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청년들의 강의에서는 인간관계 중심의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청년들이 관심 있어 하는 비전이야기나 대인관계문제는 이들의 사회진출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에게 주목하는 것은 변화의 가능성이 성인들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들은 변화의 가능성이 있지만 힘이 없고, 나이든 분들은 어떤 부분도 쉽게 변화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청년들은 적당히 딱딱한 부분도 있으면서 부드러운 부분이 있어 변화될 가능성이 많아 매력적입니다.”

주리애 교수(서울디지털대학교 상담심리학부)는 미국공인 미술치료전문가다. 그는 교회 청년들과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강의를 통해서 청년들의 삶을 만지고 그들에게 접근해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대개 사람의 문제는 관계와 관련이 깊습니다. 상처도 관계로부터 오는 것이고, 일도 신앙도 관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사이의 문제는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거나 삶이 불안한 것, 경제상황이 불안하고 꿈이 없는 것, 거기에 덧붙여서 진리에 대해 찾아가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이런 문제를 나누고 바른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제가 할 일이지요.”

주 교수는 청년들의 경우 종교를 가지고는 있지만 진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영적으로 아노미상태라고 말한다. 이들을 가르치는 어른들은 청년들을 마냥 어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청년들을 즐겁게 해주려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고, 청년들 속에 있는 진리에 대한 갈급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수를 한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참는 훈련도 안 되어 있습니다. 대개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나이에는 환경적인 요소도 분명히 있고 환경이 주는 좌절, 경쟁의 좌절이 있습니다. 이런 좌절이 자신의 내면에 끼치는 영향을 소화하지 못해 성격적으로 취약한 청년들도 있습니다. 또한 심리적인 약함과 함께 환경에 적응을 못하면 우울해집니다. 이 시기에 자기 이해는 물론 성경적인 관계회복은 삶에 큰 도움을 줍니다.”

청년기를 잘 보내면 성인이 되어서도 신앙적인 방황도 하지 않을뿐더러 사는 것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이 주 교수의 주장이다. 주 교수는 한국사회의 특성상 남자들은 자신의 우울을 잘 모른다고 했다. 우울증상이 있어도 남자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훈련해왔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자기감정을 잘 드러낼 수 있지만 남성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남성들은 분노가 많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원수를 맺는 일을 잘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교와 군대문화로 인해 계급질서가 강한 것이 남성들의 사고체계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군대나 회사에서는 새로운 회원에 대해 학대를 자연스럽게 합니다. 사람을 인격으로 대하지 않고 기능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주 교수는 다수의 남성들이 우울문제 때문에 도박이나 마약의 중독으로 가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관계를 건강하게 맺게 하는 사고방식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술 전공도 생각해보았다는 주리애 교수는 심리학에서 미술과 결합하는 것이 좋았다고 말한다. 한국의 미술치료도입은 90년대 초반이다. 20년 남짓 된 심리학분야이지만 사람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림을 통해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주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많이 속인다고 한다. 아니,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주 교수는 상담을 통해 실제 자신의 마음상태를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열도록 도와준다.

“본인 안에 치유력을 키워주려고 하지만 내담자들은 기본적으로 약합니다. 상담의 많은 부분은 내담자들을 지지해 주고 인정해 주고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받아주려고 합니다. 상담을 할 때 내담자들은 대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생각하지만 본인들이 자기 마음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합니다. 대부분 허세, 위장, 변명을 많이 합니다. 이야기를 해도 갈급증이 납니다. 주위 사람 탓을 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진실을 모르고 무의식적으로 합리화나 변명을 합니다. 하지만 진실에 가서 부딪치면 치유가 됩니다.”

주 교수는 자신의 신앙생활도 이런 성숙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예수 믿는 것은 초기에는 자기 욕구를 응답하시지만 그것은 아이의 요구이니까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깊은 단계 에 가면 어려움도 주신다는 것이다.

“신앙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몰랐을 때는 재미있지만 단계가 깊어질수록 회의가 생기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좁은 길입니다. 인간의 근원적인 진실에 닿을 수 있고 의미 자체가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냥 물질의 유혹, 명예 인정, 권력에 즐거워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것에서 벗어나 자기이해를 통해 육신의 정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이생의 자랑과 타인의 인정과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5대째 기독교 신앙을 가진 주 교수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다고 기억하는 것은 중학교 때라고 했다. 그냥 말씀이 좋았고 교회가 좋았고 예배드리는 것이 즐거웠던 때라고 했다. 그리고 부친이 돌아가시고 20대 중반에 가서야 예수를 자신의 삶의 주로 모시기 시작했다고 한다.

“상담을 하면서 깨닫는 것은 사람의 성별이나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것보다 사람 그 자체로 보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재물이나 외모와 상관없이 그냥 한 존재로서의 사람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고독합니다. 그런 점에서 현대인들은 외롭고 허전한 현대인의 병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실한 관계를 맺지 못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그것으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만나지 않고 도구로 만나려고 하는 것입니다.”

주 교수는 21세기의 젊은이들이 물질이 전부인 듯 탐닉하는 것도 사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어른과 아이들의 경계선이 무너진 것이 현대사회라고 진단했다. 어른이 어른답지 못한 상태에서, 그리고 아이들이 어른이라고 착각하는 데서 각종 폭력과 인터넷 중독 같은 것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자를 것을 잘라주고 제재할 수 있는 힘이 어른들에게서 사라졌습니다. 성인들의 도덕적 붕괴는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옳고 그름의 판단이 없는 사회는 부패와 타락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문화, 정치, 경제는 물론 학문에서도 이런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동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역할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