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국청소년교육선교회 총무. 염광교회 협동목사

어느 전도사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18개월 된 아들이 머리숱이 적어서 빡빡 머리로 깎아주었다. 미장원에서는 아무 말 없이 있었던 이 아이가 집에 돌아와서는 아빠 머리를 만져 보고 자기 머리를 만져 보더니 엎어져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안쓰러운 마음에 부모가 모자를 사주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어디서나 그 모자를 벗지 않았다. 아마도 머리카락이 예전과 같다거나 아빠와 비슷하다고 느낄 때까지 그럴 것이다.. 그 전도사님이 말하였다. "18개월 된 아이도 인격이 있나 봅니다."

우리는 주변인(marginal man)이라는 별명을 가진 청소년들을 지도하면서 혹시 이들이 자기 주장과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본능을 죄악으로 보면서 윽박지르지는 않는가? 어린이처럼 응석을 부리고 싶을 때는 '다 큰 녀석이 징그럽다'고 하면서도 무엇인가 나름대로의 주장을 내세울 때는 '쪼그만 게 까분다'고 하면서 인격을 무시하지는 않았는가?

요사이 우리는 청소년을 교육하는 모든 현장에서 성공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 역시 이번 겨울 여러 곳의 수련회를 참석하면서 교사들과 나눈 결론이다. 그 이유는 시대가 변하는데 우리가 그것을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인간 대 인간으로 인격적인 관계를 형성하는데 실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토마스 고든은 성공적인 교사가 되려면 그 가르치는 내용보다도 기술이 더 중요하며 기술보다는 좋은 관계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였다. 교회 교육이 '전문화'되어 가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교육철학이 뚜렷하고 교육행정과 관리가 이전보다 발전되지 않고는 교회 교육이 맡은 바 사명을 다 수행할 수가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의 방법도 보다 구체적이고 효율적이며 종합적인 모습을 이루어야 한다. 설교와 분반 공부, 생활 지도, 경건의 훈련 등 이 모든 것은 교회가 실천하고 있는 독특한 영역이면서 효과적인 방법들이다.

그런데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함에 있어서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은 학생들을 개인적으로 돌보는 일이다. 그것은 바로 상담이다. 상담은 '인간의 성장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있을 때 이를 제거하고 극복하여 인간 자원의 최적 발달을 성취하도록 개인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정의되어지며 기독교 상담은 '피상담자가 그리스도의 성숙한 제자가 되어 매일의 삶 속에서 그의 인생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시대적으로 청소년의 주위 환경은 그들을 용납하기보다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청소년들은 도전을 넘어서서 횡포를 당하고 있다. 부패와 강포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그리고 청소년은 내적으로도 발달 단계상 신체와 정서의 발달, 지적인 발달, 가치관의 정립, 정체감의 확립, 영적 발달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해결해 나가는 시기이다.

이들을 어루만져 주고, 이들이 바른 가치관과 영적인 생명을 가지고 내일을 준비하게 하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몫인데 이러한 사명을 위해 교회는 상담이란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교회의 현실은 어떠한까? 상담 전문가를 활용하고 상담실을 운영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반을 맡은 교사들이 성경 교수와 더불어 상담가로 준비되어야 할 필요가 절실하며 부모들도 자녀에게 상담자의 자세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1. 상담이란 무엇인가?

(1) 일반적 상담

일반 상담학에서는 상담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인간의 성장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있을 때, 이를 제거하고 극복하여 인간 자원의 최적 발달(optimum development)을 성취하도록 개인을 도와주는 것', '내담자의 자기 이해, 의사 결정 및 문제 해결이 이루어지도록 상담자가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과정', '개인적 발달의 방향으로 현명한 선택이 이루어지도록 촉진하는 것' 등.

서울대 이장호 박사는 상담 심리학에서 상담을 정의하기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내담자)이, 전문적 훈련을 받은 사람(상담자)과의 대면 관계에서, 생활 과제의 해결과 사고, 행동 및 감정 측면의 인간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학습 과정이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자신의 방법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의미하며 종래의 방법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사람을 뜻하고 있다. 그리고 전문적 훈련을 받은 사람은 그저 상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상담과 관심은 다르다) 전문적 테크닉을 가진 자를 의미하고 있다. 다시 말해, 소정의 전문 상담 과정을 이수한 자를 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상담의 최종 목표는 단순 문제 해결이 아니라 사고, 행동 및 감정 측면의 인간적 성장을 말하고 있다.

이외에도 견해와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의 정의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첫째, 상담자와 내담자가 인격적 교제를 바탕으로 하여 상호작용을 하게 되고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점이다. 둘째는, 보다 현명하고 발전적인, 변화나 의사 결정과 같은,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만남이라는 것이다.

(2) 기독교 상담

게리 콜린스(Gary R. Collins)는 상담을 "최소한 두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어떤 도움의 관계"로 정의하고 기독교 상담을 다음과 같이 논한다. 즉 피상담자가 예수 그리스도의 성숙한 제자가 되어 매일의 삶 속에서 그의 인생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기독교 상담의 목표라고 하였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피상담자의 가치관, 행동 등에 변화를 일으키며 마음의 감정과 의사를 표현하거나 죄를 고백하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고, 또 후원과 격려를 통해 올바른 결정에 이르도록 하여 자기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설정된 목표를 향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도와주는 것들이 뒤따라야 한다.

청소년 상담의 경우에도 이 점에서 차이가 없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다만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발달적 특징들을 이해하고 이러한 일과성(一過性) 몸살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대응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일 따름이다.

기독교적 상담과 일반 상담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일반 상담의 목표가  '올바른 인간화' 라면 기독교 상담은 한 단계 앞선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상담의 목표가 되는 것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일반 상담의 제 이론들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본다. 본인은 일반 상담학을 하나님께서 주신 일반 은총으로 보고 올바르게 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2. 청소년 상담의 중요성과 필요성

(1) 가정의 황폐화가 상담을 요청한다.

21세기는 가정이 현격한 변화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거 30년 동안 우리 나라의 가정은 이미 황폐화의 길을 걸어 하숙집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투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미국 콜로라도 주 볼다 재판소에서 24세 된 톰 한센이란 젊은이가 양친이 부모로서의 책임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35만 달러의 손해 배상을 청구한 사실을 예시하면서 그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미래 세대의 가족 형태는 점차로 역할 분담을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따라서 여성들은 자신의 몸은 자신이 관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임신중절 합법화 투쟁을 벌이게 된다. 또 자녀들은 자신들이 부모로부터 정당하게 양육 받을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고 양육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을 때에는 법정 투쟁이라는 극한 행동을 펴서라도 부모로서 역할 수행을 요청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역할 행동을 극렬하게 구분하는 이러한 현상들은 가정의 꽃들인 청소년들을 '부모 고발도 불사하는 괴악한 아이들'로 왜곡시키는 주요 원인으로써 사회의 독소가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면 청소년들이 겪게 될 내외적 고민과 갈등이 극에 달할 것이며 청소년들은 엄마의 품에서 추방된 채 잠재적 부랑아로서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가정의 황폐화로 역할 행동만 주고받는 또 하나의 이익 집단으로 전락해 버린 가정이 참으로 청소년들에겐 구체적 역할 수행을 요청 받게 될텐데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청소년 직접 상담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일 뿐 아니라 시급히 요청되는 사역이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청소년의 직접 상담은 청소년에게 가정이 할 수 없는 일들을 대신해 주고 청소년들을 정서적으로 영적으로 어루만져 주며 엄마의 품이 되어 주는 사역이기 때문이다.

(2) 상담을 통해서 집단에서 얻을 수 없는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현대 사회는 효율을 제일로 추구하는 생리가 있다. 효율을 위해서는 강력한 조직을 구성하게 되며, 개인은 경시되고 다만 조직 안에서의 행동을 하는 분자로서 간주된다. 따라서 개인이 무시되는 소외 현상이 나타나게 되어 다만 거대한 조직체만 남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조직이라는 집단을 통해서만 삶을 추구할 수 없으므로 조직이 아닌 개인을 통해서 받아야 할 도움이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도움은 오직 개별 상담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충족될 수 있다.

특히 상담자는 하나님의 대변자로서 각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을 돕는다. 대변자로서의 기능은 대 집단적(對集團的)일 수 있지만 종국에는 대개인적(對個人的)인 요구에 반응하는 데까지 나아가서 개인 하나 하나를 돕는 데까지 나아간다. 결국 각 개인에게 관심을 갖고 돕는 일은 상담만이 보유하는 특성이며 이러한 개별 상담을 통해서 현대를 사는 청소년들을 적절히 도울 수가 있게 된다.

(3) 상담에는 적기(適期)가 있다.

상담은 매우 긴급한 사안이다. 청소년이 나이가 든 후에는 영향을 주기가 쉽지 않다. 청소년들은 적기에 도움을 받지 못하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하기 쉽고 또한 적기에 도움을 주는 것은 가장 좋은 성장의 원천이 되어 준다. 따라서 청소년이 지금 필요로 하는 도움을 상담자로부터 얻지 못한다면 그들은 다른 곳으로부터는 결코 도움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청소년 문제처럼 시간을 요구하는 일도 드물다. 기회를 놓치면 청소년 문제들은 급격히 악화되게 될 것이다.

(4) 청소년들은 부모님이나 교역자보다 상담자를 더 신뢰한다.

부모님과의 관계는 긴장과 이완을 반복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탈 부모화 경향이 급격히 추진되는 때이기 때문에 부모님과 상담을 하는 예는 매우 드물다. 청소년기의 특징 중 또 하나는 탈 권위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목사님과 가까이 대화하는 청소년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방법으로 청소년들로부터 배제되는 대화 상대자들이 너무 많다. 학교의 교사는 물론 교회 학교 교사까지도 청소년들이 상담을 청해 오기에는 커다란 간격이 존재하고 있다. 반면에 청소년들은 전문 상담자나 전화 상담을 통해서 비교적 쉽게, 자연스럽게 상담을 요청하고 있다.

따라서 청소년들에게는 또래 집단의 친구들을 제외한 유일한 대화 파트너가 있다면 곧 상담자일 것이다. 이런 연유해서 청소년 상담과 상담자가 청소년 지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한 것이다.

3. 청소년 상담자의 전문성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이다. 즉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은 내담자에 대한 상담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전문가라 할 수 있을까? 다른 표현으로 준비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첫째, 전문가라면 그 대상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청소년에 대한 비전이 있으므로 이러한 청소년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을 들어서 그 손등을 보라. 손바닥이 보이는가? 반대로 해본다고 해서 손등이 보이겠는가?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며, 판단하는 관점은 성격의 이면성 중에 하나일 뿐이다.

다른 비유를 들자면 꼬마 아이 하나가 예배 시간 도중에 통로를 신나게 달려서 앞으로 뛰어갔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들은 그 아이에 대해서 어떤 인상을 받겠는가? 버릇없다. 예배 시간인데 부모는 뭐하기에 등도 있겠으나 그 아이의 활동적인 면을, 담대한 면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아이에 대해서 서로의 생각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그 판단에 대한 주체는 누구인가? 바로 자기 자신들이라는 것이다.

우리들은 우리들이 예전에 경험했거나 가지고 있는 판단 기준으로 그 아이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판단이 과연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왜 그 아이가 그렇게 했는지에 대한 이해를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판단이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만약 그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 아이의 '현재의 상황', '과거의 상황'을 먼저 이해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한 이해도 없이 그 아이의 그러한 행동에 대한 무조건적인 책망이나 교훈은 오히려 그 아이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외과 의사가 수술을 한다면 믿어도 좋다. 그래도 흉터는 남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이 수술대를 맡는다면 오히려 그 상처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들이 다가가고자 하는 청소년들도 이 아이와 같다. 그들이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어떻게 도울 수 있을 지에 대한 이해보다 청소년들에 대한 전문 지식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상담 기술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상담은 일회 만남에서 끝내 버리는 것이 아니다. 상술에서의 상담이란 용어는 결과를 중시한다. 따라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러나 우리들이 해야 할 상담은 그렇지 않다. 어떤 학생이 어떤 문제에 대해서 너무나 많은 시간 고민하다 상담자를 찾아왔다고 하자. 그 아이의 고민이 우리의 관점에서는 금방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런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니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그 학생에게 그런 문제는 이렇게 해결하면 되는 거야 하면서 싱겁다는 듯이 말해 준다. 마치 수학 문제 풀듯이 말이다. 지금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가장 큰 실수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어렵다고 생각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는 능력이 부족함을 느낀다고 하자. 같이 기도하자 라고 말하고서는 일방적으로 퍼부어 댄다. 그 학생이 들으라고 말하는 것인지 하나님 들으시라고 하는 것인지 몰라도 아무튼 일방적이다. 그리고는 그 학생을 돌려보낸다. 학생이 다시 당신을 찾아오겠는가? 당신 같은 다른 사람을 다시 찾겠는가? 아니다. 그 아이는 그러한 사람들로 인해서 그 상처가 더 깊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의 상담은 결과가 우선이 아니다. 우리의 상담은 과정이 중요하다. 그래서 상담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성경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상담은 성경을 중심으로 하는 성경적(기독교적) 상담이다. 세상에 허다한 상담 전문가들의 뒤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우리들이 성경을 모른다면, 성경을 기초로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육체는 건질 수 있어도 영혼은 건지지 못하는 과오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내담자와 상담자(전문가)의 개념이 형성되었다. 이들이 '대면 관계를 통해서'라고 했는데 대면 관계란 직접적인 만남을 얘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면 관계 외에도 전화, PC 통신, 팩스 등이 있다 이것을 간접 상담이라고 한다.

아무튼, 이러한 대면 관계의 만남 속에서 언어를 가지고 상담을 진행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언어란 1차적인 언어와 2차적인 언어로 구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1차적인 언어는 음성언어를 말하고 있으며, 2차적인 언어는 그 외의 모든 것을 통틀어 일컫는다. 2차적인 언어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겠는가? 표정, 자세, 옷, 헤어스타일, 걸음걸이, 발자국 소리 등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내담자가 상담자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지금 그는 1차적인 언어가 아닌 2차적인 언어로 우리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알아 반응해 주는 것이 전문가로서의 훈련을 통한 결과일 것이다.

우리가 진실로 남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그가 자기 스스로를 도울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아닐까 한다. 특히 청소년 상담가로서 우리의 일은 우리의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바라보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과 또 자신과 싸우는 눈물겨운 투쟁을 그저 바라보며 함께 아파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우리의 십대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루의 피곤을 이길 수 있지 않겠는가?
(월간 <교회와신앙> 2000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