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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애증을 나누다, 강화도
기독교유적이 있는 여행 3
2010년 01월 22일 (금) 08:06:34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살아있는 역사박물관, 흔히 경주를 두고 사람들은 이같이 표현한다. 서울 가까운 곳에도 이런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이 있으니, 바로 강화도다. 지역 전체에 역사적 유적이 즐비한 것은 경주와 강화가 비슷하지만 그 유적의 성격은 많이 다르다. 경주는 찬란한 신라문화의 유산이 가득한 곳이지만, 강화는 선사시대 유적과 함께 가까운 근대 민족의 수난사가 가득한 곳이다. 또한 경주에는 불교 문화가 가득하고, 강화에는 기독교 유적지가 넘친다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독교유적 지역으로 강화를 빼놓을 수 없다. 강화의 기독교 유적과 여행코스를 한 번에 소개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이번에는 우선 강화의 대표적 유적지이며 국가의 아픈 역사가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바닷가 돈대길을 따라 여행하고, 다음번에 선사유적과 기독교유적을 중심으로 여행하기로 한다.

   

바닷가 돈대길은 4개 코스로 구분된 강화 나들길 중 두 번째 코스로 강화 서쪽 해안길을 말한다. 돈대길은 강화대교 인근에 있는 갑곶돈대를 시작으로 좌강돈대, 용진진, 용당돈대 오두돈대, 광성보, 용두돈대, 덕진진을 지나 초지진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으로 조선 후기 군사시설인 돈대가 즐비한 역사기행길이다. 돌을 원기둥형으로 쌓아 곳곳에 총구멍을 설치하고 위에는 낮은 성을 쌓은 형태의 돈대는 1679년 강화에만 53개소가 설치됐을 정도로 강화의 대표적 군사 시설이다. 신미양요, 병인양요를 치르면서 프랑스와 미 군함에 대항하여 격전을 치른 수많은 돈대들은 당시 전투로 대부분 파괴됐지만, 최근 들어 깨끗한 모습으로 복원돼 있어 역사기행으로 더없이 좋은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바닷가 돈대길은 강화대교 남쪽에 있는 갑곶돈대에서 시작한다. 이곳에는 갑곶돈대와 함께 강화역사관이 있어 출발지로 더없이 좋다. 갑곶돈대에 서면 옛 강화대교가 한눈에 바라보이고 그 아래를 흐르는 염하가 흐르고 있어 멋진 경관을 접할 수 있다. 염하는 강화도와 김포시 사이를 흐르는 강화해협을 일컫는 말인데 마치 강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갑곶돈대에는 천연기념물 78호로 지정된 수명이 약 400년으로 추정되는 탱자나무가 있다. 돈대가 세워졌을 당시에는 강화의 대부분 성벽에 탱자나무를 심어 방어력을 증강시켰다고 하는데, 현재는 몇 그루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갑곶돈대를 나와 남쪽으로 향하면 더미리 포구를 만날 수 있다. 작은 포구지만 바닷가 돈대길 전체에서 유일하게 해안방향으로 철조망이 없는 곳이다. 더리미 포구는 장어구이마을로도 유명해 여행 중 입을 즐겁게 해 줄 좋은 장소다. 더미리 포구를 지나면 용진진과 좌강돈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용진진을 지나 광성보로 가는 중간 위치 쯤에 용당돈대가 있다. 용당돈대는 집입로 이정표가 없기에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해안도로에서 100여 미터 해안 쪽으로 들어가 자리 잡고 있는 용당돈대는 지형적으로 아름다운 곳에 아담하게 들어 서 있다. 돈대 가운데는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는데, 그 모습이 당당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다. 갑곶돈대나 광성보, 초지진 같이 관광객이 주로 찾는 곳이 아니기에 호젓하게 돈대를 돌아볼 수 있다.

   

바닷가 돈대길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 바로 광성보다. 사적 227호인 광성보에는 성문인 안해루, 광성돈대, 신미순의총, 손돌목돈대, 광성포대, 용두돈대 등 여러 시설이 있어 다 돌아보는 데 한시간 남짓 걸린다. 광성보는 1871년 신미양요 당시 가장 치열했던 격전지였다. 신미순의총은 당시 전쟁에서 전사한 조선군의 묘지로 당시 53명의 전사자 중 어재연 장군 형제 외 신원을 알 수 없는 51명의 시신을 나누어 묻은 7개의 봉분이다. 언덕위에 있는 손돌목돈대를 지나면 바닷가 돈대길 중 가장 경관이 뛰어난 용두돈대에 이른다. 빠르게 흐르는 염하를 바로 눈앞에서 만날 수 있는 용두돈대는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광을 연출한다.

   

광성보를 나와 덕진진을 돌아본 후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초지대교가 보이는데, 초지대교 진입하기 바로 전에 초지진이 있다. 바닷가 돈대길의 마지막 코스인 초지진은 교통이 편리해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초지진은 병인, 신미양요를 비롯해서 훗날 강화도 조약의 빌미가 된 일본군 운요호와 전투를 치른 곳으로 근대 수난사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과거의 아픈 역사이긴 하지만 포탄 맞은 성벽과 소나무가 바닷가와 초지대교를 배경으로 멋들어지게 서 있어 관광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도 한다.

   

덕진진에서 초지진으로 향하다 보면 초지삼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길상면 방향으로 10여분 가면 온수리에 도착한다. 이 곳 온수리에 보석과도 같은 기독교유적이 있으니 바로 성공회 온수리성당이다. 바닷가 돈대길 여행의 마직막으로 온수리성당을 탐방하면 역사여행과 더불어 성지순례의 효과를 덤으로 얻을 수 있으니 꼭 들러보길 권한다.

성공회 온수리성당은 1906년 지어졌다. 강화읍내에 있는 성공회 강화성당에 비해 늦게 세워졌다. 두 교회는 명실상부한 한국형 예배당의 대표주자로 유명하다. 하지만 두 교회는 여러 면에서 차이점을 두고 있다. 강화성당은 화려한 한옥 스타일임에 반해 온수리성당은 소박해 서민적이다. 목재도 강화성당은 백두산에서 직접 공수해 온 소나무로 지었으나 온수리성당은 마을 뒷산 소나무를 썼다. 교회가 들어선 위치도 강화성당은 언덕 위에 자리 잡았으나, 온수리성당은 언덕 바로 아래 기슭에 터를 잡았다. 이래저래 온수리성당은 친서민적 교회였다.

온수리성당의 가장 큰 매력은 솟을대문이다. 이처럼 멋진 솟을대문을 가진 교회는 온수리성당이 유일하다. 솟을대문만 놓고 보면 강화성당보다 훨씬 멋있다. 지어졌을 당시에는 종루역할을 함께 했다고 한다. 성안드레성당이라고 이름 붙여진 본당은 외부는 전형적 한옥형태이며, 내부는 서양형식을 본떠 만들었다.

본디 온수리성당 뒤쪽에는 언덕이 있었으나 지금은 절토하여 현대식 교회건물이 들어섰다. 당시 언던 기슭에 자리 잡은 포근한 분위기는 없어져 아쉽기는 하나, 하루가 다르게 없어지고 있는 기독교유적을 생각하면 아직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온수리성당이 그저 고맙기만하다.

   

바닷가 돈대길은 외세 침략으로 인해 상처가 가득한 역사길이다. 외세가 침략한 이유는 제국주의적 영토 확장 정책이었으나, 표면적인 큰 이유 중 하나는 기독교의 박해에 대한 보복이었다. 강화 주민은 기독교라면 이를 갈 만한데도 불구하고 강화에 오래된 교회가 유독 많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처럼 강화에 기독교가 알려진 두 가지 경로를 보면서 선교의 큰 원칙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신앙을 강조하면 현지인에게는 상처만을 남길 뿐이지만 현지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는 토착화 신앙으로 접근하면 복음의 길은 열리게 됨을 강화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강화도는 공격적 선교방식을 선호하는 한국교회에 경고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강화도의 역사 유적과 토착화 된 예배당은 오늘날 세계 제2의 선교사 파견국인 한국교회에 올바른 선교 전략을 알려주는 가장 좋은 지침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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