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설교자로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선정되었다. 부활절을 앞두고 연합예배의 설교와 오 목사의 한국교회에 대한 생각을 대담으로 정리해서 게재한다. <편집자 주>

수도자처럼 살면서 준비

▲ 오정현 목사

△올해 부활절연합예배 설교자로 선정된 것에 축하를 드립니다. 영광스러운 한편 많은 부담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보통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설교 부탁을 받고 10여 번 넘게 고사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께서 한국 교회를 위해 짐을 짊어지라고 하셔서 순종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제 생각엔 부활절이 될 때까지 거의 수도자처럼 살아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금식과 기도로 준비해야겠습니다.”

△부활절 연합예배의 50대 설교자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교계에서는 이를 두고 ‘세대교체’와 맞물린 강단의 변화라고 말합니다.
“‘세대교체’라는 표현보다 ‘사역계승’이라는 말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교회 선대의 어른들이 가졌던 하나님 나라를 향한 전적인 헌신, 열정적인 섬김과 위탁, 주님을 향해 십자가를 지는 것이 우리 세대에도 계승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사역계승이 잘 이루어지는 것이 주님의 뜻인 줄 알고 순종해야 한다는 그런 마음입니다. 한국 교회의 다음 세대 사역자로서, 또 선배 어른들과 다음 세대 젊은이들을 이어가는 다리로서 1세대의 전적 위탁과 헌신, 2세대의 정직과 합리성이 잘 균형을 이루어서 은혜의 상승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세대와 이념의 중보자적 책임
△한국 교회는 일치와 화합을 위해 많은 기도와 노력을 경주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길이 결코 순탄치는 않습니다. 부활절 연합예배는 공히 진보와 보수가 하나 되어 드리는 예배의 자리입니다. 목사님께 설교를 맡긴 것도 하나 됨을 바라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저도 어느덧 54세가 되었습니다. 한국 사회는 6·25를 겪으면서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상처를 경험했습니다. 민주화 과정에서 독재정권에 의해 아픔과 상처 받은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저희 세대는 이제 그 모든 좌우의 상처를 품고 나아가 치유해야 할 소명이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저희 세대에 숙제를 맡긴 것 같다는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 교회가 섬김으로 하나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한국교회봉사단에서 헌신하면서 느낀 것은 섬기는 마음만이 답답한 우리 사회를 열 수 있는 열쇠라는 것입니다. 섬김과 헌신으로 열린 사역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차원에서 짐을 맡기시지 않나 싶습니다.”

△부활절의 열기가 예전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부활절 연합예배는 단순한 예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교회가 이 민족과 사회를 중보하는 헌신과 화합의 장으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목사님이 가진 한국 교회를 향한 마음은 무엇인지요?
“한국 교회는 여러 교단으로 나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선교에 관해 한국 교회는 한마음이었습니다. 한국 교회가 연합과 일치를 위해 세계선교의 방향에 대해서 큰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21세기 즈음에 있어서는 세계선교와 함께 섬김과 봉사로 하나 될 때 교단도 뛰어넘고 신학적 차이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말 희망을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이 시대에 한국 교회가 다시 일어서려면 우리는 부족하지만 우리의 허물을 압도하시는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하심을 믿어야합니다. 순수한 복음과 구원에 대한 확신뿐만 아니라 이 사회를 섬겨야 할 헌신과 희생의 균형감각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뼈저린 회개와 각성의 회복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가슴을 뜯는 회개를 통해 죄로 물든 이 땅이 정결한 땅으로 갱생되게 하나님께서 우리 겨레와 이 세계를 살려주셔야 합니다. 다니엘서 9장, 에스라서 9장, 느헤미야서 9장의 그 절절한 구국회개기도가 한국 교회의 얼어붙은 심장 가운데, 서로 미워하고 불신하고 갈라진 이 땅 백성들 가슴속에 퍼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철저한 의존과 순종의 관계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소명이 회복되고, 한국 교회가 미·일·중·러에 영적인 향도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나님의 무한하심에 참여하는 은혜를 주실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자기부인과 자기희생, 자발적 고난의 행군을 해야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될 때 우리 가운데 다음 세대의 신실한 하나님의 일꾼들이 벌떼와 같이 일어나리라고 믿습니다. 이번 부활절이 가진 자들의 헌신을 통하여 세계사적인 의미가 있도록, 좌우의 상처를 극복하고 산 소망의 현재성이 확인될 수 있는 그런 영광스러운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시대를 살리는 부활절
△북한의 로켓발사나 남북경협에 대한 갈등 등 남북 간 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부활절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남과 북이 하나 되기 위해서는 사랑과 화평의 복음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줄 믿습니다. 바라기는 북한에도 의로운 지도자를 세워주시고 무너진 북한 교회들이 재건되는 민족의 꿈을 가져봅니다. 백두산의 소나무로 기둥을 삼고 한라산의 바윗돌로 주춧돌 삼아 통일 한국의 새 역사를 건축해야 합니다. 저는 남과 북이 하나 된 힘을 모아 동북아를 복음으로 네트워킹 하는 내일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 교회 성도 모두는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금식일을 선포하고 온 교우들이 마음을 모아 기도에 집중했습니다. 저는 지금이야말로 ‘이 민족을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라고 전력을 다해 기도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총체적인 위기 상황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힘겨워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들에게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부활절준비위원회에서 이번 부활절 연합예배 주제를 ‘한국 교회여 일어나 희망을 노래하라’라고 정했습니다. 희망에 대해 깊은 묵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는 이번 부활절을 묵상하면서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희망의 반대말은 절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활의 입장에서 볼 때 희망은 절망이 부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망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 교회는 과거에 수많은 핍박과 고초를 겪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볼 때는 절망적인 자리였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그러나 선대 어른들의 땀과 피 위에 한국 교회가 세워진 것입니다. 다시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찬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바닥을 치고 회개와 각성을 통해 동터오는 동아시아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지구촌의 금융위기도 사실은 어떤 면에서 서구사회 중심이었던 힘의 축이 동아시아로 옮겨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소명의식을 가져봅니다. 한국 교회를 통해 절망이 부활한 모습이 되어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그런 방향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가진 자는 더 갖고, 없는 자는 있는 것마저 내놓아야 하는 무서운 시대적인 추세의 급류를 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집단적 이기주의, 종말적 쾌락주의, 매춘적 배금주의의 모습은 하나님 없이 벼랑으로 달려가는 비극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뼛속까지 이기주의로 가득 차 있는 인간에게는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세속의 광포한 물결들을 거스를 힘이 없습니다.

극단과 분열 그리고 배척과 중상으로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라면, 누군가 이 무서운 패악을 멈추고 악순환으로 치닫고 있는 이 민족의 거대한 수레바퀴를 선순환으로 반전시켜야 합니다. 과연 누가 불가능해 보이는 이 일을 할 수 있습니까? 지금이야말로 자기희생의 DNA로 충만한 십자가에 사로잡힌 교회가 민족의 거룩한 새로운 판짜기를 위해 일어서야 할 때입니다.”

△부활절에 전해주시는 설교에서도 그런 희망을 전하실 계획이신지요?
“진보와 보수의 연합기관에서 학자들이 의논하셔서 베드로전서 1장 3-4절을 본문으로 한 설교문을 제게 주셨습니다. 한국 교회의 산 소망, 한국 교회여 다시 희망을 노래하자는 차원에서 이번 부활주일 설교가 전해질 것입니다. 그 가운데 제가 확신하는 것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거듭난 자가 되었다면 예수님의 부활이 역사적 사실로 믿어지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역사적인 사실로 확고하게 믿어지는 사람은 하나님이 주시는 놀라운 내적인 기쁨이 있습니다. 그 기쁨을 가진 사람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시대 앞에 쓰임 받도록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선포하고 헌신하고 치유하고 그래서 예수님의 산 소망이 과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능력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부활의 기쁨 온누리에
△부활절이 기독교인들만의 절기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부활의 기쁨과 진정성이 전해져야 한다는 당위성이 더욱 절실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3월 23일자 타임스지를 보면 세계 경제위기가 미친 실제적인 거대한 흐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 있습니다. 환경에 관한 문제, 직업에 대한 소중성에 대한 내용도 있었지만 그 중 눈에 확 들어온 것은 뉴 칼비니즘 즉, 새로운 칼빈주의의 부활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막스 베버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 정신이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태동해서 거룩한 청부사상이 나온 것처럼 뉴칼비니즘의 발흥이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겠느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서 이번 부활주일이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에 새로운 돌파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도 제목을 갖게 되었습니다.”

△부활을 말하기 전에 우리는 예수님이 겪으셨던 고난을 상고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대를 사는 성도들은 고난보다는 영광의 부활만 생각하는 우를 범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부활을 생각할 수 있는 신앙의 당위성을 이야기 해 주십시오.
“고난의 핵심은 십자가가 아니겠습니까? 십자가에 대한 깊은 각성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죄인인지를 알면 죄의 각성이 십자가의 은혜의 각성으로 연결된다고 생각됩니다. 주님께서 당하신 조롱과 수치와 모욕은 사실은 내가 당해야 할 것들입니다. 그 은혜를 깨달으면 십자가가 벽에 붙어 있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역동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 십자가가 나를 치유하고 새롭게 하시는 그런 체험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부활절을 맞이하면서 한국 교회와 성도들은 때 묻고 오염되고 더러워진 우리들의 마음을 성령으로 새롭게 하여야 합니다. 부활을 기대하고 준비하며 영적으로 은혜의 청정 기간으로 삼아야 좋겠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부활절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성도들께 당부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아니라고 능력에 있습니다. 이번 부활주일에는 신앙생활에 있어 이론이 아닌 하나님이 주시는 능력을 체험할 수 있는 부활주일이 되었으면 합니다. 부활주일 새벽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모이게 됩니다. 시청은 대한민국 정치와 역사 행정의 중심부가 아닙니까. 그곳에 우리 성도들이 모여서 부활의 기쁨과 능력을 선포한다는 것은 영적으로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어린 시절 부모님의 손을 잡고 부활절 예배에 참석했던 기억이 가슴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더불어 청소년 시기에는 부활절 새벽예배에 참석하고 그리고 그때 함께 예배드렸던 친구들이 믿음의 동지들이 되어 주님의 나라를 위하여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봅니다.

어릴 때부터 부활절 새벽기도회에 열심히 나오면 하나님의 사람으로 무장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길을 많이 열어 주시고 그 중에 하나님 나라의 큰 인물이 나오지 않았겠는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대한민국은 비록 작은 나라고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 등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불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나 부활의 역동적인 능력으로 다시 한 번 무장할 때 오히려 큰 나라들을 향도하는 영적인 키잡이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2009년도 부활주일이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멋지게 사용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