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로서 생활하면서 환자들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혜택도 있습니다. 또 내가 가진 달란트로 아픈 분을 위해 봉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환자를 치료해봐야겠다는 욕심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힘이 너무 적습니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점점 많이 느낍니다. 내 능력보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 그리고 점점 그런 쪽으로 가고 싶어 합니다.”

김용석 교수(강남경희한방병원, 새문안교회 집사)에게 자신을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그는 자신을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가 한의사가 된 것은 아버지 덕분(?)이다.

“부친이 중학교 3학년 때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내 국민학교(초등학교) 신상카드 장래희망 란에 ‘의사’라고 적어놓으셨습니다. 아버지의 이런 바람이 내 의식 속에 은연중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 교수는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의사가 될 요량으로 학력고사를 치렀다. 하지만 시험에서는 평소의 실력이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 시험성적이 예상만큼 나오지 못했다는 것은 의사의 길을 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학력고사 성적으로는 내가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재수하는 것을 싫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한의대를 권했습니다. 결국 한의대를 택했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하나님의 섭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기도원에서 시작한 신앙
김용석 교수의 신앙은 전적으로 아내인 이애희 집사의 공로다. 고등학교 봉사서클에서 만난 아내는 대학시절에 김 교수를 전도했다. 그의 기억으로는 대학교 1학년 때라고 했다. 그는 교회에 출석하기 전에 오산리기도원에 먼저 갔다.

“기도원에 갔다가 내려오면서 정한 교회가 새문안교회입니다. 아내의 집안 구원에 대한 열정은 결국 집안 전체를 예수 믿게 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세례를 받으셨고, 결국 장례식도 기독교식으로 하다 보니 집안이 할아버지의 유훈처럼 자연스럽게 기독교로 전환되었습니다.”

그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주일학교 초등부 5,6학년 교사로 계속해서 봉사하고 있다.
“교사는 내게 추억이 담긴 신앙의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여름성경학교를 다닌 기억이 납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1주일 동안 여름성경학교를 하면서 지냈던 시절의 교회 선생님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그 때 기억이 주일학교 선생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나의 어린 시절의 그런 기억이 있는 것처럼 혹이 현재 주일학교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동기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에게 신학에 대해 물었다. 한의사가 무슨 신학이냐 싶지만 그는 올해 한 학기를 남겨놓은 신학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만학의 나이에 목회의 길을 갈 것도 아닌데 신학을 공부하고 있어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교회 봉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대학교 3, 4학년 때는 주말마다 난지도에 의료봉사활동을 했다고 했다. 신앙 초창기부터 교회에서 여러 가지 봉사를 한 것이 그에게는 또 다른 어려움을 가져오게 했다는 것이다.

“신앙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습관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교회 주일학교 봉사는 물론 의료선교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분주한 신앙생활을 한 것이 매너리즘으로 빠지게 했습니다. 병원 근무를 강남으로 옮기면서 피곤해 지면서 신앙생활은 생동감을 잃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했습니다.”

▲ SBS건강스페설에 출연한 김용석 교수

새천년의 결심
만 40세가 되던 2000년에 그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새천년 작정새벽기도를 하면서 그는 “뭔가를 내가 이루려고 한 것에서 하나님께 맡기는” 쪽으로 삶이 전환된 것이다. 새천년 새벽기도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는 새벽이 좋다고 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교회 문을 나설 때 만나는 시원한 바람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더구나 새벽기도 생활을 하면서 그는 자신의 연약함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 하나님의 인도하심, 세밀한 간섭하심을 생활에서 순간순간 느낀다는 것이다.

“방송이나 세미나를 준비하기위해 자료를 찾는 것도 별 어려움 없이 찾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각종 아이디어들도 그때그때마다 떠오릅니다. 채워주시는 하나님을 통해 하나님의 예비하심을 경험합니다.”

그가 신학을 한 것도 더 깊은 말씀의 체험과 신앙의 성숙을 위해서다. 그는 방송출연과 각종 학술세미나, 그리고 교회 봉사로 분주하다. 그런 가운데 야간에는 신학까지 한다. 일인다역을 하면서도 건강할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하나님 은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성경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에서 보다 폭넓은 시야를 갖게 했습니다. 더구나 말씀의 깊이가 더 생기면서 은혜도 그만큼 깊어지고 하나님과 성경 보는 즐거움이 너무 좋습니다. 신학을 하면 모두 목회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런 것보다 자신의 신앙성숙을 위해 평신도들도 신학공부를 했으면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위기도 있었다. 뇌신경에 전문지식을 갖춰, 안면마비에 대해 해박한 그가 안면마비의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을 두고 “하나님께서 교만하지 말라는 경고”라고 했다. 자신의 안면마비가 환자들을 더욱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김 교수의 새벽기도 열정은 유별나다. 미국의 미네소타에 교환교수로 1년 동안 체류할 때도 그는 새벽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미네소타는 매우 추운지역이라 교회가 새벽기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작정한 터라 출석하는 교회 목사님께 부탁드려 교회 열쇠를 얻어 새벽기도를 했습니다. 결국 사순절을 앞두고 목사님께서 40일 특별새벽기도를 하시겠다며 내게 협조를 구했습니다. 미네소타에서 사역자처럼 홍보전단지에 주보도 만들면서 열심히 교회를 섬겼습니다. 준비기도하면서 했던 특별새벽기도회의 마지막 날에는 전교인 2백여 명이 참석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 의료봉사를 하는 김용석 교수

디아스포라의 비전
김 교수의 미국 교환교수 경험은 흩어져 있는 한인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다. 미네소타에서 두 시간 거리의 둘로스에 있는 유학생들을 위한 집회에 격주로 참석하면서 그는 한인들의 어려움을 목격한 것이다. 김 교수는 침으로 학생들의 육신을 고치고 목사님은 말씀으로 학생들이 영혼을 치료했다. 그의 봉사가 주변으로 알려지면서 집회에 한인들이 참석하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치료를 하면서 한인들의 이방 땅에서의 상처들을 목격했다. 외로움과 질병, 이방인으로서의 소외 등 많은 아픔들이 그들의 마음속에 있었던 것이다. 둘로스의 사역은 결국 ‘은혜교회’를 설립하는 것으로 나아갔다. 디아스포라 한인들에 대한 생각은 미국 한인들만이 아니라 카자흐스탄 등 외국의료봉사를 나가면서 만난 한인들을 보면서 더욱 깊어졌다.

“1년의 미국생활은 내게 많은 도전을 주었습니다. 신학도 어쩌면 디아스포라를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신학을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아내가 동의 해주고 신앙의 침체와 회의를 신학으로 극복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지나고 보니 하나님이 내게 또 다른 계획을 가지고 계시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 나이 50줄이 됐을 때 흩어진 한인들을 위한 섬김을 실천할 생각입니다.”

'담대함'이 변화된 것
그에게 예수 믿고 변한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대뜸 “담대함”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수줍음과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다”고 했다. 아버지가 유교전통의 엄한 분이어서 소심했던 아이가 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면서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살았다고 한다. 그런 모습은 대학교까지 연장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교회학교 교사들이 속초 대포교회에 여름수련회 갔을 때, 발표회에 시간에 “내 손이 저절로 올라가 발표”한 자신의 모습에서 그는 담대해진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 다음부터 교회학교 율동교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 병원으로 오면서 병원 홍보도 있고 해서 방송을 하게 된 것도 그런 담대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현재 MBC의 <라디오동의보감>을 2년 동안 진행하고 있다. 날마다 2분 40초의 시간에 다양한 한의학 건강정보는 청취자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음에도 그는 방송을 잘 해내고 있다. 그것에 대해 그는 “목사님도 날마다 새벽기도에 말씀을 준비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방송을 할 때마다 기도한다. 한 사람이라도 도움이 되고 유익한 방송이 되게 해달고 말이다.

김 교수에게 최근 자살과 관련해서 한 마디 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최근 상담한 아이들(중학생) 이야기를 꺼냈다. 마침 신학교에서 목회상담을 배우고 있었던 터라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한다.

“침만 놔준 것이 아니라 아이가 마음을 열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상담을 하자 아이도 울고 부모도 울었습니다. 내가 정말 믿을 수 있는 한 두 사람만 있어도 자살하지 않을 것입니다. 몇 명의 환자들을 만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존재를 찾지 못해 우울이나 자살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자살은 도피라고 말하는 김 교수는 진정으로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 한 사람만 있어도 결코 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는 신학공부하면서 십자가에 돌아가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기만 해도 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 안면마비 전문의가 안면마비 경험을 통해 환자를 더욱 이해했다고 말하는 김용석 교수.

천지인(天地人)의 조화된 삶
그에게 신앙인의 건강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는 천지인(天地人)을 이야기 했다. 천은 하늘 환경을 말하고 인은 사람이라는 환경, 지는 땅의 환경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천이란 것은 때에 대한 것으로 때를 무시할 때 생기는 병입니다. 지(地)는 땅의 소산, 돈 등 물질적인 것을 포함합니다. 인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때를 알고 사람과 화목한 사람은 건강합니다. 사람이 하늘의 때를 무시해버리고 사람의 관계를 화복하지 못해 거꾸로 이용하고 물질을 이용해야 할 것을 사람을 이용하고 물질은 사용해야 하는데 사랑하게 되면 질병에 쉽게 걸립니다. 하나님을 경배하고 이웃 사랑하고 물질을 잘 다스리는 것이 건강한 삶입니다.”

그는 병이란 심리적인 요인이 많다고 했다. 의사가 손을 쓰지 않았는데 의사만 보고도 병이 낫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자신이 의사지만 결국 치료는 하나님이 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하나님 앞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자신의 연약함을 발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