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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측 건물서 예배 드린 한기총의 '무개념' 성명
교계 목회자들 “한기총 진심으로 사과하고 경위 밝혀라”
2011년 11월 23일 (수) 00:01:11 정윤석 기자 unique44@naver.com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가 통일교측이 인수한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공식 행사를 가진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소위 한국보수 기독교를 대표한다는 한기총이 통일교측이 인수한 호텔에서 감사예배를 드리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성규 목사(성산효대학원대학교 총장)는 2011년 11월 14일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WEA한국 유치 감사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최 목사는 “JW메리어트 호텔이 통일교에서 인수한 시설이라는 말을 듣고는 가지 않았다”며 “한국 기독교를 대표한다는 한기총이라면 통일교와 연관설이 있는 호텔에서는 행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며 “한기총은 한국교회 앞에 의심받을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 목사는 “절대 가서는 안되는 곳에서 행사를 했으니 그곳에서 하게 된 경위를 실사해서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단문제 전문가인 탁지일 교수(부산 장신대, 월간 <현대종교> 편집장)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통일교측이 소유한 JW메리어트 호텔을 한기총에서 사용한 것은 공신력있는 지도력을 상실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분석했다. 탁 교수는 “목회자들 대다수가 이단 단체에서 운영하거나 관계있는 사업체·물품 등을 이용하지 말라고 성도들을 가르친다”며 “이런 교육을 받은 초등학생부터 청년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성도들은 누구나 경각심을 갖고 있는 게 이단단체와 관계있는 회사의 제품·상품·사업체다”고 말했다.

   

탁 교수는 “그런데도 통일교측이 소유한 JW메리어트 호텔에서 한국교회의 대표적 기관이라는 한기총이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공신력있는 지도력을 상실한 의미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통일교측 관련 건물·사업체를 사용하고 활용하는 것 자체가 통일교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일교의 경우 공공언론을 통해서도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모든 경제활동은 종교적인 목적이 있다는 얘기를 한다”며 “그 종교적인 목적은 문선명 씨가 왕이 되는 통일교 왕국을 한국 땅에 세우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학수 목사(예장 백석측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는 “기독교를 대표한다는 기관에서 통일교측이 소유한 호텔에서 예배를 드리는 무분별한 태도를 보이는지 모르겠다”며 “소위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단체라면 결코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됐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솔직히 같은 개신교인이라는 게 부끄러울 지경이다”며 “한기총은 JW메리어트호텔에서 예배를 드린 것에 대해 한국교회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 한 핵심 관계자 또한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다락방 류광수 문제를 비롯해서 한기총의 문제는 이단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은 데 있다”며 “통일교측이 인수한 메리어트 호텔에서 예배를 드리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을 한기총이 했다”고 지적했다.

통일교 핵심 인사 출신인데다 재림주 의혹을 받아 온 장재형 목사가 설립한 한국 크리스천투데이(www.chtoday.co.kr)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교계 언론들도 한목소리로 통일교측이 인수한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예배를 드린 한기총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기독공보·기독교연합신문·뉴스미션 등은 공동취재단 형식으로 작성한 최근 기사에서 “메리어트호텔은 지난 2004년 4월 30일 통일교 창립 5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바 있고,이후로도 매년 교주 문선명 씨가 참석하는 대규모 통일교 행사가 호텔 곳곳에서 열릴 정도로 ‘통일교 전용 호텔’로 인식되어 온 곳이다”며 “교계가 힘을 모아 통일교 ‘불매운동’을 펼치는 상황에서 한기총의 이번 장소 선정은 의혹을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고 기사화했다.

뉴스앤조이는 ‘수상한 WEA 2014년 한국 총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큰돈을 들여 화려하게 준비한 행사였지만 시작 전부터 구설에 올랐다. 감사 예배 장소인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이 통일교 소유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기총이 회원 교단과 갈등을 빚어서 인지 예배 순서를 맡은 참석자들의 불참도 눈에 띄었다”고 보도했다.

교계의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교계 앞에 고개숙여 사과해야 할 한기총은 이 문제와 관련 11월 18일 성명을 통해 해명만 하고 지나가고 말았다. 성명서에서 자성의 빛이라곤 눈꼽만치도 보이지 않았다. 이 성명서에서 나온 한기총의 이단에 대한 의식은 무감각·무개념·몰상식의 ‘3무’ 자세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 내용은 한기총이 최근 발표한 성명서 내용 일부다. 통일교측 건물을 사용한 데 대한 입장이 나온다.

“통합측과 일부 이단감별사들은 행사 장소도 문제삼고 있으나, 한기총에서는 추진 당시 해당 장소가 문제의 단체 소유인 것은 전혀 몰랐고, WEA 지도자들의 방한 일정에 맞춰 예약 가능한 장소가 그곳밖에 없어서 불가피하게 선택한 것이었다. 한기총은 일부의 문제 제기에 대해 수긍하여 앞으로는 일체 이용하지 않을 계획이나, 문제의 장소에서 이사회를 열었었던 (재)아가페측은 어떻게 교계 앞에 해명할 것인가?”

통일교측 건물을 사용한 것에 대해 어떤 사과도 없다. 이 문제를 단 한 사람이 제기하더라도 한국 보수 기독교의 대표성을 지닌 한기총이라는 ‘큰 의식’이 현 한기총 지도부에 있다면 통일교측 건물에서 예배를 드린 것에 대해 한국교회 앞에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어야 맞다. 초등학생도 ‘통일교 제품은 쓰지 말아야 한다’, ‘관련 사업체는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배우고 그렇게 하고 있다. 그 경각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해당 장소를 ‘문제의 단체 소유인 것’을 알고 나서도 예배를 강행한 것이 한기총 아닌가?

다른 여타 단체를 언급할 필요도 없다. (재)아가페를 운운하며 ‘어떻게 교계 앞에 해명할 것인가?’라고 따지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데 주요 사업에 ‘사이비 및 이단에 대한 대책’을 명시해 놓고도 대놓고 통일교측이 소유한 건물을 이용한 한기총의 상황에서 취할 자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메리어트호텔을 빌리게 된 경위가 정말 한기총측 성명에 나온 내용과 일치하는지 궁금하다. 이를 확인하고자 홍재철 목사가 메리어트호텔을 빌린 당사자라고 지목한 이광선 목사(WEA총회 준비위원장)에게 기회될 때마다 전화를 해왔다. 설명을 듣고자 해도 이 목사는 전화기를 꺼 놓거나 받지 않았다.

기자와 연초 인터뷰를 하며 ‘이단 문제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확실하게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던 2014년 WEA 총회준비위원회 대회장 길자연 목사(한기총 대표회장) 또한 비서가 전화를 받을 뿐, 직접 통화할 수가 없었다. 홍재철 목사는 이미 통일교측이 소유한 건물을 사용한 대해 “우린 그런 거 모른다”며 문제 될 게 없다는 식으로 기자에게 답변한 바 있다. 기자가 확인한 한기총의 홍 목사의 태도는 ‘사용한 게 뭐 어떠냐?’는 태도였다.

‘염치’란 단어가 있다.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뜻하는 한자어다. 지금 한기총 지도부에는 이게 없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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