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차례의 수술
1989년에 8월 20일은 이영균 대표(아시안링크 대표, 두레교회 집사)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끔찍한 교통사고로 인해 병원에 3년간 입원하고 그 일로인해 25차례나 수술대에 올라야 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폭우로 굴다리가 물에 잠긴 곳에서 급정거한 차를 피하려다 일어난 교통사고는 이영균 대표의 다리를 으깨어 버렸다. 간을 보호하던 갈비뼈가 부러진 것은 물론 개방성 골절을 당해 간이 터져버렸다. 의학적으로 그는 가망이 없었으나 하나님의 보호하심으로 목숨을 건졌다. 병원생활 3년 동안 지독한 고통을 경험하면서 그는 하나님을 붙들었다.

“지금도 가슴에 조폭처럼 칼자국이 많습니다. 생명은 건졌지만 걸레처럼 되어버린 몸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술을 받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교통사고로 인해 생긴 후유증으로 인해 작년까지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리에 골수염이 걸려 절단까지 할 뻔 했습니다. 육체의 고통을 경험한 것은 지옥의 고통보다 덜하겠지만 정말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습니다.”

사회에 발을 디딘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 당한 교통사고는 희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갈 만큼 그의 삶을 뒤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중학교 때 씨름선수생활을 했던 체력과 끈기, 더구나 하나님을 믿은 믿음이 절망이 아닌 소망으로 이끌 수 있게 했다.

“교통사고로 생겼던 후유증은 물론 골수염이 다 나을 때쯤 또 갑상선 암이 생겨 두 번의 수술을 받았어요. 하지만 암에 걸려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데려가실 것 같으면 예전에 교통사고 당했을 때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암이 발생한 것을 봐서 이 병이 나를 죽음으로 몰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암을 극복했어요. 하도 수술을 많이 받으니까 이제 수술실에 가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냥 ‘예쁘게 해 주세요’라고 말합니다.”

고통 중에 만난 하나님
수술에 이력이 날만한 그가 앞으로도 또 한 번의 수술이 있다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웃는다. 그런 이영균 대표가 고통을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하나님 때문이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하나님을 만났다. 개척교회를 다니다가 여름수련회를 전도사님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눌려 엉겹결에 따라 간 것이 그에게 놀라운 체험을 하게 했다.

“신앙심도 없어 놀러가는 기분으로 갔지만 수련회는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식사 때면 외워야 하는 요절에 새벽기도는 놀러간 내게는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아마 둘째날 새벽기도 시간이었나 봅니다. 기도 중에 ‘하나님을 잘 모르겠는데 뭔가를 알아야 잘 믿지 않겠습니까? 나타나서 보여주시면 건방지고 하니 뭔가를 주십시오. 남들이 말하는 방언 주세요’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날 오후 성경공부 시간에 그는 뜻밖의 체험을 한다. 지루하지만 한 전도사님의 요한계시록에 “옳습니다”라고 고개를 꾸벅거리며 졸게 했다. 전도사가 분위기를 파악하고 통성기도를 시켰다. 이 대표가 졸면서 통성기도를 하는데 입에서 방언이 터져 나왔다. 그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방언이 그를 열정적인 신앙으로 이끌었지만 지속적이지는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가기 전에 뜨겁던 신앙은 흐지부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사회생활하면서 하나님은 제 주변에서도 멀어져 버렸습니다. 아무 것도 아닌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교통사고는 다시금 그분이 제 안에 계시다는 것을 알게 했습니다. 다리 수술을 도중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정말끔직한 통증이 저를 엄습했습니다. 당해본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고통입니다. 몸은 움직이지 못한 상태에서 소리도 지르지 못하지만 의식은 살아 있었습니다. 그 때 어렴풋이 이슬이 맺힌 빨간 장미를 보았습니다. 비몽사몽간에 바라다본 장미를 보는 순간 평안이 몰려왔습니다. 나중에 어떤 분이 그것은 샤론의 장미라고 하더군요.”

예상치 못한 경험들을 통해 그는 다시금 하나님을 붙들었다. 병원 직원예배에서 설교말씀을 통해 도전을 받고 밤12에 일종의 작정 기도를 병원교회 예배실에서 했다. 그리고 기도제목을 철저하게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만났다. 그는 다시 일어서는 날에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지 않겠다고 서원했다. 장애인들을 위한 공동체도 세우고, 자신의 이름이 나지 않는 소리 소문 없는 소외된 이웃을 위한 도움의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 그가 병원 생활 가운데 하나님께 드린 서원이다.

도자기 사업 시작
하지만 3년의 병원생활을 마감하고 퇴원했던 그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장애의 몸으로 누나의 사업을 돕던 그는 거기서 또 한 번 인생의 쓴 훈련을 받아야 했다.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가운데 누나가 하는 사업에 사무 일과 잡일을 도왔습니다. 갈 곳이 없는 터에 거기서 일도 배우도 인생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도자기 사업을 한 것도 누나 사업을 도운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영균 대표는 주방에서 사용하는 각종 도자기 식기류를 만든다. 모든 제품은 일본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해 국내에 판매한다. 일본의 도자기의 경우 대형으로 제작하는 사례가 없던 때에 그가 과감히 시도했다. 처음 디자인은 이태리출신의 유명디자이너 에밀리오 베르까민 Emilo Bergamin이 했다. 일본에서도 디자인을 하면서 국내의 도자기 틈새시장을 노렸다.

“제가 생각했던 방법이 국내 시장에서 통했습니다. 도자기의 경우 보통 일본보다 중국에서 대량생산을 했는데 저는 반대로 일본을 선택했습니다. 일본 제품의 경우 디자인에서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가격을 그렇게 높지 않게 책정하지 않은 전략이 통했습니다.”

▲ 회사내에 전시된 아시안링크의 각종 도자기 식기류들

이 대표가 운영했던 아시안링크가 빠른 성장을 이룬 것은 기업간의 신뢰였다. 그가 처음 발을 들여놓았던 도자기 사업에서 만났던 일본 사람들과 쌓았던 신뢰를 바탕으로 그의 사업이 시작했던 것이다. 그의 회사가 만든 제품은 홈쇼핑, 백화점, 마트 등에서 팔린다. LG전자나 하이마트 등에서 포로모션 사은 상품으로 나가가기도 합니다. 경기가 불황인 때도 그의 사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그는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열심히 디자인을 한다. 직접 디자인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나 길가에서 찍은 사진 등을 디자인 하는 이들에게 알려주어 제품을 만든다. 그가 디자인한 제품은 10개 중에 7개는 잘 팔린다. 최근 그는 스케치를 배우고 있다. 꿈에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디자인을 디자이너에게 설명해도 제대로 제품이 나오지 않은 것이 계기가 되어 직접 그려보겠다는 생각에서다.

직원이 직원을 뽑다
그는 회사경영을 독특하게 한다. 직원들을 채용할 때 직접 면접을 보지 않는다. 대신에 직원들이 서류와 면접을 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함께 일할 사람이 마음에 들어야지 한다는 생각이다. 사장이 마음에 든다고 해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 마음이 맞지 않으면 힘들다.

“직원이 새로운 직원을 채용해서 내게 인사를 시킵니다. 무책임해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다른 사야가 열립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은 직원 스스로가 채원된 종업원이 아니라 회사의 사장이라는 의식을 갖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나중에 창업을 하면 성공을 하지만 그렇지 않고 종의 생각으로 일하는 사람은 끝까지 종업으로 남더군요.”

이영균 대표는 주인 의식은 물론 직원 스스로가 정직과 도덕성을 겸비한 경영을 할 때 회사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경영철학이다. 그래서 그런지 회의 시간은 기획보다 시종 설교 식으로 흘러가기 일쑤란다. 인생을 제대로 살라는 것이 주요 요지다. 그것도 하나님 잘 믿고 잘 아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살다보면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럴 때 ‘하나님을 안다’면 다 해결된다고 말합니다. 매월 첫 날에 전 직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도 하나님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 목사님께 특별히 ‘하나님을 직원들에게 알려 주세요’라고 부탁합니다.”

그는 직원들에게 손해를 봐도 정직하게 하라고 얘기한다. 리더가 손해를 보더라도 바른 길을 찾는다면 그 밑에 있는 직원들도 결국 정직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전엔 뛰어난 장사꾼이었던 그가 경영철학을 바꾼 것은 구리에서 직원이 횡령하는 것을 보면서다. 정직과 투명성을 원칙의 도덕적 경영과 하나님이 함께 하는 기업이 그의 마음에 사로잡은 기업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오래 동안 기업을 경영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생각했던 소외된 이들이 위한 사회봉사를 위해 60세가 되기 전에 사업 일선에서 물러날 생각을 하고 있다. 교통사고 때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이영균 대표는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명령하신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고통을 통해 하나님의 큰 위로를 경험하게 했다는 이영균 대표는 최근 다시 크게 일어나는 사업을 보면서 자신 안에 심어주신 하나님의 사랑이 조금 있으면 큰 결실로 맺어질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