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요한 목사(안산시기독교연합회장, 안산선교교회 담임)는 올 한해 연합사역의 콘셉트를 ‘섬김’으로 잡았었다. 그러나 올해의 사역을 소개해달라는 기자의 부탁에는 ‘기자가 알아서 처리해 달라’는 말만 할 뿐 구체적인 얘기를 하지 않았다. 전화상으로 많은 얘기를 듣지 못해 글쓰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소설’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11월 25일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꿈의교회로 박 목사를 만나기 위해 찾아갔다.

꿈의교회(김학중 목사) 소 예배실에서는 이날 안산시기독교연합회(안기연) 주최의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안산소재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양육프로그램 세미나가 열렸던 것이다. 박 목사는 “미자립교회 목사님들에게 전도훈련 프로그램을 열어 꿈과 소망을 갖도록 나눔의 시간을 준비했다”며 “150여 명의 목사님들이 참석해 어떻게 하면 전도를 하고 전도한 성도들을 어떻게 제자로 양육할 수 있는지 교육하는 시간이다”고 말했다.

이 세미나는 올해로 3회째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전도세미나, 세 번째는 양육세미나였다. 이날 참석한 목회자들에게는 '+α'가 있었다. 세미나 비용자체가 전액 무료였던 데다가 전도선교비가 필요하다고 신청한 교회들에는 20만원에서 30만원의 전도선교금도 지원됐기 때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세미나가 마칠 시간 즈음 1톤짜리 용달차가 교회 앞에 멈췄다. 40Kg짜리 쌀자루가 내려지기 시작했다. 개척교회 목회자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햅쌀 한 자루씩을 제공한 것이다. 박 목사뿐만 아니라 쌀이 내려지는 모습을 보는 안기연 소속 목회자들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절로 배어나왔다.

▲ 안산 지역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양육 세미나

이와 같은 섬김을 위해 박 목사는 지역교회들의 가교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올 초 연합회장의 임기를 시작하며 그는 마가복음 10장 45절 말씀을 마음속에 새겼다. ‘종의 마음으로 섬겨야한다’는 것이다. 섬기는 마음이 전제돼야 연합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역 기독교연합회에는 교단·배경·규모가 서로 다른 목회자들이 모입니다. 저희 안산만 해도 인구 75만 명에 950여 개 교회가 모여 있습니다. 이럴 때 자신의 교단 색깔과 크기를 내세우면 연합 운동에 큰 지장을 받게 됩니다. 안기연 회장으로서 이런 것을 모두 내려놓고 섬겨야겠다고 한 것이죠. 신도시에는 문을 열었다가 닫는 교회가 유달리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합을 끌어내는 게 쉽지 않더군요. 내 교회부터 챙기는 습성이 배어서 자연스레 ‘개교회’ 중심이 되는 게 신도시 교회들의 특성이죠. 그러니 연합을 끌어내기 힘들죠.”

교회의 연합을 위해 박 목사는 ‘커피대접’부터 시작했다. 지역 교회 목회자들에게 ‘커피 한잔 사겠다’며 만나서 지역 교회의 연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모 교회를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연합’의 중요성을 설명했더니 대상자가 “목사님 같으면 OO교회 목사님과 자리를 함께 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자신이 받은 상처를 토로했다. 개척교회 목회자로서 어렵게 몇 가정을 전도했는데 그 사람들이 OO교회로 수평이동을 한 것이다. 대형교회에 교인들을 뺏겼다고 생각하는 목회자들에게는 그들과의 연합 행사가 견딜 수 없이 힘들었던 것이다.

박 목사는 이들을 붙들고 함께 기도하며 올 3월 23일 부활절 연합대성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후 10월 26일~29일에 열린 안산시연합회 연합부흥성회에는 연인원 3만5천여 명이 모였다. 강사는 김삼환 목사, 김문훈 목사, 이광재 목사 등이었다. 이 인원은 안기연이 창립된 이후 최고로 많이 모인 인파였다.

이외에도 박 목사는 올해 안기연을 통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돕기, 외국인 노동자 대상의 신학교 설립 등 다양한 사역을 전개했다. 11월 8일에는 안기연의 후원으로 ‘제1회 틴찬양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건전한 기독교 문화 보급과 학생들의 음악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대회에 대해 박 목사는 “미래의 교회의 주역들이 모여 한마당 큰 잔치를 벌였다”며 “기성세대로서 청소년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많은 보람을 느꼈다”고 말한다.

▲ 안산 지역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40Kg 쌀 푸대를 나눈 안기연 임원들(좌측 두번째가 회장 박요한 목사).

안기연은 이단대처 사역을 위해 앞장서는 진용식 목사의 어려움도 외면하지 않고 있다. 최근 법정 소송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기연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겠다는 다짐이다.

박 목사의 사역에 대해 함께 안기연의 임원으로 동고동락한 목회자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총무인 전만영 목사(예장 통합)는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서 큰 교회가 작은 교회들에 뭔가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했고 작은 교회들은 그것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가교역할을 잘 해냈다”며 “향후 안기연의 활동에 커다란 방향을 제시한 한해였다”고 말한다. 그는 올해처럼 많은 교회들을 돕고 크게 사역한 적은 없었다고 회상한다. 차귀열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는 “연합사역을 하면서 올해만큼 보람 있고 기뻤던 적은 없었다”며 “박요한 목사님이 ‘섬긴다’는 마음으로 연합을 이뤄냈는데 그만큼 ‘인덕’이 있는 분이다”고 말한다.

안기연의 목회자들은 올 한해 이룬 연합의 미덕이 내년은 물론 계속적인 전통이 돼 갔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