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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 / “지금, 이 영화를 주목하라”
2011년 03월 28일 (월) 08:10:50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재난영화 전문가’로 알려진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 1996>라는 영화로 일약 스타 감독이 됐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고 건물을 파괴시키지만 결국 인류(특히 미군과 미 대통령)가 이 땅을 지켜낸다는 스토리의 영화다. 이 영화가 유명해진 이유는 개봉당시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자랑한 화려한 특수효과였다. 하늘에 떠 있는 우주선에서 발사된 레이저 빔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비롯한 맨해튼의 수많은 건물과 심지어 백악관까지 순식간에 폭파해 버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외계인의 공격으로 지구는 한순간 쑥대밭이 된다. 현대판 ‘재난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었다.

재난영화는 예부터 꾸준히 이어진 영화 장르였다. 재난을 당한 이들의 고통을 보여주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언제 보아도 흥미로운 소재이기 때문이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의 혼란을 그린 <포세이돈 어드벤처(The Poseidon Adventure, 1972)>과 화재가 난 빌딩 안에서의 사투를 벌인 1974년 작 <타워링>(The Towering Inferno)이 재난영화의 출발이었다. 하지만 1995년 이후 몇 년간이 명실상부 재난영화의 절정기였다. 화산이 터진다는 공통적인 소재로 같은 시기에 개봉한 <단테스 피크(Dante's Peak, 1997)>와 <볼케이노(Volcano, 1997)>, 우주 유성이 날아와 지구의 종말이 온다는 같은 설정으로 동시에 개봉한 <딥 임팩트(Deep Impact, 1998)>와 <아마겟돈(Armageddon, 1998)>,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타이타닉(Titanic, 1997)>과 토네이도에 맞서는 이들의 활약을 그린 <트위스터(Twister, 1996)> 등 재난영화를 대표하는 영화들이 모두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이 모든 영화들이 앞서 말한 <인디펜던스 데이> 이후에 줄줄이 개봉된 영화들이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재난영화의 새로운 부흥을 가져온 선구자라 할 수 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인디펜던스 데이>를 연출한 이후 방사능 유출로 태어난 돌연변이 괴생물체가 뉴욕을 헤집고 돌아다닌다는, 외계인 침공보다 조금 더 황당한 이야기인 <고질라(Godzilla, 1998)>를 만들었고, 2004년에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라는 영화로 자연재난을 통해 지구를 꽁꽁 얼려버렸다. 그리고 2009년에는 ‘2012년 지구 종말설’을 바탕으로 한 <2012>를 통해 드디어 지구 전체를 멸망시켜 버렸다. 그는 작품이 더 해질수록 제작비와 특수효과의 비중을 키웠고, 재난의 무대도 점점 넓혀갔다. 그리고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야기는 점점 더 비현실적이 되어가고 볼거리만 풍부한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에머리히 감독의 작품 중 비교적 현실적이고 스토리가 탄탄한 작품이 있는데, 바로 <투모로우>다.

<투모로우>의 재난은 외계인이나 괴생물체로 인한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부터 온 재난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극지방의 빙하가 녹기 시작하고, 그 녹은 물이 해수의 온도를 낮게 만들어 해류가 차가워지면서 온갖 기상이변과 혹한이 몰려오고 결국 빙하기가 시작된다는 그럴듯한 설정이다. 모든 것이 얼어붙는 그 혼란 속에서 아들을 구하기 위한 한 기후학자의 노력이 자연 앞에서 미약하지만 강한 인간의 의지를 잘 보여주기도 한다. 지나친 특수효과와 황당한 설정, 엉성한 스토리로 관객동원과는 별개로 늘 평단으로부터 혹평을 받아온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지만 이 작품만큼은 평단과 관객, 양쪽 모두의 호평을 받았었다.

   
<투모로우>에는 기상이변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재난이 등장한다. 주먹만한 우박이 떨어지는 것으로 시작된 기상이변은 거대한 토네이도가 동시에 등장해 LA 시내를 초토화 시킨다. 이후 쓰나미가 뉴욕을 물바다로 만들고, 그 이후 폭설과 혹한이 찾아온다. 다양한 기상이변 장면으로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그의 다른 작품과 궤를 같이 하고 있지만, 재난 장면 이후 환경문제에 대한 메시지와 가족애에 대한 이야기에 중점을 맞추면서 볼거리와 느낄거리의 형평성을 맞췄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재난영화는 항상 여름시즌에 개봉한다. 많은 부분이 특수효과로 만들어지고 스케일과 제작비 규모가 크기에 블록버스터 오락영화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계인 침공이나 괴생물체 출현 등은 SF영화의 단골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오락적인 소재들이다. 오락영화로서의 재난영화는 시각적인 만족에 중점을 둔다. 현실에서는 보지 못한 것들, 상상하던 일들이 스크린 위에 그럴듯하게 펼쳐지니 분명 보는 즐거움이 있다. 따라서 재난영화는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나 과학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아도 심각하게 트집 잡지 않는다. 즐기는 영화이니깐.

   
하지만 재난영화 속 장면이 현실이 된다면, 그것은 견딜 수 없는 비극이 되고 만다. 우리는 얼마 전, 일본에서, 그리고 몇 해 전 인도네시아에서 그러한 일을 겪었다. 영화 속에서나 나올만한 장면이, 아니 영화보다 더 끔찍한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이제 자연재해로 인한 재난영화는 블록버스터 장르가 아니라 비극의 드라마 장르로 편입되어야 한다. <투모로우>의 내용 중 기상학자로 등장하는 잭 홀 박사가 “우리 이후 세대를 위해서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재난 상황이 닥치자 그는 “재난의 시기가 너무 빨리 왔다”고 말한다. 일본의 참사를 본 우리들은 탄식하며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영화 속에서나 등장해야 할 장면이 현실로 재현돼 버렸다.”

인도네시아의 사건을 겪은 이후 제작된 한국영화 <해운대>에 등장하는 쓰나미 장면은 그런 면에서 다소 안타깝다. 끔찍한 그 상황을, 그것도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 그러한 장면을 코믹영화의 소재로, 또한 그 상황 중 코믹스러운 요소를 첨가해 연출했다는 것은 분명 사려 깊지 못하고, 철이 없는 연출이 아닐 수 없다. 마치 한국전쟁 속에서 일어난 잔인한 살상 장면을 코미디로 표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투모로우>에서 자연 앞에 선 인간은 나약하기 그지없게 그려진다. 하지만 결국 희망 또한 인류에게서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래서 <투모로우>는 좋은 작품이다. 끝까지 기상을 관측하는 연구팀의 희생과 한명의 환자라도 더 살리려는 의료진의 노력이 감동적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책무를 다한 후 아들을 찾기 위해 무모한 구출작전에 뛰어드는 주인공의 모습은 사회의 한 요소로서, 또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흠잡을 데 없는 행동양식을 보여준다.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특정인- 예를 들면 <인디펜던스 데이>의 미국 대통령이나 <2012>의 돈 많은 부자들 -이 재난을 잠재우고 지구를 구한다는 설정이 아니어서 더욱 다행스러웠다. 유성이 와서 지구가 위기에 처한다는 같은 소재를 가지고 개봉했던 <딥 임팩트>와 <아마겟돈>의 경우에서도 후자에 대한 평가가 더 낮았던 것도 특정인이 지구를 구하고 영웅이 된다는 다소 유치한 스토리 때문이었다. <투모로우>가 일본 지진 이후에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재난에 대한 이유와 인류가 대처해야 하는 방법에 대한 바람직한 메시지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인재가 아닌 자연재해의 원인이나 해결을 전 인류가 아닌, 특정 인간에게, 아니면 특정 국가에게 한정시킨다는 것은 위험하거나 유치할 수 있다. 누구나 그 재난 앞에 노출되어 있으며, 그 원인은 모든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인류적 고난 앞에서 특정인에게 원인과 책임을 묻는 것은, 먼 옛날 태풍이 오면 바다의 신을 달래기 위해 인간을 재물로 바치던 그런 시대의 사고방식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인간의 잘못을 책망하기 위해 인간을 해치고, 또 그 노여움을 거두기 위해서 인간을 재물로 받아야 하는 신이 있다면, 그 옛날 미개한 시대에 막연하게 두려움으로 군림했던 그 자연 속 신들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 기독교는 결코 그러한 신을 믿는 종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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