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철 선교사님의 부인 이효직 사모의 글입니다.)

기말 고사가 끝나자마자 다윗이 다니는 학교 비숍에서는 하우스 대항 페스티벌이 열렸다.
일 주일 동안 하우스 헤드를 중심으로 각각의 영역(영어 스피치, 아프리칸스 스피치, 미술, 악기 연주, 댄스, 연극, 합창)에서
준비하여 경연 대회를 하는 것이다.

말렛 하우스 대표인 다윗은 임원들과 함께 일 주일 내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학교 하우스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준비를 하였다.
8학년부터 12학년중 누가 대회에 나가 다른 하우스 팀들과 경쟁했을 때 상을 탈 가능성이 있는지
작전도 짜고 아침 저녁으로 모여 합창 연습도 하면서
또 본인은 댄스팀에 합류하여 댄스도 준비하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모든 과정들을 지휘해 나갔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하우스 대항처럼 각각의 영역에서 등수별로 포인트를 받아
마지막 날 합창 대회를 끝으로 어느 하우스가 몇 등을 했는지 발표하고 시상을 한다.
다윗은 밤에 집에 돌아 와서 그날 그날 말렛 하우스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나에게 신나게 설명을 해 주곤 했다.
정말 말렛 하우스는 모든 영역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거의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마지막 날 수천명도 넘게 들어 가는 큰 홀을 빌려 부모님들과 손님들 앞에서 하우스 합창 대회를 열었다.
말렛 하우스 순서가 되어 합창을 할 때 다윗이 나에게 큰소리치며 자랑할 만하다싶을 정도로
감동적인 코러스였다.
말렛에게 보내는 관중들의 박수와 환호는 끊이지 않았다.
합창에서 3등안에만 들어도 아니 4등만 해도 말렛이 전체 1등이 확실시 되었는데
이렇게 합창까지 완벽하게 해버리면 1등은 무조건 되는 것이다.

근데 이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키드 하우스 학생 한명이 갑작스런 사고로 하늘 나라로 가는 일이 일어났다.
몇 년동안 같은 하우스에서 생활해오던 친구의 죽음으로 키드 하우스 학생들은 충격에 빠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행사에 끝까지 하나로 뭉쳐 잘 해나가고 있었다.

합창 대회를 위해 모인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와 외부 인사들은 행사 시작 전 죽은 앤드류를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가지며 또한 키드 하우스를 위로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키드 하우스의 합창도 말렛만큼이나 괜찮았다.
다른 나머지 6개의 하우스들의 수준은 말렛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심사 결과는 합창 성적에서 키드가 1등 말렛이 6등을 한것이다.
그래서 종합 성적에서 키드가 1등, 말렛이 2등을 하였다.
우리 뒷 자리에 앉은 외부 손님들이 아니 말렛이 1등이 아니라니 이건 말도 안된다며 의아해 하였다.
예슬이와 난 "이건 키드 하우스를 위로하기 위해 조작한거야."
말렛 하우스 아이들을 보니 하나같이 다들 기가막혀하는 표정이었고
다윗의 두 눈엔 눈물이 글썽글썽 하였다.

행사장을 빠져 나오며
다윗은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또 얼마나 잘했는데... 이럴수가... "
"다윗...그래도 말렛 하우스가 생긴 이래로 종합 성적 2등은 처음 아니니.
너의 뛰어난 리더쉽으로 그렇게 할 수 있었지. 엄만 네가 넘넘 자랑스럽단다
키드 하우스는 위로가 필요했던거야..."
"전... 말렛의 역사의 한페이지를 쓰고싶었어요.
그리고 우리 말렛 보이즈들은 정말 한 맘으로 이 일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했다구요.
우린 하모니를 이루었어요...근데...ㅠㅠㅠ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아요..."
"엄마도 감동 받았어. 뛰어난 재주를 가진 아이들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너희들이
완벽한 팀웤으로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었잖아. 너무 마음 아파하지마..."
"네...알아요 그래서 키드 하우스 대표에게 가서 악수하며 축하한다고 했어요."

집에 돌아 오니 말렛 하우스 아이들로부터 문자가 계속 오기 시작했다.
"이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야. 모든 학부모들, 학교 아이들조차 우리 말렛이 합창 1등이라고 했는데..."
"우리 데모하자. 참을 수 없다.."
"키드 하우스의 슬픔은 알지만 이건 너무하다..."등등의 말들이 계속 다윗의 핸폰에 떴다.


"다윗. 이 때야말로 너의 리더쉽이 필요하다. 엄마가 생각할 때는 너가 조금이라도 아이들의 말에 동조하거나
부정적으로 말을 한다면 아이들의 감정이 걷잡을 수 없게 될 것같구나. 쿨하게 이런 감정들을 뛰어 넘고
진정한 리더의 역할을 하도록 해라."
다윗이 아이들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우린 1등을 잃었지만 키드하우스는 친구를 잃었다.
친구를 잃은 키드 하우스를 생각해보자. 그들에겐 위로와 격려가 필요했다.
우승하기 위해 우리가 그동안 한 마음으로 서로 격려하며 노력하는동안
우린 많은 것들을 배웠고 성장했다. 이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난 너희 모두가 정말 자랑스럽다.
우승보다 더 값진 우정과 열정으로 뭉친 우리 말렛 보이즈 모두에게 감사한다. "

다음 날 아침 페북에 키드 하우스 대표가 트로피를 들고 찍은 사진이 올라오자
다윗은 한숨을 쉬며
"저게 나여야 하는데..."

인생은 가끔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복병이 나타난다.
그래서 더 많이 배우게 되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