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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미덕 키우고 공동선(公同善) 고민하는 것
2010년 08월 23일 (월) 06:52:46 전정희 기자 gasuri48@hanmail.net

   
묵직한 철학서 하나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마이클 샌델의 강의록을 담은 <정의란 무엇인가>(원제 Justice·김영사)라는 책이다. 그는 1980년, 27세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가 된 이래 30년 동안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그의 ‘정의’ 수업은 지난 20년 동안 하버드 학생들 사이에 최고의 명강의로 꼽히고 있다.

그는 또한 29세에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1982)를 발표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으며, 이 책에서 ‘공동체주의자’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해 알레스데어 매킨타이어, 마이클 월저, 찰스 테일러 교수 등과 함께 공동체주의의 4대 이론가 중 한 명이자 존 롤스 이후 정의 분야의 세계적 학자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저자의 책이 인문학 번역서적으로 보기 드물게 하루 1만부 즉, 출간 3개월여 만에 32만부(8월 12일 기준)의 판매기록을 세우면서 여러 차원의 원인분석이 한창이다. 소설가 김영하 씨의 경우 “좋은 책이 잘 팔리는 일이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닌데, 그동안 정의보다는 생존원칙이 압도해 온 우리 현실에서 독자들이 얼마나 윤리적 판단의 길잡이를 그리워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인 듯하다”고 말한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행정학)는 “정의란 개념 자체를 추상적으로 논하지 않고 사람들이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제시한 뒤 공리주의적 해법과 자유주의적 해법을 각각 던져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한 다음 공동체주의로 자연스럽게 인도하는 강의법이 책에 그대로 녹아 있어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모 언론의 출판팀장은 “처음에는 30대 남성이 주 독자층이었는데 이제는 20대 독자가 크게 늘었고 여성독자도 40%나 된다”고 말한 박은주 김영사 대표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국사회의 정의 ‘결핍’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세종시나 4대강 개발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젊은 세대는 어느 한쪽 편을 들기보다 과연 어느 쪽이 정의인지 고민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언론인은 “대학 졸업생 50만명 중 30.3%가 3년 동안 안정된 일자리를 못 구한다는 것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현실”이라며 “‘소유’를 향한 희망이 사라지다 보니 ‘소유’에 대한 반감이 더 높아졌고, ‘자유경쟁’보다는 ‘공동체 정의’를 요구하는 젊은 민심이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책은 ‘옳은 일 하기’,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시장과 도덕’, ‘존 롤스’, ‘충직 딜레마’ 등 총 10부로 구성되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소유하는가? 자신을 소유한다는 생각은 선택의 자유와 관련한 많은 논쟁에 등장한다. 내가 내 몸, 내 삶, ‘나’라는 인간을 소유한다면, 그것을 내 마음대로 다룰 자유를 갖고 있어야 마땅하다. 이 생각은 제법 설득력이 있지만, 그 의미를 모두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자유지상주의 원칙에 끌리고 그 원칙을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은 이 3강을 참조하면 된다.

취업과 대학입학에서 인종과 민족을 고려하는 행위는 어떠한가? 인종별 우대정책은 권리를 침해하는가? 대학이 경매로 입학생을 뽑아도 되는가? 소수집단우대정책 지지자들이 인종과 민족을 고려하는 이유로 제시하는 표준화된 시험의 불균형 바로잡기, 과거의 잘못 보상하기, 다양성 증대는 어떻게 볼 것인가? 이런 문제는 7강에서 다룬다.

아리스토텔리스에게 정의란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무엇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인가? 능력과 자격의 근거는 무엇인가? 이는 분배와 미덕이 정의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에 대한 토론은 8강에서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정의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란 공리주의(功利主義)와 ‘정의란 개인적인 선택의 자유’란 자유주의(자유지상주의, 자유주의적 평등주의 포함)를 모두 비판한다.

“공리주의적 이해방식은 두 가지 단점이 있다. 첫째는 정의와 권리를 원칙이 아닌 계산의 문제로 만든다는 점이고, 둘째는 인간행위의 가치를 하나의 도량형으로 환산해 획일화하면서 그것들의 질적 차이를 무시한다는 점이다. 자유주의에 기초한 이론들은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하지만 두 번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p.361).

그렇다면 공동선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公同善)을 고민하는 것”이다. 즉, 공동선이 실현된 사회의 모습은 이렇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모두 보내고 싶어지는 공립학교, 상류층 통근자(通勤者)를 끌어들일 대중교통체계, 그리고 보건소, 운동장, 공원, 체력단련장, 도서관, 박물관처럼 사람들을 닫힌 공동체에서 끌어내 민주 시민이 공유하는 장소로 모이게 하는 시설 등이 그것이다.”

   
▲ <정의란 무엇인가> 책 뒷면에는 실제 마이클 샌델 교수의 하버드대 '정의' 강의실황 DVD가 삽입돼 있다.
이제 기독교인의 눈으로 이 책을 보자. 이 책에 열광하는 이들은 청년들 곧, 현재 대거 교회를 이탈하고 있는 20~30대 젊은이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찾고 있는 주제가 바로 ‘정의’라는 것이다. 정의로운 정치, 정의로운 사회, 정의로운 공동체…. 이것은 위기를 말하는 교회에 한편으로 다행스러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우려스러운 소식이다.

먼저 15분~20분 이내의 설교, 그것도 철학적이지도, 분석적이지도, 그렇다고 논리적이지도 못한 설교가 태산을 이루고 있는 교회의 현실이 우려스럽다. 반면, 어느 날부터인가 교회에서 많이 사용하는 “요즘 청년들에게 지성이 떨어진다. 교양이 사라지고 있다. 활자를 멀리한다”는 표현이 사실이 아니라는 게 다행스럽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정의와 부정, 평등과 불평등, 개인의 권리와 공동선에 관해 다양한 주장이 난무하는 영역을 어떻게 이성적으로 통과할 수 있는지, 사상의 역사가 아닌 도덕적·철학적 사고 여행을 통해 그 질문에 대답하게 하는데, 이런 철학여행의 종착지는 ‘신학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희망적이라는 의미다. 기독교의 구원문제가 곧 ‘(하나님의)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늘 아래 어떤 정치 체계나 조직도 완전하지 않다는 것, 모든 가능한 조직과 체계 하에서도 문제와 분쟁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사회문제를 바라본다. 그것은 절대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최선의 조직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성경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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