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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6자 회담 북핵 돌파구 될까?
큰관심 속 8월27일부터 29일까지 개최
2003년 08월 20일 (수) 00:00:00 이영종 yjlee@joongang.co.kr

 

미국    “先핵폐기 전제 체제보장 가능”
북한    “체제보장 먼저해야 협상 진전”


8월 27일부터 29일까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게 될 6자회담은 향후 한반도의 안보정세와 주변 국가들의 역학관계를 교통정리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란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남북한과 미국·일본·중국·러시아가 참여하는 이번 회의는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개발 시인’ 파문으로 조성된 북·미간 대치국면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하는 자리다.

6자회담은 지난달 31일 러시아가 북한의 회담 수용의사를 밝힌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물론 이후에도 개최시기 확정이 지연되고 ‘6자회담 속 양자대화’나 ‘대북 체제보장’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때 난항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참여 6개국간 협의를 거쳐 지난 14일 개최시기가 공식 발표됨에 따라 북핵 문제는 가까스로 대결 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계기를 맞게 됐다.

한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에 관한 다자회담은 지난 99년 8월 이후 중단된 제네바 4자회담 이후 두 번째다. 물론 이번 6자회담은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이 모두 참여하게 됐다는 점에서 과거 4자회담과는 차이가 있다. 또 의제도 4자회담 때처럼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란 포괄적 차원이 아니라 북핵 해결이란 긴급현안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회담에 참가하는 6개국 수석대표의 면면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대체로 차관보나 국장급으로 과거 4자회담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선 한국에서는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나선다. 이 차관보는 97년 4월 주미대사관 정무참사관으로 뉴욕에서 이뤄진 북한에 대한 한·미의 4자회담 공동설명회를 통해 대북 외교무대에 처음 얼굴을 내민 이후 22개월간 4자회담 예비 및 본회담 대표단으로 활약했다. 또 올 3월 차관보로 임명된 이후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수석대표로 활동하면서 북핵 실무팀장 역할을 해왔다.

북한에서는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베이징 3자회담 때 미·중보다 1∼2단계 낮은 이근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을 수석대표로 파견했으나 6자회담에선 이보다 고위급을 내보낼 것이란 분석에서다. 그는 4자회담 때 수석대표로 찰스 카트먼 당시 미 국무부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경력이 있다.

미국은 수석대표로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결정했다. 켈리 차관보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 및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과 더불어 미국내 대표적인 대북 온건파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엔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3일간 방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김계관 부상을 만나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처음으로 공식 북미회담을 가졌다.

일본은 TCOG 수석대표인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은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이 유력하다. 러시아측에서는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부 차관이 수석대표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6자회담에서 남북한이 마주 앉아 한반도 현안을 논의할 기회가 있을까 하는 점도 관심거리다. 남북은 열강의 틈바구니에 위치한 특수한 지형적 이유로 남북대화 채널과 함께 다자회담 형태, 이른바 ‘투 트랙(two track)’ 방식을 통해 한반도 안보 문제의 돌파구를 모색해왔다. 따라서 이번 6자회담이 진행되는 중에 북미간 양자 회담을 갖기로 예정됐듯이 남북 양자간 접촉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관련국들 이해얽혀 우여곡절 예고
획기적 타결보다는 만남자체에 의미

지난 97∼99년 4자회담 당시에는 남북한 대화통로가 원활치 못해 남북간 양자회담이 불발됐으나 장관급 회담과 민간교류, 대북 경협사업 등으로 길이 터져 있는 만큼 6자회담속 남북접촉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아무튼 이번 회담의 핵심의제는 북핵 폐기 방안과 그 대가로 거론되는 대북 체제보장 방안으로 좁혀진다. 회담에 참가하는 각국은 벌써부터 각기 이해관계에 따라 나름대로의 계산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한국은 북핵 문제의 당사국이지만 혈맹 관계인 미국과 같은 민족인 북한 사이에 끼어 중재력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북·미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예방하는 완충역할을 하면서 회담이 원만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그러나 적절한 시기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경우 ‘중재역’을 자임하고 있는 중·러의 그늘에 가려 자칫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북한의 입장도 안팎의 여건상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극심한 경제난과 외교적 고립으로 체제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 핵카드는 사실상 마지막 선택수단이다. 핵과 미사일 문제를 세분해 이슈화한 뒤 이를 고리로 최대관심사인 체제보장 약속을 받아내고 경제재건과 국제사회 참여에 필요한 여건도 확보하려는 게 북한의 속셈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미국 등의 ‘선(先) 조치 이행’을 강조하면서 특유의 ‘벼랑끝 전술(brinkmanship)’을 구사, 입지를 확보를 한 뒤 그들의 표현대로 대담한 절충을 통해 과실을 챙기는 수법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번 회담의 가장 큰 키를 쥐고 있다. 미국은 현재 북한에 ‘선 핵 포기’를 요구하면서 호응 정도에 따라 체제보장과 경제보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또 6자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가 불량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성명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대북경수로 공사 중단 등 압박책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 성사과정에서의 역할 증대로 영향력이 높아진 중국은 여세를 몰아 중재자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중국의 발전에 북핵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는 한편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더 이상 미국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자국에 직접적 위협요인이 되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과 일본인 납치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일본은 특히 일본인 납치문제를 반드시 6자회담 의제로 올려야 한다는 국내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일본은 6자회담에 발을 담금으로써 북·일 관련 현안 해결에 직접 참여, 자국의 이해를 반영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도 중·일과 더불어 6자회담에 참여함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과 강대국의 위상을 유지하려는 데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미 중재를 중국이 주도하는 데 대한 견제 시도가 엿보인다. 러시아는 또 북핵 해결 이후 전개될 시베리아 철도 연장 및 가스관·유전 연결사업 등 한반도 관련 후속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북핵 문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6자 6색의 이해관계 타산법을 조율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측면에서 이번 회담에 적지않은 난관이 따를 것이란 게 외교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북한과 미국의 입장 차이가 뚜렷해 쾌도난마식의 해법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그간 미국은 관련국들과의 물밑 조율을 통해 북한이 주장하는 법적 조약 형태는 아니지만 ‘미 행정부의 서면보장-의회 결의-다자보장’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북한은 13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 형태로 ‘불가침조약’ 방식을 통한 보장을 강력하게 주장, 미국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결국 미국은 ‘선(先) 핵 폐기’, 또는 ‘선 핵 폐기 선언과 일정절차 이행’을 체제보장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북한은 ‘선 체제보장’ 또는 ‘동시 이행’ 방안으로 맞서는 형국이 될 게 유력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6자회담 첫 회의는 북핵 해결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기보다는 2차회담을 열 수 있을 만한 정도의 성과를 거두는 선에서 참여국들이 목표치를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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