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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없는 열정은 무의미한 삶
테오도르 제리코/ 메뒤즈 호의 뗏목
2003년 08월 27일 (수) 00:00:00 최민준 wjjo1004@yahoo.co.kr


   
   ▲ 데오도르 제리코(Theodore Gericault)의 <메뒤즈 호의 뗏목> 1818-1819
가끔 프랑스 영화를 보다 보면 끝이 명확하지 않은 영화들이 있다. 예를 들어서 주인공이 풍랑을 만나 갖은 고초를 겪다가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여 뗏목에 몸을 의지한다. 그러나 뗏목은 망망대해에 떠있다. 뗏목에 떠있다고 하여 그가 살아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영화는 그 장면에서 끝난다. 나머지는 관객들의 몫이다. 살았겠다 아니 죽었겠다 라고 생각하는것은 관객의 생각의 피날레가 결정할 일이라는 것이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에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의 전쟁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합리주의보다는 자유와 감정을 존중하는 주관적인 개인의 체험을 소중하게 여겼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힘을 소유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힘을 표현하고 묘사하려는 예술가들이 있었다.

이른바 그들을 낭만주의(Romanticism)작가들이라 부른다. 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역할을 했던 사람은 독일 시인 ‘괴테’다. 그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에서 약혼한 남자가 있는 로테를 사랑하는 정열적이고 숙명적인 베르테르를, 동경할 만한 인물로 묘사해낸다. 이룰 수 없는 짝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은 베르테르는 로테 남편의 총을 빌려 그녀의 손길이 스친 총의 촉감을 어루만지면서 자살한다.

이 소설은 유럽의 모든 젊은이들을 사랑에 미치게 하였다. 이런 광적인 사랑과 자살같은 비합리적인 감정과 폭력이 낭만주의 예술의 핵심적인 주제가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순간적이고 불나방같은 뜨거운 감정은 있어도 진정한 소망과 평안은 없다. 한때의 열광적인 정열이 영원한 인생의 고귀한 삶을 대표할 수는 없다. “결과는 필요없다, 과정이 중요하다”를 외치는 프랑스 영화처럼, 인생의 마지막 결과를 복되게 목적하지 않고는 과정자체가 복될 수가 없는 것이다.

테오도르 제리코(Theodore Gericault, 1791~1824)는 낭만주의 작가들이 그려냈던  것처럼 지극히 현실적이고 뜨거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작가이다. 그러나 그의 대표작<메뒤즈 호의 뗏목>(1818~1819)에서는 낭만주의가 가지고  있는 결함과 인간이 근본적으로 추구해야할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의 배 메뒤즈 호는 1816년  7월 세네갈 해상에서 파선했다. 그들이 구조되었을 때는 149명 중 15명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있었다. 더욱이 살아남은 사람들이 겪은 악천후, 굶주림, 목마름, 병마는 이 세상이 정열과 사랑이라는 허구아래 얼마나 고통을 겪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뗏목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죽은 동료의 살을 먹는 ‘카니발리즘’을 벌이고 있다.

결국  낭만주의라는 것은 인간의 비극적인 상황에서 도피하려는 또 하나의 은신처가 아닐까? 결국 인간은 소망이 없이는 소망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만다. 우리의 소망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이 그림에 맨 앞에 우뚝 선 청년은 저 멀리서 구조선이 나타난것을 보고 열광적으로 자기의 옷가지를 흔들고 있다. “구조선이 보인다.” ㅡ 그 말 한마디에 병자도 무릎으로 기어오르고 죽으려던 사람의 얼굴에도 새로운 생기가 돋고 있다. 결국 소망이 없는 삶은 우리의 정열과 뜨거운 열정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ㅡ 저 앞에 있는 구조선, 그 소망은 무엇인가?
“너희는 여호와를 만날 만한 때에 찾으라. 가까이 계실 때에 그를 부르라”(사 55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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