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주의 작은 교회 설교사역
“은퇴하고 한 주만 빼고 50주 정도는 다른 교회에 가서 설교한 것 같습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작은 교회들과 선교사들을 찾아다니면서 저들을 위로하고 격려와 사랑의 손길을 펼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 크신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작은 교회에 가서 설교하면서 강변교회만 하나님의 교회가 아니고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다양한 교단의 다양한 작은 교회들도 모두 하나님의 교회라는 사실을 몸으로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죄인 중에 괴수인 나를 반기는 그들이 눈물겹게 감사하기도 하고 황송하기도 했습니다. 한 해 지나면서 건강도 주시고 해마다 마지막 한 달 정도면 몸이 많이 아팠는데 은퇴를 전후해서 전혀 아프지 않습니다.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2008년 1월 13일에 은퇴를 하고 작은 교회를 찾아다니며 섬김과 위로를 했던 김명혁 목사(70. 강변교회 원로)는 최근 한국 교회가 작은 교회에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은퇴 이후 10개월의 소회를 밝힌 김 목사는 큰 교회 위주로 굴러가는 한국 교회의 현실을 몸소 실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큰 교회는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작은 교회라고 모두 선한 것은 아닙니다. 큰 틀에서 서로 서로 협력해서 아름다운 교회를 이뤄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 동안 강변교회에서 여러 가지로 기도해주고 지원해줘서 너무 감사합니다. 강변교회에 공식적으로 재정을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성도들의 기도와 후원이 있어 생각지도 않게 편하게 사역할 수 있었습니다.”
김 목사는 작은 교회의 어려움들이 대단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지역 교회에서 큰 교회가 전도초청잔치를 하거나 큰 행사 같은 것을 할 때 작은 교회 성도들이 대거 이동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어떤 교회는 1백 명의 성도 중 60여명이 큰 교회로 옮겨간 일도 있다고 했다. 그는 “떡 주고, 멋진 행사, 연예인을 초청하는 일을 너도나도 하다 보니 작은 교회도 같이 휩쓸려 가는 것 같다”며 “작은 교회에서 북이나 드럼 같은 악기를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이 문제다”고 말했다.
“악기를 사용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지만 드럼의 경우 좀 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젊은이들이 음악을 통해 자기 기분을 표현하고, 그것을 영성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영성을 감성으로 대체했습니다. 방지일 목사님은 음악 프로그램으로 성령을 지배하게 하려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너무 흥분하면 영성이 묻힙니다. 개혁교회는 악기를 안 씁니다. 오르간이 좋습니다. 악기는 반대하지 않지만 과용하는 것은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초콜릿 할아버지
김 목사는 은퇴하면서 강변교회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십일조 이외의 나머지를 해마다 천만 원씩 9년 동안 소비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 목사의 생각과 달리 1년 동안 사용한 재정은 2천만 원이 훨씬 넘었다.
“중국과 다른 지역의 선교지에 쓰인 돈이 2천 6백만 원 정돕니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적인 비용이나 아내의 비행기 삯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재정적인 부담이나 어려움을 전혀 겪지 않았습니다. 개척교회를 돕거나 작은 교회에 갈 때도 교회에 공식적인 재정을 요청한 적은 없습니다. 은퇴하기 전까지 비행기 삯도 교회 재정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은퇴를 앞두고 후임자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 비행기 삯은 교회에 부담을 하도록 했습니다.”
김 목사는 작은 교회를 방문할 때 초콜릿 2개와 떡, 그리고 스티커를 준비한다. 스티커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고 초콜릿과 떡은 교인들에게 나누어 주기위해서다. 그는 천성적으로 아이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교회 근처의 아이들은 김 목사를 두고 ‘스티커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스티커는 아이들과 친밀함을 갖는 매개체다. 하지만 아이들만 스티커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김 목사가 스티커를 나눠주면 장로나 어른들도 “나도 달라”며 받아가기도 한다.
김 목사는 은퇴 후에 작은 교회와 선교지의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아이들을 통해 기쁨을 얻었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중국에서 만난 아이들을 보면서 그 곳에 학교가 세워지도록 헌금을 하고 격려하기도 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처럼 그는 작은 것에서 발견하는 또 다른 하나님의 섭리와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작은 교회를 다니다보니 아이들이 내게 편지를 보냅니다. 정말 고마운 일이지요. 그래서 답장을 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두 명의 아이들이 편지를 보냈습니다. 예전에 갔던 교회인데 아이들이 보고 싶고 또 교회에서 다시 한 번 와달라고 해서 내년에 다시 가기로 했습니다. 종종 교회 성도들이나 목사님들이 편지를 보냅니다. 이번에 그 편지들과 그 동안 언론에 쓴 글과 교회에서 한 설교들을 모아 <은퇴 그리고 그 이후>(이레닷컴)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담임 목사가 은퇴 후에 원로목사로 있으면서 후임자에 대해 수렴청정 하는 일이 있다. 이것이 분란이 되어 교회가 분열되기도 하고 후임자가 사임하기도 한다. 김 목사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을 많이 했었다고 한다.
“후임자는 3년 전에 불러 교회에서 같이 사역을 했습니다. 은퇴 하면서 1년 정도는 지도할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은사는 다양하게 주십니다. 자기스타일만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교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거의 주일에는 예배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원로 목사가 교회의 시어머니 역할을 하는 것이 결국 후임자에게 짐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김 목사는 각양 다른 은사로 교회를 섬기는 것이지 자신만의 목회가 옳다고 고집하는 것은 하나님의 다양한 은사와 역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행을 따르지 말라
김 목사는 교회가 유행을 따르지 말고 선배들의 신앙과 삶을 평생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경직, 박윤선, 이성봉, 김치선, 손양원 목사와 친분을 맺고 그들이 신앙과 삶을 배운 것이 큰 은혜라고 밝혔다. 또 천국에 가면 신앙의 선배들에게 감사의 절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자가운전을 한다. 그의 차는 현대자동차 아반떼다. 유명세가 있고 교회의 재정도 부족하지 않음에도 그는 고급승용차를 타지 않는다. 그래서 여러 가지 해프닝도 있다. 당연히 고급승용차를 타고 운전사를 대동하며 다닐 줄 알지만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청와대에 가니까 내 차를 보고 한적한 곳에 차를 주차하라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하려고 하니까 다른 안내인이 나를 보고 “그러면 안 된다”며 다시 주차시켜주는 일을 두 번 경험했다. 불쾌하지도 않고 그냥 우습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고 말했다.
| |
 |
|
| ▲ 작은 교회를 방문할 때면 김명혁 목사는 초콜릿과 떡, 그리고 스티커를 선물로 가지고 간다. |
가슴 찢는 진실한 회개 필요
2009년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김 목사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계획을 세우고 어떤 일을 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 월권이라고 했다. 그냥 계획을 세우지 않고 그 때 그 때마다 하나님이 이끄시는 대로 움직이고 순종하면 된다는 것이다.
“새해에는 화해와 협력, 포용이 일어났으면 합니다. 역사의식이 없으면 포용이 없습니다. 큰 교회와 작은 교회가 서로서로 포용하고 화합하는 분위기가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정치도 마찬가지고, 정부가 북한을 끌어안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해야지 자꾸 반목하면 대결구도가 되고 결국 화해와 평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기독교에는 본래 원수가 없고 저주가 없다고 말하는 김 목사는 모든 사람이 사랑하고 화해하고 용서하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2007년 평양대부흥100주년기념대회의 행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말했다.
“상암동 행사에서 옥한흠 목사의 설교만 듣고 더 이상 보지 않았습니다. 인간적인 회개 집회나 구호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하나님은 제물 위에 역사하십니다. 상하고 통회하는 것이 없는 구호와 프로그램에는 역사가 없습니다. 하나님이 받으시는 것은 가슴을 찢는 일입니다. 만일 한국 교회에 가슴을 찢는 대여섯 명의 목회자만 있다면 다시금 부흥이 일어날 것입니다. 사랑을 겸한 진실한 회개만이 이 남한 땅에 부흥을 가져 올 것입니다.”
김 목사는 교회의 세속화가 위기와 어려움을 자초했음을 지적했다. “위기와 고난은 하나님의 소망의 기회”라고 말하는 김 목사는 “하나님은 어려움을 통해 겸손하게 하나님을 바라보게 한다. 십자가에 나타난 사랑·용서·화해의 부스러기라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편집 : 2024.4.28 일 16:03
배너달기
sunyang@amen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