필리핀 사역을 시작하고 54세가 되었을 때 몹시 아팠습니다. 척추에 문제가 생겨서 한국에 있는 병원에 한 달 동안 입원해 있었습니다. 선교사가 교회와 교단의 후원받아 사역을 하기 때문에 입원하는 것도 눈치가 보였습니다. 교단에서 보이지 않는데서 쉬라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탤른보쉬대학교에서 온 브라운 박사를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남아공에 휴가차 가게 된 것이 남아공 선교사역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교회의 영성을 연구하러 왔던 브라운 박사가 김 선교사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그에게 박사 학위를 남아공에서 할 것을 권유했다. 병가를 얻은 상태라 그는 남아공으로 날아갔다. 박사학위를 하던 중에 한국에서 IMF 사태다 터지면서 재정적인 문제가 생기면서 남아공에 머물면서 박사학위논문을 끝내게 된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박사 논문이 통과되는 기적을 경험한 김 선교사는 브라운 박사로부터 부탁받은 남아공선교사의 길을 가게 했다.

“거기 있는 분들이 남아공에서 일할 것을 권했습니다. 한국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흑인 백인 갈등에 중재자 필요한데, 넬슨 만넬라 흑인정부 들어서면서 백인들이 사랑한다고 해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한국 사람이 유일하게 식민 당한 나라이다. “우리도 당신처럼 그런 경험 가지고 있다”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브라운 박사의 부탁은 하나님의 뜻이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필요한 사람
140년의 역사를 가진 스탤른보쉬대학에서 1년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선교사는 그렇게 하시는 하나님의 목적이 있다는 것을 선교사역을 하면서 깨달았다고 한다. 스탤른보쉬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하면 남아공에서는 보증수표로 통했다. 마치 한국에서 서울대 출신이라면 무조건 신뢰하는 것과 같다.

필리핀에서 학교 사역을 한 것처럼 남아공 바이블 인스티튜티 이스턴 케이프(Bible Institute Eastern Cape)와 백 투더 바이블칼리지(Back to The Bible College)에서 가르치는 사역을 했다. 두 학교 중 백투더 바이블칼리지는 그가 거주하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김 선교사는 이 학교에 더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려운 형편의 외국인 학생들이 많이 오기 때문이다. 이들이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면 교회의 지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정성을 쏟는 것 같았다.

“남아공이라고 학비가 싼 것은 아닙니다. 물가가 한국보다 더 높습니다. 백투더바이블은 오로지 성경만 가르칩니다. 학비가 일 년에 적어도 1백만 원 내야 합니다. 열 명의 교수가 보수 받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운영비가 들어갑니다. 학생들 중의 대부분은 학비를 낼 형편이 되지 못합니다. 학생 선발하면 후원자 연결해줍니다. 후원자들은 주로 백인들입니다. 학비의 80%를 후원을 받고 나머지 20%은 학생들이 냅지다. 분할해서 내지만 이마저도 힘겨워 합니다.”

김 선교사는 45개국에서 학생들이 와 있다고 했다. 잠비아 학생들이 제일 많다고 한다. 기독교가 상당히 강한 나라다. 남부 수단에서도 와 있다. 국가 탄생 2년 밖에 되지 않은 나라다. 그는 이곳을 졸업한 학생들 중에 일부는 스탤른보쉬에서 다시 공부를 한다.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후원자들을 개발해서 이들의 학업을 돕고 있다.

선교사 사역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 중에 하나가 자신을 돈으로 보는 것이다. 현지인들은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복음을 전하면 귓등으로 듣는다. 복음은 뒷전이다. 그렇지만 정성껏 가르치면 살아가면서 깨닫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부지런히 가르쳤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사역이 어느 사역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미래가 내 손에 달려 있어
김 선교사의 아프리카 사역은 아프리카의 미래를 만드는 일이다. 더구나 아프리카 사역을 통해 한국교회의 회복을 꿈꾼다. 모든 나라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영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프리카의 회복은 곧 한국교회의 회복의 이유이다. 그는 개혁주의 정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필리핀 사역 가운데 만난 씨닛 목사님을 통해 경험한 교회 역사 속에 간직되어 온 영성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하나님과의 깊은 만남이다. 말씀하시는 하나님, 들어야 하는 하나님의 자녀들. 그가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 만난 하나님의 말씀과 연결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사역에 어떤 기적적인 경험이나 회심자들을 나열하는 일에 열광하지 않았다. 그냥 자신의 삶 가운데 일상의 만나를 주시는 하나님을 에세이 형식으로 플어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이란 책을 낸 것이다. 보통 은퇴하는 선교사의 책이라면, 선교사역 가운데 일어난 기적 같은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런 것을 발견할 수 없다.

▲ 은퇴하면서 출간한 <하나님깨서 말씀하시기를>(샘솟는기쁨)는 선교 현장에서 느낀 것들을 에시이 형식으로 정리하고 있다.

“신학교 수업을 시작할 때 늘 학생들에게 묻습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신다는 말의 뜻이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너희는 들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영원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인간의 문제 해결을 위한 신학적 탐구가 아니라 하나님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성경을 강조하는 이유도 하나님이 말씀하는 바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듣지 못하면 하나님의 뜻도, 하나님도 제대로 알 수 없다. 필리핀에서도, 남아공에서도 그는 신학생들과 하나님의 말씀(문자적인 것이 아닌)에 강조를 두었다. 김 선교사는 두 가지 생각을 가지고 사역을 해왔다. “세상의 미래가 내 손에 달려 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다루고 있다”이다.

“가르치는 일은 사람을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이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세상의 미래는 내 손에 달려 있습니다. 세상의 미래가 내 손에 달려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죠? 선생이 된다는 것은 책임감입니다. 임금이 된다는 책임감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은 사람의 영혼을 다루고 마음을 다루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 세상의 미래는 내 손에 있습니다. 내가 가르치지 때문입니다. 미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필리핀이든 아프리카든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을 다루고 있고 인류의 미래가 내 손에 달려있습니다.”

김형규 선교사의 삶의 전체를 정의하는 말 같다. 자신의 삶에 대한 정확한 소명을 가진 사람을 만난 것이 매우 감사했다. 한국교회에 대한 좋지 않은 소식을 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한국교회를 바라보았다. 김 선교사는 대뜸 한국교회는 잉태한 아이를 낳을 힘이 있는가를 물었다.

“이사야에서 히스기야가 (이스라엘 상황이)너무 어려우니까 독백하면서 여자가 아이를 낳을 힘이 있는가라고 묻습니다. 시편에 보면 내가 잉태하게 하셨은 즉 아이를 낳게 할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우리교회 수적으로 선교사 파송 2위이지만 그 사실을 폄하하고 평가 절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땅의 모든 교회가 한국교회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건전한 식견을 가지고 과거보다 영적 눈이 높은 다수가 한국교회에 있습니다. 비록 한국교회가 여러 가지 면에서 미흡하다고 말하지만 세계 교회가 한국교회에 대한 기대를 하는 이유는 다른 국가의 교회보다 영적이고 지적인 수준이 높기 때문입니다.”

사명감이 철저하지 못했거나 신학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교회를 깨우는 신학교에서 교육을 받지 못한 그런 다른 나라의 교회에 비해 한국교회가 월등하는 것이다. 그는 기독교의 원형으로 성령님이 가지고 계시는 원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 나아가면 온 세상이 애기를 낳는 것처럼 건강한 아이 낳고 영적으로 건강한 교회가 자라난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한국교회는 희망과 비전이 있고, 세계 교회가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책의 마지막 장은 ‘로잔 언약과 한국교회와 아프리카 선교’라는 글이 있다. 이 글은 ‘중남부 아프리카 선교사회’에서 개최한 선교전략회의에서 세계교회와 한국교회의 문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을 다루고 있다. 그는 한국교회의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세속주의라고 했다.

▲ 고총총회선교센터에서 은퇴예배 때에 소속 노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있는 김형규, 김영애 선교사 부부.

2004년 신장암이 발견되어 현재 신장 하나로 살아가는 김형규 선교사, 그는 은퇴를 했지만 다시 아프리카 신학교 교육 현장으로 돌아간다. 다시 강단에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필리핀에서,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보았다.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고, 깊은 침묵과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을 경험했다. “내가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을 하면 학생들을 가르치지 못한다”말하는 김형규 선교사는 은퇴 뒤에 누려야할 명예스런 선교사 훈장을 뒤로 하고 자신이 경험한 하나님을 자손은 물론 한국교회와 아프리카의 회복을 위해 또 다른 사역을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남아프리카로 다시금 출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