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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방에서 일어난 일, 정말 ‘황당’
[그때그사건(8)] 봉천동 K교주
2011년 01월 17일 (월) 08:18:14 장운철 기자 kofkings@amennews.com

어느 날 한 부부가 상담 차 사무실로 찾아왔다. 40대 후반으로 보였다. 외형이 도시적 이미지는 아니었다. 더욱이 부인은 초췌한 모습이었다. 남편이 흥분했다.

“제 이야기를 들어보십시오”

그는 의자를 바짝 끌어 책상에 붙였다. 기자에게 좀더 가까이 오겠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폭탄 선언’ 같은 게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저희 부부는 A단체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주 K씨가 저를 조용히 불렀습니다. 저보고 혼자서 3년간 시골 어느 곳에 가서 살다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명목은 심신수련하라는 것이었죠. 교주 K씨를 거의 메시아 수준으로 따르고 있었으니, 그의 명령에 거역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생활비도 보내준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요. 물론 서울에 남는 아내에게도 교회 일을 맡기며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했습니다.”

그는 교주의 말대로 3년간 모 처에서 지냈다. 그들 방식의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며 서울로 복귀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3년이 되어 돌아왔다. 드디어 ‘큰 일’을 해냈다는 마음에 앞으로의 인생도 잘 풀릴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속은 것이었다. 그는 3년 간 철저히 ‘바보’가 되어 버린 것이다.

3년간 아내는 교주의 ‘성 노리개’로 전락되고 말았다.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된 것이다. 만약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남편의 앞길이 좋지 않다는 엄포성 발언에 그 부인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교주의 전략이 그대로 적중된 것이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어요. 저는 정말 메시아로 믿고 온 정성을 다해 섬겼는데, 이런 게 이단이고 사이비이지 않겠어요. 이 00끼, 죽일 놈, 내가 반드시 복수를 하고 말겠어요.”

그는 매우 흥분했다. 말을 하면서 수시로 책상을 손으로 내려쳤다. 그의 아내는 시종일관 말이 없었다. 모든 게 자신의 죄라고 여기는 듯했다.

그는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 교주 K씨를 유치장에 넣고야 말겠다는 것이다.

교주 K씨와 그 단체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보혜사 성령’, ‘두 감람나무’ 등이라고 주장하는 이다. 자신의 단체에 와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도 한다. 한 마디로 정통(?) 이단이다.

그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일이 제일 중요했다. 성폭행, 성추행 등 성과 관련된 물적증거를 구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무척 어려운 일이다. 먼저 피해자가 잘 나서지 않으려고 하고, 또 나선다 할지라도 순간 마음이 바뀌어서 ‘서로 좋아서 한 일’이라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다. 교주의 자백을 받아내자는 데에 서로 동의했다. 교주와 가끔 만났다는 봉천동 동네 모 다방(지금의 카페)에서 한 번 더 미팅할 것을 권했다. 한두 번 교주에게 따졌더니 ‘미안하다’고 말을 했다고 하기에 다시금 그 말을 끄집어내어 녹음하자고 한 것이다.

기자는 녹음 기술을 그에게 전수했다. 당시는 mp3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이니, 소형 카세트 녹음기를 이용한 첨단(?) 방법이었다. 마이크를 눈에 띄지 않게 작게 만든 것은 기자(www.amennews.com)만의 작품이었다. 설치하는 법, 작동 법, 대화할 때의 자세, 질문 내용 등에 대해서도 교육을 시켰다. 그는 매우 놀라기도 하며, 신기해했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스파이 훈련이라도 받는 기분이었던 모양이다.

결전의 날이 왔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이었다. 기자는 그 다방 앞 빌라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교주 K씨의 다방출입 사진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빌라 옥상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맨 윗층의 집안으로 들어가 안에서 연결된 계단을 이용했어야 했다. 그 주민에게 실례를 범하면서까지 옥상으로 올라간 것이다. 마치 저격수가 장총을 설치해 놓는 것처럼, 기자도 사진기 본체에 사람 팔뚝만한 망원렌즈를 장착하고, 피사체 초점을 다방 앞에 정확히 맞추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찬바람이 불어 제법 추웠지만, 정말 흥미로웠다. 못된 교주 하나를 드디어 잡을 수 있다고 하는 마음이 너무 상쾌했다.

시간이 되자 멀리서 승용차 한 대가 서서히 다방으로 다가왔다. 한 눈에 봐도 ‘그 차’임을 알 수 있었다. 드디어 그 차에서 한 사람이 내렸다. 아래 위 하얀색의 양복을 입은 그 자다. 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다방으로 쏜살같이 뛰어 들어갔다. 날씨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의 얼굴을 감추기 위해서일까?

‘찰칵 찰칵’

저격수의 총에서 불을 뿜어내 듯 준비된 기자의 사진기에서 연속적인 사진 촬영 소리가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교주를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 중 하나가 탄생하는 순간인 것이다. ‘아~’ 그러나 교주가 뛰어가는 바람에 정확성이 떨어진 느낌이다(당시는 필름카메라였기 때문에 즉석에서 확인이 불가능했다). 하는 수 없었다. 다시 기다렸다. 교주가 나올 때까지 말이다.

‘불필요한 소리는 빼고 10분~15분 동안 사실 확인을 위한 교주의 자백을 다시 한 번 받아내도록 하세요. 그것이 핵심입니다’며 몇 차례 강조를 했었다. 교주의 회유책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동시에 주지시키면서 한 말이다. 그러니 예상대로 라면 교주가 곧 다시 다방 앞에 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오히려 얼굴 정면도 보일 수 있어서 더 좋은 사진이 될 수 있었다.

30분이 지났다. 교주가 나오지 않았다. 1시간이 지났다. 역시 조용했다. 교주의 자동차는 다방 앞에 그대로 있었다. 다방 안에 모두 같이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1시간이 훨씬 지난 어느 순간 교주가 역시 급하게 다방을 빠져나와 자동차에 올랐다. 그리고 ‘흉~’하니 사라졌다. 뒤 따라 나올 것 같은 그 부부는 어찌된 일인지 나오지 않았다. 10여 분이 흘러도 조용했다. 기자가 직접 그 다방에 들어가 보았다.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건물 뒤편에 작은 문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기자도 그만 철수하고 말았다.

하루 이틀, 일주일 이주일이 지났다. 그 부부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그들이 남겨 놓은 전화번호도 ‘먹통’이다. 한 마디로 ‘깜깜 무소식’이다. 도대체 다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교주를 향해 울분을 토하며 반드시 처벌하겠다며 다짐했던 그가 그 날 이후로 왜 잠잠해진 것일까? 그 교주는 지금도 그곳에서 그대로 미혹의 ‘장사’를 하고 있다. 은퇴할 때가 멀지 않았다. 그에게 찾아가 물어볼까? 그 다방에서 일어난 일이 뭐냐고?

취재하면서 그때처럼 ‘허탈’해 본 적이 없다. 그는 기자의 카세트까지도 가지고 가버렸다. 그때 그 사건만 생각하면 정말 황당하다. 화까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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