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문을 연지 만 6개월 만에 회원 977명, 조회 건수 4만여 회, 실제 목회지 교환 사례 10건, 이 정도면 괜찮은 성적이지 않나요? 정말 우리 한국교회에 필요한 사역임을 다시 한 번 발견하게 됩니다.”

박현식 소장(51·교환목회연구소, 좋은교회 담임목사)도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다. 많은 목회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목회지를 교환하고 싶다는 것이다. 목회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져 있거나 또는 다양한 교회 문제 등으로 인해 목회지를 바꿔 새로운 사역의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이다. 박 소장의 사역은 그 중간 다리를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바로 어제 한 목사님께서 강원도 어느 교회에 담임목사로 청빙되어 가셨습니다. 매일 5~6시간 씩 기도로 준비해 오셨던 분이었습니다. 지난주에는 50여 명 목회를 하시던 목사님께서 2백여 명의 교회로 연결되어 부임하기도 했구요. 6개월 만에 10건이 성사되었으니, 한 달에 약 1.5건이나 결실을 맺게 되었지요.”

박 소장의 사역은 10여 년 전에 시작되었다. 가까운 몇몇 목회자가 사역지에서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그들을 서로 교환하도록 연결시켜준 게 계기였다. 입소문이 나자 주변 목회자들이 부탁을 해 온 것이다. 목회자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순수하게 시작한 것이 10년 동안 1년에 1건 정도씩 결실을 맺어오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제가 아는 선에서 연결시켜드렸지요. 물론 그 결과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입소문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어요. 아는 분들을 통해 여러 건의 부탁이 들어온 것이지요. 반응이 적지 않았어요. 목회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준 셈이지요.”

박 소장은 감리교 목사다. 따라서 당연히 감리교 목회자들을 위해 교환목회 사역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대상도 모두 감리교 목회자들이었다. 박 소장이 감리교단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교환목회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소문이 나 더욱 관심이 증폭됐다. 그러자 감리교단을 넘어서 장로교, 성결교 등 타 교단 목회자들도 부탁을 해왔다. 심지어 미국, 캐나다 등 해외 한인교회 목회자들도 한국교회와 교환목회를 해 보겠다며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결국 금년 4월 28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했다(네이버 카페 ‘교환목회연구소’, http://cafe.naver.com/exchangeministry).

박 소장도 실천했다. 인근의 한 장로교회가 예배당이 비좁다면서 박 소장 교회와 예배 장소를 교환하자고 요청을 해왔다. 그는 흔쾌히 승낙을 했다.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았다. 오직 그것이 교회를 위하는 일이라고 판단하고 그대로 실천했을 뿐이다. ‘미련하다’는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그것이 자신의 교회에도 더욱 큰 은혜가 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교환목회 사역을 하면서 마음 아픈 일도 적지 않게 겪는다. 교환 목회를 원하는 일부 목회자들은 사례비에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이기도 한다. 소위 ‘많은 월급’을 우선순위로 따지는 이들이다. 목회를 일반 직장 수준 또는 그 이하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교세를 속이는 분들도 적지 않다. 보다 큰 교회로 가려는 부정직한 처사다. 목회의 자질이 없어 보이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박 소장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수도권 목회지로 오려는 분들이 대부분인 것도 박 소장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목회지의 결정이 소명보다 다른 이유가 앞서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시골 지역 목회자들의 의욕 없음도 마찬가지다. ‘누가 여기까지 내려오겠어!’라며 자포자기 상태로 목회를 하고 있는 분들을 여러 명 만나기도 했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해외 한인교회에서 한국교회로 오려는 분들이 많다. 해외로 나가려고 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은데 큰 오산이다. 해외 한인교회 목회가 그 정도로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캐나다 한인교회에서의 신청이 최근 많이 늘었다며 그곳에서도 도시보다는 시골 쪽 교회로 선택을 한다면 보다 비자 받기가 수월하다고 박 소장은 귀뜸한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해외로, 도시에서 시골로 목회지를 선택한다면 교환목회가 보다 수월하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에 필요한 사역이라 봅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죠. 제대로 목회를 하려고 하는 이들에게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일에 제가 사용되어진다는 게 행복할 뿐입니다.”

기자가 방문한 그 시간에도 한 목회자가 찾아왔다. 이미 여러 차례 대화가 오간 듯, 박 소장은 인터뷰 후 그 목회자와 교환 대상 목회지로 함께 동행했다. 조금이라도 좋은 결실이 맺어지길 원하는 그의 마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