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중인 발철수 목사

기자는 지난 4월 17일, 서울 중계동에 위치한 아시아교회에서 박철수 목사(58세)와 약 1시간 동안 인터뷰를 가졌다.

박목사는 인터뷰 중 시종일관 자신의 '영성'에는 어떠한 오류도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문제가 있다면, 강사들의 표현 방법 등에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박목사는 자신의 '영성'과 관련, 기자가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자 당황해 하는가 하면, 이해할 수 없는 답으로 넘어가려고 했다.

신앙 단계 구분을 한다는 것과 관련해서, 그 ‘기준’을 묻자 박목사는 당황한 듯 잠시 머뭇거리더니, “성령께 기도로 물어서 한다”고 응했다. 즉, 자신의 성령이 신앙 단계 구분을 해준다는 말이다. 곧바로 기자의 신앙 단계는 어떤 수준인지 측정해달라는 요구에 박목사는 “장난하지 말라”며 매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박목사측이 줄곧 해왔던 일을 요구했을 뿐인데, 박목사는 자신의 성령이 하는 일을 스스로 ‘장난’으로 치부하고 있는 꼴이다. 팩스로 보내온 훈련신청자의 서류만 보고도 상대의 신앙 단계 구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이 뛰어난 박목사에게 직접 면대면으로 신분을 밝히고 있는 기자의 신앙 단계 구분은 매우 어려웠던 모양이다.

신앙 단계 구분하는 행위가 ‘옳다고 보는갗는 질문에 그는 훈련자들의 입을 빌어가며 그 일이 자신들에게는 ‘핵심’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상담원들의 미숙으로 인해서 단계 구분하는 데 실수가 있음을 자인했다. 성령께서 하라는 대로 한다는 일에도 실수가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 것이다.

박목사는 자신에게 ‘직통계시’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에 불쾌한 듯, ‘직통계시’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 다르다며 애써 구분지어 보려했다. 즉 자신은 직통계시를 받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박목사의 구분에 의하면, 직통계시란 92년 10월 종말설과 같은 ‘시대적 상황의 예언’을 말하다는 것이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란 ‘개인적으로 하나님과 동행하며 올바른 인도함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목사만이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애매한 기준이다. 박목사의 말대로라면 시한부종말설 등을 주장하는 사람도 스스로 ‘개인적으로 …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상은 ‘하나님의 음성’이 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목사의 직통계시 꼬리표는 떼어질 뻔했다가 오히려 견고히 되붙여진 셈이다.

영서와 관련해, 인터뷰 중 박목사에게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위 ‘손가락 영서’라는 것이 그것이다. “지금도 쓰고 있다”며 그 영서 행위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 한 박목사는 “최근에는 종이에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책상 위에 그냥 흘기듯 쓴다”며 시범까지 보이기도 했다. 영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방법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목사는 ‘손가락 영서’가 성경적임을 입증해보려는 듯 예수께서 손가락으로 땅에 글씨를 쓰셨다는 대목을 언급했다. 즉, 예수께서 손가락으로 땅에 글씨를 썼기 때문에 자신의 ‘손가락 영서’가 성경적이라는 말이다. 인터뷰중 그는 많은 학자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자기 영성의 정당성을 입증해보려고 노력했다. 그 가운데 간간이 성경 구절을 들먹이기도 했는데, 마치 ‘장기판에 바둑알’과 같은 주장을 편 것이다.

박목사는 영서는 물론, 그것의 해석도 자신했다. 기자는 취재중 사용했던 ‘낙서’ 수준의 메모를 그에게 해석해줄 것을 요구했다. 박목사의 반응은 한 마디로 ‘NO’였다. “해석할 수는 있지만, 이런 식(인터뷰)으로는 안 한다”는 것이 그가 말할 수 있는 최대의 핑계였다. 박목사측의 강사가 이미 해석했다는 것이 옳게 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의 기자의 집요한 요구에 박목사는 당혹해하며 끝내 거절했다.

‘육체 이탈’과 관련해서, 박목사는 “우리의 인격은 둘이다”고 밝혔다. 자신의 신앙 단계 구분 중 가나안 2.5 단계에 이르면 인격이 둘로 나뉜다며, 영혼의 인격과 육체의 인격으로 분리된다는 말이다. 박목사는 심령과학이라는 말을 언급해가며 이내 책장에서 한 스크랩북을 꺼냈다. 그러더니 죽은 사람의 몸에서 분리된 영혼이 적외선 카메라에 찍혔다는 모신문의 사진과 기사를 기자에게 내밀었다.

심령과학이라는 것이 어느새 박목사의 사상이 된 듯한 느낌이다. 박목사는 “롬8장에 육신의 생각과 영의 생각이 다르다고 나와있지 않은갚라며 나름대로 성경적임을 말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박목사는 자신의 영혼의 인격이 분리되어서 자신의 육신의 인격을 바라본 경험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러한 박목사의 사상에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하자 그는 “기자가 분리되어보면 이해할 수 있다. 분리가 안된 사람은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말로 덮으려 했다. ‘경험’이면 ‘OK’라는 식이다.

박목사는 자신의 책 ‘영성훈련 입문’을 개정하겠다고 여러 경로를 통해 말해 왔다. 그 수정판이 오는(2000년) 5월 중순에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이 작업에는 그럴 ‘필요’가 있었을 터이지만, 박목사는 자신의 영성에 오류가 있어서가 아님을 매우 강조했다.

박철수 목사는 자신의 ‘영성’이 새로운 학문적 조류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 공인 받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그의 기대대로 ‘박철수 영성’이 학계나 교계에서 인정될지, 아니면 전혀 다른 결과로 평가될지 두고볼 일이다.
(월간<교회와신앙> 2000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