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안에는 복음이 없습니다. 그러나 복음 안에는 떡이 있습니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기아대책기구의 정정섭 대표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에는 언제나 복음이 먼저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국제기아대책기구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1971년에 설립된 NGO단체다. 지구촌 기아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고 굶주린 이들에게 식량과 사랑을 전하며 그들의 생존과 자립을 돕는 일을 한다.

70개국 758명 봉사단 파송
정정섭 대표는 “지구촌은 매 순간 굶주림으로 한 사람씩 죽어가지만 우리는 매 순간 한 사람씩 살려내는 심정으로 일을 한다”며 “20년의 역사가 이제는 지구촌 70개국에 758명의 기아봉사단이 활동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한 것은 하나님의 은혜다”고 밝혔다.

“국제기아대책기구가 있지만 한국 자체의 기아대책을 통해 직접 현장사역을 하기 때문에 사역의 효과가 좋고 능률적입니다. NGO단체로 등록되어있지만 모든 일을 하나님 안에서 하기 때문에 우리가 목표하는 복음이 전해지고 또 그들에게 필요한 떡도 공급될 수 있습니다.”

국제기아대책에서 한국에 기아대책을 설립하려 했을 때 정 대표는 떡만 있는 사역을 보고 기독교기관으로서 복음이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떡을 전하려고 하면 돈과 식량, 옷가지만 보내면 되지만 복음은 반드시 사람이 가야한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역이 기아대책에서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고 한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가르치시고 선포하시고 고치시고 채우신 것처럼 기아대책의 사역 역시 성육신의 사역으로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그는 실천에 옮겼다.

“성육신적인 사역을 할 때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사역이 일어납니다. 국제기아대책을 통해서 사역했던 것 보다 지금 사역은 다섯 배 이상으로 성장했습니다. 국제기아대책기구를 통해 일하다보니 미국 본부에서 지원하는 형태가 되었고 결국 미국 사람이 돕는다는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러나 한국교회나 성도들의 사랑이 여과 없이(미국본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전달되다보니 공동체의 비전이 실현된다는 것입니다. 기아대책기구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 묻은 것으로 세워지는 것이 성공이라고 봅니다.”

복음 때문에 사람들이 변화돼
기아대책은 초기에는 해외사역을 주력했지만 지금은 국내에도 많은 사역을 하고 있다. 국내어린이 개발사역은 물론 행복한홈스쿨 118개소, 해복한나눔 42개점, 행복한실버요양센터 35개소, 복지시설 38개소 등 어린이를 비롯한 노인복지 등을 통해 소외계층을 돕는 사역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기아대책은 공동체비전(VOC)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밝혔다. 섬기는 공동체가 자립·자활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공동체를 도울 수 있는 자리까지 나아가는 것이 VOC다. 50년 전만 해도 한국은 원조를 받아야 할 만큼 세계 최빈국에 속한 나라였다. 한국기아대책이 설립된 1989년에도 일본으로부터 5만 달러의 돈을 받아야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역전되었다. 일본보다 더 성장한 기아대책은 미국보다 더 많은 모금을 한다. 기아봉사단의 파송 수도 7,8배 이상 늘었다. 미주한인기아대책, 말레이시아기아대책, 태국기아대책, 우즈벡기아대책, 캄보디아기아대책 등 해외 기아대책 11곳을 설립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국기아대책이 했다. 그리고 이들 국가별로 1만 달러에서 1만5천 달러의 지원금을 보낸다. VOC의 비전을 실현시킨 것이다.

“이 일이 이뤄진 것은 복음 때문입니다. 복음이 들어가면 도움을 받던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를 도울 소망과 비전을 품게 됩니다. 그것은 그 공동체를 더욱 건강하고 생명력 있게 성장하도록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복음의 능력이 타인을 돕게 만든다
정 대표는 떡과 함께 복음을 전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계속 도움을 받다보면 받는 습관이 길들여져 자립과 자활이 더디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음의 능력은 사람의 내면을 변화시켜 누군가에게 기대려는 마음보다 누군가를 섬기려는 소망이 생겨나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비전이 생기면 그는 결코 망할 수가 없습니다. 주는 자, 나누는 자 되기 위해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합니다. 땀 흘리고 기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타인을 돕고자 하는 비전을 그 사람을 진정으로 자립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는 기아대책이 공동체 비전을 실천했듯이 해외에서도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기아대책이 십여 년 전부터 우간다의 어린이 개발사역을 통해 많은 어린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잇도록 교육비를 제공하고 있다. 정 대표는 한국의 경제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지속적으로 지원을 계속했다고 한다. 얼마 전 우간다에 갔다가 도움을 받던 한 아이의 어머니를 통해 이런 고백을 들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도움을 준 한국기아대책의 후원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우리 딸이 학교에 갈 수 있었답니다. 그곳에서 우리 딸은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날마다 집에 와서 내게도 글을 가르쳐 줬답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성경을 혼자서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 대표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교육 혜택을 누린 아이가 그것에 그치지 않고 부모에게 글을 가르쳐 드리는 일이 VOC의 모델이라고 했다. 이런 모델 사례는 국내에도 있다. 군산 신혜원 부랑자 시설이 그 모델이다. 군산시가 50년 동안 직접 관리하다 4년 전 기아대책이 관리하게 되었다. 그런데 기아대책이 관리를 맡으면서 지역 목회자들이 설교봉사를 하게 되고 결국 이곳에 교회가 세워졌다고 한다.

“말씀이 들어가니 사람들 생각이 변했습니다. 표고버섯 농장, 감자 농장으로 더 어려운 사람 돕게 된 것입니다. 군산시 시장이 와서 이런 현장을 보고 ‘50년 동안 받아먹는 곳이 불과 3년 만에 도와주는 곳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15명이 자립·자활을 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두 가정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98명이 있던 곳에 58명이 남았습니다. 나중에는 이곳이 텅 빌 수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바로 복음이 이런 일을 해냅니다.”

20년 뒤 10만 명 기아봉사단 파송 목표
정 대표는 21년 후에 10만 명의 기아봉사단을 파송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그는 그것이 결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0만 명의 봉사단을 돕기 위해서는 1만 명의 스텝이 필요하다. ‘비전 2030’이라고 이름을 붙인 기아대책은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의 국제 중보기도 네트워크가 생겨날 것으로 내다보았다. 정 대표는 이 비전의 궁극적인 목적은 한분 하나님께만 영광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교회가 문 열기 운동을 통해 이웃을 섬기는 일을 할 것을 권했다. 엿새 동안 교회 문을 열고 지역 사람이 찾아오는 나눔 운동을 하면 지역 주민들이 복음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한 노인대학, 행복한 주차장, 행복한 예식장 등 지역사회를 위해 과감하게 열면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열 수 있다고 했다.

“교회 세우려면 민원이 들어가고 투서가 들어가고 반대데모를 합니다. 그런데 어느 지역의 교회는 교회 설립을 하는 데 있어 단 한 건의 민원 투서와 데모나 반대 현수막이 없었습니다. 예수는 믿지 않을 지라도 이 교회는 우리 교회라고 하더군요. 24시간 지역 주민에게 열려져 있었던 것이 이유라면 이유입니다. 지역 주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헬스장과 인터넷 공간이 있습니다. 22살의 대학 4학년인 불교신자가 예수 믿고 나니 절간 가기 싫더라는 고백을 했습니다. 예수 믿지 않는 이가 교회 오는 것이 도살장 끌려오는 기분이 든다는 말이 들리지 않도록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출입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 대표는 한국교회가 겨자씨 운동을 벌였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이것은 천만 성도가 세상 속으로 찾아가는 운동이다. 한 달에 한 가지 이상 작은 섬김 실천을 통해 이웃을 섬기는 것이다.

“88세 된 노 권사가 있습니다. 이분이 다니는 교회에서 전도왕이 되었습니다. 이분은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전도대상자 서너 명을 항상 생각합니다. 그리고 친척이나 자식 좋은 것 가져다주면 필요한 이들에게 한 달에 한 개씩 가져다주었습니다. 가져다 줄 것 없으면 돼지고기 소고기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 열심히 기도합니다. 일 년 못돼서 ‘권사님 나가는 교회, 예수님 믿으면 안될까요’한답니다. 그래서 전도왕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떡과 복음은 하나임을 강조했다. 떡 속에는 복음이 없지만 복음 속에는 반드시 떡이 있다는 것이다. 영혼과 육신은 기능적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관계에서는 뗄 수 없고 영혼과 육신을 분리하면 죽듯이 복음과 떡을 분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하신 일
정 대표는 특별히 북한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그가 북한에 처음 방문한 것은 1998년 평양육아원이다. 그 때 그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2/3 이상의 아이들이 2~3일을 못 넘길 것아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들 보며 많이 울었습니다. 돌아와서 전개한 것이 분유보내깁니다. 99년과 2001년 다시 육아원에 갔을 때 그런 현상은 보지 못했습니다. 분유보내기 운동을 계속 전개할 것입니다. 제일 큰 걸림돌이 남북관계입니다. 잠수함, 미사일, 핵실험하면 도우려는 손길이 오그라듭니다. 함경북도에도 매일 영양빵을 보내고 있습니다. 탈북자 60~70%가 함경북도 사람들입니다. 평양에 빵을 갔다 주더라도 길이 좋지 않아 함경도까지 식량이 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조선족 사장으로 빵공장을 세워 가장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기아대책의 20년은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고 고백했다. 지금의 기아대책의 역사를 두 번 다시 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것이 하나님이 하신 증거입니다. 나는 하나님이 하셨다는 것을 목격한 증인에 불과합니다. 다가올 20년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사람, 상황 문제 보지 말고 예수님만 바라보자는 것이 사역의 초점입니다.”

후원회원의 94%가 그리스도인들이라고 밝힌 정 대표는 한국교회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사역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 선교나 사역이 개교회나 개교단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슬렘의 장기적이고 치밀한 전략을 따라갈 수 없음을 지적했다. 그는 종합적 선교전략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유기적인 협력이 구축될 때 기독교NGO든 교회의 선교사역이든 하나님의 지상명령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