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국  청소년교육선교회 총무. 염광교회 협동목사

 대가족 사회에서 부모의 기능은 쉬운 편이었다. 가족 중 어른들이 양육과 교육을 분담해 주었고, 자녀가 크는 사이에 빚어지는 문제상황들도 현장학습으로 처리되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런데 핵가족 사회로 전환되면서 자녀를 가진 부모의 할 일이나 부담이 무거워졌다.

 "우리 집 정옥이는 말을 통 안 듣습니다. 저희 부부는 장사를 합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아이가 차분하고, 공부를 잘 하더니, 요즘은 체격도 커지고, 중학생이라서 인지 통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게 민주화일까요?"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분명히 형성 과정이 있었고, 고착된 타성이 숨어 있다. 그것은 이슬비처럼 쌓여서 자녀의 가슴에 침전이 된 것이다.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 부부는 돈을 버느라고 바빠서 아이가 하는 일은 뭐든지 '잘한다 잘한다'고 믿어버렸습니다. 간식이며 점심을 사먹으라고 자꾸 돈을 주었습니다. 그게 모두 아이를 저 꼴로 만든 원인이라고 믿습니다."

 현대생활은 노예라고도 표현될 정도로 복잡다단하여 할 일이 많다. 그래도 가정을 이끌어 가는 데는 부모의 의무가 있다. 이는 당연한 것이며 절대로 기피할 수 없는 것이다. 외면하는 일은 포기와 같다. 그 가운데 대화기술을 배우고 활용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부모의 역할이며 책임이다.

의사전달의 장애유형

 자녀들이 문제를 느낄 때 부모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자녀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다. 때론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유도하며 캐묻기도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좋은 의도와는 달리 더 큰 문제를 야기하며 오해를 만들어 더욱 깊은 고민에 빠져 자녀와의 대화를 방해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녀가 공부하는 것을 싫어하며 대화 또한 거부한다. 그리고 숙제와 학교 가기를 거부하며 반드시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다고 불평하고 다른 것으로도 인생을 잘 살 수 있다고 한다. 이때 당신은 어떻게 대화를 할 것인가?

이러한 12가지 유형의 걸림돌의 형태들은 자녀의 행동이 문제 영역에 속할 때만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자녀와의 관계가 문제없는 영역에 있는 경우에는 걸림돌이 유해하기보다는 오히려 적절하고 생산적인 것이 되기도 하다(예: 질문, 농담, 설명 등). 그러나 대부분의 청소년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이미 독립을 하고 친구를 따르려는 성향의 자녀들과 충분한 의사소통이 안 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자주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가 되는 대화유형을 피하고 먼저 경청을 하여 자녀와 공감을 하고 부모의 감정을 전달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경청의 단계

수동적 경청(침묵)

침묵은 자녀로 하여금 자신의 말이 진심으로 수용되었다고 느끼게 하며, 당신과 더욱더 마음을 나누도록 하는 강력한 비언어 메시지다. 만약 당신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면 그 자녀는 자기 이야기를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비록 침묵이 어느 정도 청소년을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전할 수는 있지만(그의 말을 방해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부모가 자기 말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는 없다. 자녀들은 부모가 침묵하는 동안에 자기를 평가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도 있다. 감정이입과 따뜻한 감정을 전할 수는 없다.

인정 반응

당신이 실제로 잘 듣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이야기 도중 사용하는 비언어(즉, 고개를 끄덕인다든지 앞으로 몸을 기울인다든지 미소나 찌푸림 등의 얼굴 표정, 다른 신체 동작 등)와 언어 단서(응, 그래 등)를 인정반응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반응은 당신이 아직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계속 말하기를 허용한다는 것을 학생에게 알려 준다. 그러나 이 방법도 자녀에게 어느 정도는 대화를 촉진하도록 작용하나 부모가 실제로 자녀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그에게 증명시키지는 못한다.

대화의 문을 열게 하는 메시지

자녀들이 더 깊은 이야기를 하도록 격려를 해 줄 때가 있는데 이를 '대화의 문을 열게 하는 메시지(door opener)' 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그것에 대해 좀더 얘기해 보겠니?", "그것 참 재미있는데 계속해 봐"와 같은 말들이다. 이러한 말들은 부모가 그들의 말을 듣기 원하며 상대방으로 그들과 함께 시간을 갖기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데 있어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신호나 단서 직후에 특히 유용하며 상담하는 동안 말이 막힌 자녀를 돕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이 방법도 수용이나 이해, 따뜻한 감정을 증명하는 데는 비효과적이다. 대화를 시작하게는 하지만 계속하게는 못한다.

능동적 경청(피드 백)

침묵, 인정 반응, 대화의 문을 열게 하는 메시지들은 모두 한계가 있다. 그것들은 학생이 모든 일을 다 하게 하므로 충분한 상호 작용을 일어나게 하지는 못한다. 자녀는 단지 부모가 듣고 있다는 사실만 알 뿐, 이해하는 지는 알 길이 없다. 이와는 달리 능동적 경청(active listening)은 자녀의 말에 대한 당신의 해독 결과를 다시 말해줌(피드 백)으로써 그로 하여금 당신이 자기 말을 들었고 또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경청을 말한다.

능동적 경청의 기술

먼저 화자는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을 그것을 기호화(언어화)시켜 말을 하게 되고 청자는 그 말을 수신하여 해독을 하고, 그것에 근거하여 화자의 심중을 헤아리게 된다. 이 때 청자의 이해는 옳을 수도 있고 잘못된 것일 수도 있는데 그 다음 단계인 피드 백을 통하면 청자의 해독이 옳은 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청자의 이해가 옳았다면 자녀는 부모가 자기를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고 청자의 이해가 잘못된 것이었다면 자녀가 수정 내지는 보충 설명을 함으로써 상호 작용을 통해 바른 이해에 이를 수 있는 길이 마련될 것이다.

능동적 경청은 자녀로 하여금 그들의 생각과 감정이 존중되고, 이해되고, 수용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더 나아가 대화를 조장하고, 감정을 완화시키며 감정을 발산하게 한다. 이러한 방법은 문제해결 과정을 시작하게 하거나, 자녀로 하여금 자신의 문제 해결자가 되도록 그에게 책임을 부여한다. 자녀는 부모의 말에 기꺼이 귀를 기울이게 되며, 부모와 자녀간 상호이해, 상호존중, 상호관심의 관계가 형성되게 된다.

'나' 대화법

문제가 발생하여 자녀보다는 부모가 갈등을 느낄 때 사용할 수 있는 대화의 기술이다.
'나' 전달법과 '너' 전달법

(나)는 부모의 피곤함을 나타내는 매우 빈약한 부호이다. 명확하고 정확한 부호는 항상 '나' 전달법의 부호여야 한다. 즉, '나는 피곤하다', '나는 놀고 싶지가 않다', '나는 쉬고 싶다'는 의식이 자녀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이것은 지금 부모가 경험하고 있는 것을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너' 전달법의 부호는 감정을 전달하지 못한다. 너 전달법은 부모 중심적 메시지가 아니라 자녀 중심적 메시지이다.

(다)의 메시지는 자녀가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라고 해석을 하게된다. (라)의 메시지는 부모에 대한 사실의 진술이라고 해석을 하게 된다.

너 전달법은 부모가 어떻게 느끼는가를 전달하는 데는 매우 빈약한 부호이다. 왜냐하면 이 부호들은 자녀에 의해서 그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해결책을 제시했기 때문에) 혹은 그가 얼마나 나쁜 아이인지(비난이나 평가의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에) 하는 관점에서 해석되기 때문이다.

'나' 대화법의 구성요소

'나' 대화법은 다음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1) 행동의 서술

자녀의 행동에 대해서 진술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자녀의 수용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아야 한다. 즉 행동에 대한 단순한 진술(옷이 방바닥에 있을 때와 같은), 가치 판단이 개입되지 않는 것(너희 옷들이 뒤죽박죽 돼 있을 때와 같은), '항상', '결코'와 같은 이전의 행동을 끌어들이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너의 옷은 항상 방바닥에 있을 때와 같은)을 의미한다.

2) 구체적인 영향(결과)

자녀의 행동이 당신에게 구체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당신이 다른 일을 위해 써야 할 시간이나 정력과 돈을 쓰게 한다, 당신이 해야하거나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도록 방해한다, 당신의 신체나 감각을 괴롭힌다, 어떤 유용한 것, 즐거움 또는 자랑거리에 부분적 혹은 전체적으로 손실을 유발시킨다 등이다.

3) 부모의 감정

자녀의 수용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구체적 영향이 뒤이어 바로 일어난다면 당신은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종류의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실망, 분노, 마음의 상처, 슬픔…). 만일 행동에 대한 결과로서 구체적인 영향이 조금 후에 일어난다면 당신의 나 전달법에서 표현되는 감정은 일반적으로 두려움의 형태가 될 것이다(걱정, 근심, 염려…).

이제 3요소를 갖추어 표현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내가 저녁 뉴스를 보고 있는데 네가 떠들면(행동)

?나는 뉴스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기 때문에(구체적 영향)

?나는 정말 짜증이 난다(감정)

이러한 대화기술 이외에도 무승부법이나 환경변환, 가치관 나누기 등의 기술이 있지만 우선 이 두 가지의 간단한 기술만이라도 마음에 두고서 노력을 해 보면 더욱 다양한 대화와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대화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나아가 사랑을 확인하고 풍성하게 한다. 대화가 넘치는 그래서 거짓과 위선이 사라지는 가정이 되도록 하자. 나아가 복음의 내용과 그 능력을 함께 나누는 가정을 이루자.
(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10월호)